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춥지 않고 해서 둘레길 걷기도 할 겸 옛 초등학교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점심을 먹고 지하철 금호역에서 내렸다.
금호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두산 아파트가 보인다.
이 아파트 뒤로 올라가면 둘레길이 나오기에 그 길을 걸어 초등학교로 가기 위해 두산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1993년도에 준공된 이 두산 아파트는 금호산을 뒤로 하고 정남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아파트 단지이다.
이 아파트가 건립되기 전인 1990년대에 방영되었던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의 배경이기도 했던 이 지역은 경사도가 매우 높은 곳에 있는 재래식 주택을 철거하고 재개발 하여 아파트를 지었는데 역세권이며 교통이 매우 편리해서 꽤 인기가 있는 아파트단지이기도 한 곳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오고가는 길 자체가 등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아파트 맨 뒤쪽에 있는 아파트는 산보다 더 높이 솟아 있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가는 주민들은 대부분 단지내를 운행하는 마을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다.
아파트 뒤로 올라가면 응봉근린 공원인데 이 공원에서 좌측으로 가면 남산 둘레길, 오른쪽으로 가면 금호동 대현산 배수지공원으로 향하는 둘레길이다.
아파트 뒤로 둘레길로 올라가는 길은 대부분 계단으로 만들어져 있다.
중간 지점에 이 곳을 재개발 하기 전의 달동네 모습 사진이 공원에 새겨져 있다.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면 산 정상이다.
산정상에서 시내 전경을 바라보노라니 오늘 미세먼지 조차 없이 청명한 날씨 덕분에 을지로 6가 내가 다녔던 중.고등학교자리에 세워진 두타빌딩 건물이 똑똑히 보이고 북한산이 바로 눈앞에 와 닿는다.
나는 오늘 산꼭대기에서 내가 살았던 논꼴 부근에 있는 대현산 배수지 공원 쪽 둘레길을 택하여 걸었다.
대경상고 정문을 지나 금호동 고개 정상에 도달해서 금호동 로타리 쪽과 시내쪽을 번갈아 보면서 옛 생각에 젖는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저 아래 신당동에 위치하고 있는 청구초등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이 고개를 넘어가야 하는데 다리를 다쳐서 이 고개를 넘어갈 수 없어서 한달 가까이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한많은 이 고갯길이다.
그때는 이 고갯길이 무척 좁았으며 길 옆으로 낭떠러지가 있어서 자칫 발을 헛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길이었기에 절뚝 거리면서 도저히 통과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무서운 길이었다.
그래서 그 이듬해 금호초등학교가 신설되어 새학교로의 전학 희망자 손들라고 할때 내가 제일 먼저 손을 들었지 않았던가!
그렇게도 무섭고 힘들었던 그 길이었는데 이제는 그 길 자체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고 저 아래에 넓은 인도가 잘 조성되어 있다.
금호동 로타리 부근 친구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의 옛 집은 모두 없어지고 이곳에도 높은 아파트가 지어져 있으니 영 딴 세상 같다.
로타리가 있었던 금호동 5거리에는 파출소와 우체국이 옛 그대로 남아 있어서 다행이지만 엣날 맘대로 걸어 다녔던 곳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으니 보행 신호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고 번거롭고 아주 불편하다.
드디어 금호초등학교 앞에 도착했다.
이곳 금호 초등학교에서 나는 첫회 졸업생 즉 제1회 졸업생이 되었다.
꼭 60년전 이 학교로 전학을 와서 1년간 다닌 학교이다.
그 당시 정문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넒기도 하였지만 큰 길에서 아주 많이 걸어서 들어갔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좁아 졌는지 모르겠다.
내가 1953년도에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에는 청구 초등학교로 되어 있었지만 청구학교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서 길건너 장충초등학교를 반으로 나누어서 청구 초등학교가 세들어 살고 있다가 그해 7월27일 휴전 협정이 조인되어 미군이 철수 한 다음해 3월부터 나는 청구초등학교에서 5학년까지 다녔고 6학년 1년간을 금호 초등학교를 다닌 결과 1회 졸업생이 된 것이다.
60년전에 보았던 정문과 현재의 시각으로 보는 정문이 이렇게 다르다.
이것이 세월이 만들어 놓은 시각의 차이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