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설명(산행지/지도):출처//한국의산천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월류봉
충북 영동군 황간면 일대는 금강 상류의 한 줄기가 굽이쳐 흐르면서 그윽한 산수의 풍광을 연출한다. 황간에서 서북방으로 2Km 지점에 우뚝 솟아 있는 월류봉 밑 일대의 절묘한 산수를 가리켜 그중에서 여덟 경승지를 꼽아 한천팔경이라 한다. 한천팔경의 제1경은 월류봉이다.
월류봉은 절벽이 공중에 솟아, 높고 수려하며 그 봉우리에 달이 걸려 있는 정취는 진실로 아름답다. 또한, 깎아 세운 듯 똑바로 서있는 월류봉 밑을 맑은 물이 휘어 감아 돌고 있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하다. 달님도 쉬어간다는 층암절벽의 월류봉은 그 아래로 맑은 물이 휘감고 있어, 우암 송시열(1607~1689) 선생도 한천정사를 지어 이곳에서 강학을 하였던 곳으로 유명하며 한천팔경은 동국여지승람에서부터 비롯된다. 동국여지승람의 문헌상 기록은 심묘사의 사내팔경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천8경은 월류봉, 화헌악, 용연동, 산양벽,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으로 어우러져 있으며 우암 송시열의 사랑을 받았던 명승지로도 알려져 있다. 한천8경의 중심부는 제1경인 월류봉 일대다. 봉긋한 기압절벽으로 이루어진 월류봉의 의연한 자태 아래로 맑은 강물과 깨끗한 백사장이 펼쳐져 잔잔한 운치를 자아낸다. 봄꽃 또는 가을 단풍으로 수놓아진 월류봉을 화헌악(제2경), 월류봉 아래의 깊은 연못을 용연동(제3경)이라 일컫는다. 월류봉 일원은 한나절을 즐기기에 알맞은 공간이지만 하룻밤쯤 묵으면 더욱 감회가 새롭다. 월류봉(月留峰)이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달뜨는 밤 월류봉에 걸린 달과 그 달빛이 비쳐내리는 강변 풍치가 그윽한 낭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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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달이 머문 산 충북 영동 황간 월류봉(400.7m)
월류봉은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에 솟아 있는 해발 400.7미터의 봉우리다. 이름 뜻 그대로 달이 머문다는 이 봉우리는 달이 머물러 갈 만큼 아름답다는 뜻일 테다. 하물며 이곳에선 달이 서쪽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능선 모양 따라 서쪽으로 흐르듯 달이 머물다 사라진다고 한다.
그리 높지 않지만 빼어난 비경을 지닌 월류봉. 영동 한천팔경이라는 것이 이 월류봉의 곳곳을 세분화하여 일컫는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모양이다. 한천팔경 중에서도 산세가 빼어나고 준수한 면모를 지녀 첫손에 꼽히는 월류봉이 당연지사 1경이라면, 3경인 용연동은 월류봉 아래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소를 지칭한다. 4경 산양벽은 단애 이룬 월류봉의 기암절벽을, 8경은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즐겨 찾던 명승지 월류봉을 감상하며 머물렀다는 한천정사를 말한다.
영동역에 내리자마자 낯익은 전경이 펼쳐진다. 택시를 타고 산행 들머리로 향한다. 기실 황간역이 월류봉에서 제일 가깝지만 황간은 기차가 자주 머물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산행 들머리에서 20분 거리의 영동역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다.
전날까지 이어진 한파는 길까지 얼려 놓았다. 12월 중순경이면 곶감축제를 여는 영동지역인 만큼 가로수는 물론 집집마다 감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비단 곶감뿐일까. 포도, 사과가 유명한 영동의 풍경을 과실나무가 풍요로운 조용하고 아늑한 동네로 뇌리에 새기며 산행 들머리를 찾아 소내마을로 들어선다.
마침 마을 어르신들이 마실 나와 달콤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겨울다운 한파로 움츠렸던 몸을 포근한 햇살 아래에서 녹이고 있었다.
"월류봉 등산하러 왔는데 산행 초입이 어딘지 아세요?"
"바로 여기지. 여기로 많이 다녀. 관광버스 타고 한 차로 대거 몰려오기도 해."
옳거니, 바로 눈앞에 표지기가 보인다. 마을 입구에는 '忠州朴氏世居地之碑(충주박씨세거지지비)'라 적힌 비가 세워져 있다. 여느 때와 같이 제일 멋들어진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어르신들은 단번에 사시사철 아름답다고 월류봉을 으뜸으로 치켜세운다.
"여기서 보면 토산이지만 반대편 강가에서 보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봄여름에는 신록이 우거져서 아름답고 가을에는 단풍 때문에 아름답지. 관광지가 따로 생겼을 만큼 좋아. 드라마 <해신> 촬영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괜히 달이 머물다 간 산이겠어?!"
그런데 겨울산 정취에 대한 칭찬이 좀 미미하다. 연신 좋다고 자랑이 끊이지 않으면서도.... 그렇다면 직접 확인을 해보자.
외길로 잘 나 있는 순탄한 오르막을 오른다. 반짝 반짝 빛나는 햇살 머금은 산길 걷기를 30여 분, 금강 상류 지류인 초강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측 북동쪽으로는 영동역에서 소내로 들어서는 내내 눈길을 끌던 백화산 표성봉(933m)이 우뚝 솟아 있다. 따듯한 물 한 모금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월류봉을 완성하는 연봉들을 탐방하기로 한다.
몇 미터 가지 않아 언뜻언뜻 시야가 열리던 것이 완연하게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오르면 '호랑이사랑바우'라 불리는 암괴가 있을 거라는 말에 발걸음을 재차 옮긴다. 기자의 눈으로는 호랑이의 형태를 찾아볼 수도 연유도 알 수 없었지만, 호랑이라는 이름처럼 연봉의 능선 상에 만난 호랑이바위는 산용의 우람한 자태를 뽐내며 포효하듯 그렇게 놓여 있었다. 과히 조망 또한 천하일품이다. 사방으로 막힘없는 월류봉 일대의 파노라마가 눈앞으로 펼쳐진다. 충청권과 영남권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와 살얼음이 언 초강천의 S라인. 산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관이 바로 이곳에 있다.
그만 황홀경에 빠져 길게 숨을 고른다. 한국철도산악연맹 구조대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준비했을 따뜻한 밥과 국물은 진수성찬보다 더 맛나다. 꿀맛 같은 점심과 함께 파도치는 산능선을 굽어본다.
"이제 이렇게 완만한 능선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이효기 부대장의 말에 다시 산행 채비를 마친다. 앞으로 어떤 풍광이 펼쳐질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부드러운 오르내림을 반복해 나간다. 호랑이바위에서 15분을 걷자 월류봉을 이루는 6개의 봉우리 중 유일하게 삼각점이 놓여 있는 곳에 이르렀다.
계속 전진이다. 6분여를 더 가자 월류봉을 이루는 또 다른 우뚝한 봉우리를 만났다. 이곳도 시원스런 풍모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조망지로서 빼어날 뿐만 아니라 기암과 수림이 이룬 조화는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싱그럽게 다가온다.
"여기가 사람들이 말하는 한반도 모양인가 봐요."
오병건 부대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초강천 건너로 원촌리 구릉성산맥이 한반도의 모양과 똑 닮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곳은 유일하게 산행 내내 햇빛 찬란한 양지 바른 장소여서 곳곳마다 묘지가 들어서 있는 명당자리이기도 했다.
10분을 더 진행하자 삼면이 트인 곳이다. 조망하기 제일 좋은 곳을 찾아 바위 턱에 올라 굽이치는 초강천을 바라본다. 강과 산, 깎아지른 기암과 월류봉 자락에 오롯이 자리한 정자가 한데 어우러져 월류봉의 풍치를 더한다.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뒤로 하고 (주)에넥스 공장 뒤편 임도로 떨어지는 하산길로 접어든다. 경쾌한 내리막길이다.
산행길잡이
소내마을 초입-(35분)-호랑이사랑바우-(15분)-월류봉 삼각점-(30분)-약 377m봉-(30분)-원촌리 90번 지방도 지선 도로
한천팔경 중 첫손에 꼽히는 월류봉은 빼어난 설경을 간직한 산으로 소문난 산이다. 이러한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소내마을에서 30여분을 오르면 금새 월류봉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산행 내내 이어지는 아름답고 시원스런 풍광은, 한천팔경으로 지정한 것 대부분이 월류봉의 부분 내지는 주변을 일컫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에서 발원하는 초강천의 굽이치는 풍치와 월류봉을 이루는 기암절벽의 웅장한 경관을 보노라면, 그 옛날 우암 송시열이 풍류를 즐기기에는 제격이었던 장소였다는 사실 또한 단번에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수림과 강변, 기암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사시사철 산수가 빼어난 산이다.
산행코스는 넉넉히 반나절 산행으로 충분하여 부담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소내마을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대체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곳곳에 바위길을 지나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아 초보자들이 손쉽게 산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