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김재은 교수에게는 각별한 선배가 있었다. 그의 주치의였던 고 박문희 원장이다.
내가 국립정신병원에 재직할 때 원장으로 계셨기에 나도 잘 아는 분이다.
당시만 해도 척박한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늘 앞장섰기에 따르는 후배 의사들이 많다.
한 마디로 정신의학계의 거목이었다. 그런 분이 어느 날 김재은 교수에게 전화를 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김교수! 인자 내가 안 보고 싶제?"
평소라면 "어이, 김교수! 점심이나 같이 하세" 라고 호쾌하게 후배를 호출할 사람이었다.
결코 자기 감정을 쉽게 내비치는 분이 아니었다. 그런 선배가 느닷없이 자기가 더는 보고 싶지 않느냐니. 김교수는 순간 멍해졌다.
선배님이 많이 약해지셨나? 몹시 외로우신가? 그 동안 소원했던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대답했다.
"네 곧 찾아 뵙겠습니다. 안 그래도 찾아 뵈려고 하던 터입니다."
그리고 일 주일 후 김교수는 박 원장의 부음을 들었다. 일 주일간 이 핑계 저 핑계를 들며 곧장 찾아 뵙지 않은 것이 김 교수에겐 통한으로 남았다.
이 일을 얘기할 때마다 김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연다. "내 평생 후회를 가심에 안고… "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찾아가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야 한다.
젊을 때 같으면 내일로 미뤄도 되지만 중년에 이르면 생각나는 대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내가 보고 싶은 그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전화 한 통으로 만날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도 없다.
이 나이가 되고 보면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나는 연구실로 출근하면 컴퓨터부터 켠다. 이 메일을 확인하고 곧바로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데 어느 날 한 친구의 생일이라는 알림이 떴다. 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는 몇 년 전에 타계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친구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메시지를 남겼다. 생일 축하하네. 그 동네도 살만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