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이 추석 끄트머리에 포항에서 만나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며 가까운 곳 몇 군데를 여행 하면서 우애를 돈독히 하였습니다. 나이들이 있어서 모두 백신접종을 완료했으며 방역수칙도 철저히 지켰답니다.
첫째날 삼사해상공뭔
전국도처에서 모여든 일행들은 여장을 풀자마자 전망 좋은 까뻬를 간다면서 계속 북진해나갔다. 바닷가 어촌마을을 몇 차레 지나는 동안 마음속으로는 ‘마을로 들어가서 바다를 끼고 걸으면 좋으련만...’했으나 내 취향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가리항은 명칭이 특이해서 가보고 싶었고 서핑하기에 좋다는 월포리해수욕장도 가보고 싶었으나 그냥 지나쳐서 아쉬웠다. 그리고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도 그대로 지나쳤다.
한 시간 가량 달려서 영덕군 삼사해상공뭔에 도착했다. 일단은 등나무 그늘막에 들어가서 한숨을 돌렸다. 사방이 훤히 트인 언덕진 곳에서 바라보니 그야말로 동해의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새파란 하늘과 쪽빛바다가 수평선을 경계하여 맞닿아있었다. 툭 트인 바다풍경을 모처럼 마주한 일행들은 너른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어디로 내려가면 수중생태학습장이 있다는데 포기하고 차편으로 전망대로 향했다.
둘째날
칠포해수욕장에서 칠포2리까지
동해일출을 보겠다고 벼르다 잠이 들었는데 중간에 자주 깨다보니 정작 늦게 일어났다. 형님과 함께 승용차로 칠포해수욕장으로 가다보니 중간에 붉은 구름 아래로 해가 미악 떠오르고 있었다. '아이고! 늦엏네!'하면서 칠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차문을 열지마지 모래사장으로 달려갔다. 아쉽게도 해는 이미 바다에서 한 자쯤 떠올라 있었다. 실은 붉게 물든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마중하고 싶었는데...
그런대로 해보기가 끝났으니 이번에는 해파랑길을 찾아나섰다. 대구교육해양수련원 뒤편으로 가니 마침 영일만 북파랑길 이정표가 있었다. 그놈의 해파랑길을 어서 걷고 싶은 욕심에 형님께는 '온다간다' 말도 안하고 냅다 그 길로 들어섰다. 모래사장을 벗어나니 산모퉁이로 올라붙는 급한 나무계단이 보였다. 그곳으로 단숨에 오르니 새파란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뒤돌아보니 칠포해수욕장으로 하얀 파도가 쉬임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동해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산길을 따라서 한참을 걸어가니 이정표에 해오름전망대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졸지에 해오름전망대를 가게 되다니...' 행복했다. 산모퉁이를 한참동안 더 걸어가니 어촌마을이 내려다보였다. 산기슭에는 SUV 차량과 Camping Car타고 캠핑족들의 천막이 이곳저곳 있었다. 속으로 '젊음을 멋지게 보내는구나'하면서. ‘나도 젊은 날 군수품 일색인 켐팽을 했었지...’회상했다. 마을사람에게 번지수를 물으니 칠포2리라했다.
운제산 오어사 가는 길
포항에서 유명하다는 낡고 시끄러은 집에서 물회를 먹고나서 운제산 오어사를 찾이갔다. 포항 시내를 거쳐가는 동안 포항제철을 지났는데 반세기 전 학생들 수학여행 인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어서 왕년의 본정통인 6거리, 5거리 등 시가지를 지나자 들판에는 벼들이 누르스럼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운제산 자락에 이르렀을 때 MoNe까페가 있어서 들렸다. 가을햇살을 온전히 받는 테라스에서 담소를 나누었는데 제라늄들이 귀를 기우리는 것 같았다.
유래가 재미난 오어사(吾漁寺)
커다란 호수를 끼고 몇 차레 산모퉁이를 돌고돌아 일주문을 지나니 주차장이 나타났다. 거기서 조그만 쪽문으로 들어서니 천년 고찰이 드러났다. 사찰의 유래를 보니 원효대사와 혜공스님이 내공을 겨루었던 것 같다.. 두 분이 맑은 호수에서 건져올린 물고기를 그대로 삼켜서 살아 있는 채로 ㄸㄲ로 나오게 했단다. 두 마리 중에서 한 마리만 살아서 나왔는데 서로 '내 물고기(吾魚)' 라고 우겼단다.
유래를 읽고 나서 운제산을 쳐다보니 정상으로 가는 절벽에 암자가 걸터있었다. 그곳 자장암으로 올라붙고 싶었으나 일정을 생각해서 참았다. 일행들은 걷기좋은 호수둘레길을 택했다. 출렁다리를 건널 때 사람들이 물속을 들여다보기에 따라했더니 커다란 물고기들이 입을 쩍쩍 벌리며 무얼 달라고 했다. 구경꾼 중에는 '크기가 상어만하다'고 한 사람도 있었고 '매운탕을 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고개를 조금 치켜드니 맑은 호수에 오어사 그림자가 내려와 있었다.
셋째날
월포리길 도전, 재도전
이른 아침 마음에 새겨둔 월포리를 가기 위해서 혼자서 길을 나섰다. 버스승강장을 찾지 못해서 걸어서 소동리까지는 걸어갔는데 '남은 길이 너무 멀어서'중간에 되돌아왔다. 아침을 먹고는 다시 재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덕장리 승강장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5000번 버스를 탔다. 버스가 잘 가고 있을 때 아내로부터 '일정이 바뀌었으니 Return'하라는 전갈을 받았다.
영일만 북파랑길 걷기
바다전망이 끝내준다는 칠포2리에 있는 DO NOT DISTURB까페에 들렸다. 통유리를 통하여 바라본 바다풍경이 정말 좋았다. 지층으로 내려가니 잔디가 깔리고 잘 꾸며진 조형물들이 그리스의 어떤 해안가를 연상케 했다. 나는 분위기도 분위기였지만 해파랑길이 궁금했다. 그래서 일행들과는 떨어져서 그 길을 찾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언덕빼기 아래도 길이 있었다. 그곳으로 간신히 내려가니 밀려드는 파도가 나를 반겨주었다.
비바람을 타고 밀려드는 하얀파도가 나무데크 밑까지 말려들고 나갈 때는 하얀거품을 몽돌들에 남겼다. 파도시진을 몇 차레 찍고는 오르막길을 올랐다. 먹구름이 검푸른 바다까지 드리운 가운데 가끔 빗방울이 사선을 그으며 떨어졌다. 한참을 걸었더니 마치 배모양을 한 해오름전망대가 바다로 나아가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올라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정표에 더 나아가면 오도, 사방사업공원이란다.
3수만에 월포리 해수욕장
여행 마지막 날에 내가 막판으로 '재수해서도 실패한 월포리해수욕장 한번 가봅시다'했다. 가는 동안 ‘아침에 처음은 걸어서, 재도전은 버스로 가다가’ 포기한 사연을 말하는 동안 궂은 비가 앞 길을 가로막는 듯 쏟아졌다. 기어이 월포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바다에서는 겅강한 사람들이 쏟아지는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밀려드는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한없이 부러웠고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버킹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