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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욱이가 특별하다구요?
남들은 상욱이가 특별하다고 합니다. 비록 다운증후군이라는 선천성 염색체이상으로 생긴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똑똑하다고 합니다. 사회성도 좋고, 자기 의사표현도 잘 하고, 자기 억제능력(참을성)도 있고 일반인과 어울려 살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특별하다고 하는 상욱이가 과연 타고난 상욱이 일까요?
심장이 걸레라고 했습니다. 심장수술을 2~3번은 받아야 한다고 해서 망설이다가(수술 성공 확율이 너무 희박하고, 수술해도 정상적으로 되기 힘들다고 해서 이러다가 얼마 못 살 아이를 고통스럽게 병원에서 수술만 하다가 보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래도 최선을 다 해 보자 싶어 수술하기로 결정 했을 때는 이미 수술 시기를 많이 놓쳤었습니다. 그래서 수술도 힘들게 했고 허벅지로 링거를 맞아 다리가 소아마비처럼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심하면 폐렴에 걸려 집 보다는 병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정밀검사를 해 보니 한쪽 폐의 허파꽈리가 자라지 않고 세균성 물혹이 되어서 그렇다고 수술을 하자고 해서 폐도 일부 잘라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보지도 못 했고 생존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도 남들보다 2년이나 늦게 입학 했었습니다.
처음 병원에서 상욱이에 관해 상담 받을 때 다운증후군의 특성상 심장문제, 갑상선, 그리고 면역이 떨어지고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강하게 박혀있어서 우리는 상욱이가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상담사나 특수교육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상담을 할 때 나는 항상 ‘과연 이렇게 교육을 받으면 얼마나 좋아질까?’ ‘이런 교육을 받으면 아이가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좌뇌발달, 우뇌발달용 교육을 시키면 지능이 얼마나 좋아지며 그럼 사회생활을 할 수는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물어보면 거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안하는 것 보다 낫다, 전문가들이 만들었고 남들도 다 한다.” 는 소리가 전부였습니다. 가뜩이나 남들보다 짧은 인생인 아이를 아무 결론 없는 교육을 시키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특수교육을 아예 안 시켰습니다.
사는 순간순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즐거워하면서 살았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손가락질 안 받고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타고난 장애 때문에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문제인 것이고 상욱이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그러니까 그렇지!” 하는 일만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말 하는 법, 어른들에게 인사하기, 억지 안 부리기 등등 우리가 느끼는 대로 교육 시켰습니다. 어디에도 이 아이들에 관한 가정에서의 교육지침서가 없었습니다. 그냥 교육의 비전문가인 우리가 집에서 하는 생활에 관한 즉흥적인 교육이 상욱이 교육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면역을 키워서 좀 덜 아프게 하기위해 운동을 생활화 했습니다. 여러 가지 시켜보고, 선생님께도 맡겨 봤는데 다 잘 안됐습니다. 그러다가 태권도를 시켜 봤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물론 선생님을 잘 만난 이유겠지만 심장수술로 인해 앞으로 볼록 튀어나왔던 가슴도 들어가고 감기도 적게 걸리고 나중에는 2품까지 따면서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처음으로 남들에게 자랑할 일이 생긴 것입니다. 승단시험을 준비하겠다는 태권도 사범님 말씀에 나는 비관적이었습니다. ‘왜 안 되는 일을 하려고 하지? 괜히 장애아동을 가르쳐서 승단시험까지 내 보낸 훌륭한 사범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닐까?“ 등의 비뚤어진 내생각의 근원은 내 생각의 깊은 곳에 ’이 아이는 안 돼. 아무것도 못 해!‘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 것 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왜 못할까? 왜 그럴까?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본적도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동안 만났던 복지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내가 주장하는 이야기들은 거의 자기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렇겠죠. 당연히 복지가 전공인 사람들의 대상이 이 아이들이고 또 당연히 자기 직업인데 연구와 관찰을 많이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결론은 이 아이들은 안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만났던 특수교사, 부모들 모두 이 아이들의 무용론이 주로였고, 발전이라는 개념은 그냥 시키는 대로만 잘 적응하는 것에 국한 되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나에게 “이 아이들은 안 되니 이 아이들의 인권이니, 능력을 개발하면 쓸모가 있니 등등 이야기 하지 말고 잘 보살펴 주는 복지 시설을 만드는 게 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다.“ 라는 걸 설득하기위해 참 많은 노력들을 하셨습니다.
과연 그 분들은 뭘 시도해 보고 안 된다고 판단하였을까요? 왜 가능성을 보고 노력하는, 이 아이들의 억울함을 덜어보려고 하는 사람마저 자기들이 전문가라고 못하게 설득 하려할까요? 지금 특수교육에 다운증후군을 위한 교과서와 교육지침이 있습니까? 의무교육기간 동안이라도 말입니다. 특수교육에 자폐의 종류는 얼마나 분류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교육지침이나 방향이 있을까요? 그냥 특수교사 한 분이 각 종류의 다른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데리고 일반 교과서로 수준을 낮춰서 돌봐줄 뿐입니다. 그런 게 교육인가요?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으면 그에 맞춘 교육지침이나 목표, 그리고 최소한의 교과서라도 만들어 놓고 의무교육을 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요? 교육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가정하여 교육을 아예 안 하는 게 도대체 어떤 경우 인 것 입니까? 일반아이들도 교육을 전혀 맞지 않게 시키고 이 아이들처럼 아무것도 안 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인간성이란 말을 씁니다. 그 인간성이 무엇일까요? 네이버 철학사전에 ‘인간이 가지는 본질, 인간다움을 말한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말하는 것이겠죠. 결코 기능적인 우월성이 인간성의 전부는 아닐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인간은 로봇보다 떨어지는 종자입니다. 컴퓨터보다 기억력이나 적용능력이 떨어지지요, 차 보다 느리지요, 날지 못하지요, 로봇보다 다 떨어집니다. 물론 동물들보다도 말입니다.
인간에게는 인간성이 있기 때문에 타 동물보다 뛰어난 것입니다. 인간은 무리지어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입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교육은 처음에 소통과 사회적응 등 인간의 본질에 맞춰 만들어졌고 그걸 기초로 그 다음에 기능적인 것이 첨가 된 것입니다. 그러다가 차츰 물질경제가 발달하면서 개인주의가 되고 교육에 공동생활에 관한 교육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없어지다시피 한 것입니다. 학교, 학원, 컴퓨터 등 교육 시킬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기능적인 교육만 시키고 소통이나 예절, 예의 등의 교육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제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기능의 전수이자 정보의 전달인 것입니다.
우연히 우생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18 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 활발히 진행되던 시기에 급격히 발달한 물질문명을 배경으로 프랜시스 콜턴의 ‘우생학’이란 잘못된 과학이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금 유전학의 근원인 우생학은 사람의 가계를 분석하여 우성가계와 열성가계를 구분 우성가계는 번식시키고 열성가계는 단종을 시키자는 학문인 것입니다. 그 영향으로 그 당시 미국에서는 강제 낙태법도 시행이 되었고 나치는 수십만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2차 대전 당시에는 독일의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에서 인간을 생체 실험하는 만행도 저질렀던 것이다. 그 유명한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일본의 생체실험인 마루타 등이 우생학의 피해였던 겁니다.
참 교만한 학문이 바로 우생학인 것입니다. 인간을 인간이 인간으로 적합한지 아닌지를 평가해서 종자를 없애고, 번식시킨다는 정말 교만의 극치에 달하는 학문인 것입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끼리만 결혼시키고, 키가 크고 얼굴이 예쁜 사람끼리만 결혼시키면 이세상은 외모가 뛰어나고, 지능이 높은 사람들만 살게 된다는 단순논리는 나름 그럴 듯 해 보입니다만 과연 그러면 이 세상이 좋아지는 걸까요? 행복해지는 걸까요? 인간을 기능의 일부인 지능으로 평가하고 또 기능이 떨어진다고 멸종을 시킨다는 발상은 과연 인간으로서 온전한 발상일까요? 그런데 그 학문이 과학이라는 미명아래 사회의 전반을 지배한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아이들은 남다르게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버려지게 되어버린 겁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격리 수용이 목적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적인 투자가 될 까요?
교육의 목적이나 내용이 있기나 하는 걸 까요? 병아리 감별을 해서 감별된 병아리는 죽여서 사료로 씁니다. 이 아이들은 그래도 사람의 형태로 타고났으니 죽이지는 못하고 어릴 때는 부모가 데리고 돌보다가 나중에는 어딘가의 시설에 넣어 수용 당해서 평생을 살다가 죽습니다. 자기의 특성이 뭔지, 자기의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강제로 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게 그 사람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중의 복지제도입니다. 과연 그것이 누구를 위한 복지제도 입니까? 제가 거칠게 표현을 해서 거부반응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아름답게 표현해 봤자 사실이고 두 손으로 하늘 가리기입니다.
그렇게 교육은 시켜보지도 않고 무탈하게 관리만 해 놓고는 안 된답니다. 도대체 이 아이들에게 뭘 시도해 봤는지?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도 않고 그냥 안 된다는 이야기만 계속 합니다. 그리고 부모에게도 주변 친지들에게도 자기들이 전문가 이고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안 된다고 세뇌시켜 버립니다. 그러다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는 특별하다는 겁니다.
이 아이들 관련한 산업은 이미 거대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산업의 최종목적은 격리 보호수용입니다. 거기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 또한 ‘수용해서 관리하기 좋은’ 이 목적일 겁니다. 일하기 편해야 하니까요. 정책 입안자나 특수교사나 복지사 등등 관련자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심지어는 부모들조차 마찬가집니다. 결국 이 복지제도는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복지제도가 아니라 그들을 관리 수용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위한 복지제도 인 것입니다.
그러고는 의식이 있다는 복지사들이 모여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자, 이 아이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주자고 합니다. 이 아이들의 교육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끔 되어있지 못한데 이 아이들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합니까? 아무 경험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한 아이의 의사가 존중되나요? 어떤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보도 있어야 하고 그 결정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이해가 되어야 하는 거지 그냥 선택하는 것은 막말로 눈감고 복불복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걸까요? 어릴 때부터 교육으로 선택이나 의사 결정 할 능력을 만들어 주고 의사결정권을 줘야 하는 겁니다. 근본부터 달라져야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저는 상욱이가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특별하게 타고난 게 아니고 남들보다 특별한 과정을 겪은 겁니다. 심장 수술, 폐 수술로 인한 특수교육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아예 특수교육을 못 시키고, 안 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생활교육, 예의교육에 치중하게 되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시켰을 뿐입니다. 그리고 의사결정을 할 때 꼭 이유를 물어봅니다. (주로 놀러가거나 외식할 때 하긴 하지만) 그리고 존재감과 프라이드를 세워줍니다. ‘네가 없으면 어떡할 뻔 했니?! 진짜 잘 한다.“ 등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시키면서 그냥 툭 툭 칭찬을 던집니다. 그게 이 아이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겁니다. ”잘 한다, 대단하다" 칭찬에 2~3시간씩 책을 소리 내어 읽고, "멋있다, 근육이 생기는데~" 소리에 2시간씩 7번에 나누어 팔 굽혀펴기 50번씩, 윗몸일으키기 50번씩, 누워서 다리 올리기 50번씩, AB슬라이드 40번씩을 땀을 뻘뻘 흘리며 합니다. TV 요리프로그램을 보면서 “맛있겠다. 상욱이도 잘 할 텐데~”하면 볶음밥도 하고 설거지도 합니다. 이게 특별한 가요? 이게 특별하다면 아마 모든 아이들이 다 특별 할 수 있을 겁니다.
FAIR라는 것은 같은 조건을 맞춰주고 같은 대우를 해주고 나서야 말 할 수 있는 겁니다.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FAIR한 교육을 시키고 대우를 해 주자는 겁니다. 교육이 필요한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 맞는 교육을, 직장을, 삶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이 아이들이 쓸모가 있니 없니 를 이야기 해 보자는 겁니다. 자기가 못해서 말 듣는 것은 그래도 참을 수 있지만 타고난, 자기의 잘못이 아닌 조건으로 소외받고 버려지는 것은 정말 참으면 안 되는 겁니다. 내 자식들의 문제는 그들의 잘 못이 아닌 사회의, 부모의 잘못으로 인 한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잘못을 되돌려 놓을 노력들을 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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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으로 자랐네요.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방법의 차이지 ^^
상욱이부모님~아들로 태여나줘 이렇게 특별한것이죠
두분 애 마니 쓰셨어요
어느 아이나 다 특별하지 않나요?
다들 자식키우는 방법이 상황에 따라 다 다르잖아요.
자기 자식만큼 특별한 것은 다 마찬가지 라고 생각합니다.
상욱이 특별하지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칭찬과 인간에 대한 예우,
그 바탕엔 사랑과 무한한 신뢰가 깔려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