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마음 눌러 내리고 화두를 들라
<48> 부추밀에게 보내는 대혜선사의 답장 ①-5
[본문] 다만 망상으로 전도된 마음과 사량하고 분별하는 마음과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마음과 알음아리로 이해하는 마음과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시에 눌러버리고 다만 눌러버린 곳에 나아가서 “스님이 조주(趙州)화상에게 묻되 개도 또한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화상이 말하기를, 없다(無)”라고 하는 화두를 보십시오. 다만 이 한 글자는 허다한 나쁜 지식과 나쁜 깨달음을 꺾어 없애는 무기(器仗)입니다.
[강설]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위에서 지적한 마음들을 다 가지고 있다. 간화선이란 그 모든 마음들을 다 눌러 내려버리고 바로 그곳에서 화두를 드는 것이다. 눌러 내린다고 해서 달리 무슨 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화두만 제대로 들면 그 모든 종류의 마음들은 한꺼번에 사라진다. “스님이 조주(趙州)화상에게 묻되 개도 또한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화상이 말하기를, 없다(無)”라는 것이 소위 무자(無字) 화두다.
이 무자 화두는 우리나라의 고려 보조지눌선사의 영향으로 가장 많이 드는 화두가 되었다. 역시 이 서장이 강원에서 교과서로 공부하는 교재가 되어 있으므로 그 영향은 참으로 크다. 그래서 수많은 화두 중에 가장 많이 선호한다.
순간순간 이끌어오고 들어보라
천리의 일 서로 방해되지 않아
[본문] “있다, 없다”라는 이해를 갖지 말며, 무슨 도리가 있다는 이해를 갖지 말며, 의식으로 사량하고 헤아리지도 말며, 눈썹을 치켜들고 눈을 깜박이는 곳을 향하여 집중(垜根)하지도 말며, 언어의 길에서 살 궁리도 하지 말며, 일없는 껍질 속에 숨어 있지도 말며, 화두를 드는 곳을 향해서 알려고도 하지 말며, 문자를 이끌어 증명하지도 마십시오.
다만 12시 행, 주, 좌, 와 안에서 순간순간 이끌어 오고 순간순간 들어보십시오.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이르대, 없다”라고 한 것을 일상생활을 떠나지 말고 시험삼아 이와 같이 공부를 지어보면 날이 가도 달이 감에 곧 스스로 보게 될 것입니다. 일개 군의 천리의 일이 모두 서로 방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강설] 이 단락에서는 흔히 무자십종병(無字十種病)이라고 하는 무자 화두를 드는데 일어 날 수 있는 열 가지 병중에 여덟 가지가 소개되었다. 화두를 들다보면 온갖 여러가지 분별심이 일어나고, 이리 저리 궁리를 많이 하게 되어 본문에서 열거한 그와 같은 망상이 일어 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간화선 공부는 부처의 생각도 성인의 마음도 붙어서는 안 된다. 그 모두가 망상이며 번뇌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무자 화두만을 철저히 들고 또 들어서 자신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조차도 느낄 수 없는 일념의 경지에 이르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회생활을 하거나 정치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일체의 일이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고 일상생활 그대로가 도가 될 것이다.
[본문] 고인이 말씀하였습니다. “나의 이 순간 이 자리는 살아있는 조사의 뜻이다. 무슨 물건이 있어서 능히 그것을 구속하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만약 일상생활을 떠나서 따로 나아갈 곳이 있다면 이것은 물결을 떠나서 물을 구하는 것이며, 금 그릇을 떠나서 금을 구하는 것입니다. 구할수록 더욱 멀어질 것입니다.
[강설] 명명백초두 명명조사의(明明百草頭 明明祖師意)라는 말이 있다. 눈앞에 보이는 분명하고 분명한 사물 하나하나가 모두 조사의 깨달음의 경지라는 뜻이다. 일상생활 그대로가 진리의 삶이며, 부처의 삶이며, 조사의 삶이다.
만약 일상생활을 떠나서 따로 깨달음 세계와 진리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큰 모순이다. “마치 물결을 떠나서 물을 구하는 것이며, 금 그릇을 떠나서 금을 구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출처 : 불교신문 201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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