5) 도와 도 아님에 대한 지견청정 1
5청정 가운데서 실제 수행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청정도론
』XX장에서 설명되고 있는 이 도와 도 아님에 대한 지견청정이다. 그러니
조금 상세하게 살펴보자.
“이것은 도고 이것은 도가 아니라고 이와 같이 도와 도 아님을 알고서 확
립된 지혜를 도와 도 아님에 대한 지(知)와 견(見)에 의한 청정이라 한다.
(XX. §1)” 그러면 무엇이 그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견청정의 핵심인 법
을 봄과, 의심을 극복함에 의한 청정의 키워드인 조건을 함께 적용시켜, 지
금 여기서 물심의 현상을 본격적으로 참구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도를 아는 것으로는 깔라빠의 명상을 들고 있고 이런 물질의 철저한 파악을
통해서 그 다음에 정신(수상행식=마음과 마음부수들)을 명상한다. 이렇게 하
면 드디어 초보적인 생멸에 대한 지혜가 일어나게 된다.
이를 즈음에 광명 등 열 가지 경계가 생기는데 이 경계를 바르게 알아 이
들은 도가 아니라고 하면서 거기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도가 아님에 대한
지견청정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순간과 조건으로 정신ㆍ물질의 법을 파악하는 것은 도에 대
한 지견청정이고 그럴 때 나타나는 10가지 경계를 바른 도가 아니라고 파악
하는 것이 도가 아님에 대한 지견청정이다.
여기서 도를 아는 것은 깔라빠의 명상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므로 제대로
위빳사나를 하기 위해서는 깔라빠라는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며 이것
을 내 몸속에서 정확하게 찾아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깔라빠의 명상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깔라빠를 내 안에서 정확하게 확인하면 그 즉
신에 우리는 이런 깔라빠로 된 물지의 무상ㆍ고ㆍ무아를 뼈시리게 보게 된
다. 그래서 『청정도론』은 말한다.
“물질은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이 과거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안의 것이든 ··· 멀리 있는 것이든, 가까이 있는
것이든, 그 모든 물질을 무상하다고 구분하는 것이 한 가지 명상
이다. 그 물질을 괴로움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한 가지 명상이다.
무아라고 구분하는 것이 한 가지 명상이다.(XX. §6; §)
이렇게 관찰하는 것이 어려운 자들을 위해서 본서는 친절하게 여러 가지
관찰법을 제시하고 있다. 너무 길어진 듯하여 여기서는 이정도로 마친다. 이
런 깔라빠를 통한 물질의 명상을 바탕으로 §43이하에서 정신이 생겨나는 것
을 관찰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다시 §46이하에서 물질에 대해서 명상하는 7가지 방법을 상술하고
있음 다시 이를 바탕으로 §76이하에서 정신에 대해서 명상하는
7가지 방법을 상술하고 있다. 이렇게 간략한 방법에서부터 아주
구체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정신과 물질을 명상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것을 통해서 도(수행의 바른 길)에 대한 지견을 확립시켜주고 있다.
실로 이것은 아비담마의 정신ㆍ물질(=법)의 분석과 정의를 구체적으로 내
안에서 확인해가는 수행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아비담마는 위빳사나 수
행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추상적인 물질 10가지를 제외한
아비담마의 71가지 법을 내안에서 확인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점점
더 깊이 그리고 더 확고하게 무상ㆍ고ㆍ무아인 제법의 특징을 확인하게 되
는 것이다. 이렇게 확인하면 자연스레 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은 극복되
어 모든 취착을 여의고 도와 과와 열반을 확고하게 실현할 튼튼한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 금생에서 도와 과와 열반을 실현하지는 못한다하더
라도 적어도 이런 해탈열반의 확고한 발판을 얻어야 우리가 위대한 대스승
의 교설을 만난 참다운 의미와 보람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인사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이것은 생사의 두려운 바다를 건너
는 튼튼한 배가 되어줄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초보적인 생멸을 관찰하는 지혜(udayabbayanupassana-
nana)가 나타난다고 본서는 말하고 있다.(XX. §104) 역자는 다음에 나타나
는 구절을 『청정도론』의 전체 가운데서 가장 간절한 말씀 중의 하나라고
파악한다.
“그가 무명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무더기들의 일어남을 보고, 무
명이 멸하기 때문에 무더기들의 소멸을 보는 것이 조건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짐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생기는 특징과 변하는
특징을 보면서 무더기들의 일어나고 사라짐을 볼 때 그것은 순
간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짐을 보는 것이다.
오직 일어나는 순간에 생기는 특징이 있고, 무너지는 순간에 변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XX. §99)” (그래서 『청정도론』은 다시 말한다.) “조건과 순간
을 통해 상세하게 마음에 잡도리한다.(XX. §97)”
이 순간(khana)과 조건(paccaya)은 아비담마의 두 가지 기본 주제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에 대해서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매
순간에 집중하여 그들이 무상ㆍ고ㆍ무아라는 것에 사무치고, 매순간 일어나
는 이들 오온의 기멸은 모두 조건의 힘(paccaya-satti)에 의해서 한치의 오
차도 없이 조건지워져서 일어나고 사라진다고 파악해야 위빳사나에 바로 들
어가는 자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