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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 한 장을 만들기까지] 수입해온 원목은 검수 과정을 거쳐 합판 공장 기계로 들어갔다. 기계라고는 하지만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처음 왔을 때는 물 밑에 구루마에다가 나무 씌워 갖고 우이찌를 감아 올리가꼬 ‘거두’카는 그 놀부가 박 탈 때 쓰는 톱, 그거 갖고 켜는 거를 내가 봤습니다. 그거 켜면 하루에 두 동가리 자르고 옆에 막걸리도 슬 먹어가면서 뭐 이래 쉬엄쉬엄...그때는 공장 규모가 작었기 때문에......”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나무를 켜던 시절에는 하루 작업량도 그리 많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많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하나 둘 편리한 기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기계 갖고 크레인카 들어올 리가 ‘케인쇼[?]’라고 기계톱이 있어요. 그것가 커팅 하는 거는 그냥 뭐 칼로가 무 자르기 식이지.” 합판 규격에 따라 나무 길이를 자르기를 2m 50㎝로 자르거나 2m로 자른다. 합판 크기는 흔히 여덟 자 합판 즉, 8피트 합판과 6피트 합판으로 구분이 된다. 그렇게 나무 용도에 따라가 길이를 맞춰 잘라 주는 것이 합판을 만드는 첫 단계이다. 그렇게 자른 나무를 공장 안에 넣어주면 ‘로타리 기계’ 여러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기계에 나무를 넣으면 기계가 나무를 꽉 잡고 돌리면서 사과 껍질을 깎듯이 속까지 똑같은 두께로 얇게 나무 한 통이 깎였다. 나무가 정확히 원통형이 아니기 때문에 깎다 보면 겉에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부분들이 떨어져 나갔다. 나무 상태가 조금 불량한 것은 조각조각 떨어지기도 했다. 상품 가치가 없는 것들은 찢어서 회사 보일러에 넣어 불을 뗐다. 어느 정도 형태가 유지되면서 깎이면 그때부터 얇은 나무판이 쌓이기 시작했다. 질 좋은 나무를 ‘로타리 기계’에 넣고 깎으면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둘둘 말려서 나왔다. 깎인 나무를 ‘리딩’이라고 하여 다시 한 번 말아준다. 그렇게 말린 나무를 1단, 2단, 3단까지 기계에 올려서 다음 공정으로 가지고 간다. 둘둘 말린 나무가 기다리고 있는 순서는 ‘드라이어’라고 하는 건조 기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콤베아’라고 하는 쇠로 만든 그물망 위에 말린 나무가 쭉 펴지면서 건조기를 지나간다. 기계 안에는 뜨거운 열과 바람이 나와서 나무를 말려준다. ‘드라이어’의 길이가 짧은 것은 20m, 긴 것은 50m까지 된다. 50m짜리 기계는 길이가 길기 때문에 나무가 빨리 지나가고 길이가 짧은 것은 천천히 지나가면서 적절하게 말려주는 것이 중요했다. “두꺼운 거는 중간에 드가는 놈이고 말리는 거는 바깥으로 나오는 거. 흠 있는 놈이 두껍게 깍이는 거야.” ‘로타리 기계’에서 조각난 나무들은 따로 모아서 사람이 직접 드라이 기계에 투입을 해야 한다. 조각은 조각대로 두루마리는 두루마리대로 드라이 기계를 통과하면 함수율 15%의 일정한 기준을 가진 나무판이 된다. 나무가 잘 마르는 것도 있고 안 마르는 것도 있기 때문에 수종별로 드라이 속도를 달리해서 함수율을 조절했다. “나오면 찍는 거 있어, 함수율 빡 찍히는 거. 그것까 해보고 옛날에는 딱 찍어가 높으면은 벨이 막 울리거든. 울리면은 저짜 운전하는 사람이 속도를 딱 늦차 주는거라 천천히. 벨 누르는 거에 따라 더 빨리 돌리라 카면 더 빨리 돌리고 벨을 갖고 다 조절을 했다꼬.” 다 마른 나무판은 나오는 동시에 규격대로 ‘크립빠’로 자른다. 자를 때에도 원래 규격보다 2~3% 정도 크기에 여유가 있도록 자른다. 조금 여유 있게 잘라야 공정을 모두 마치고 정재단을 할 때 정확한 크기의 합판이 되기 때문이다. 잘린 나무판이 차곡차곡 쌓이면 예전에는 인력을 동원해서 성형 작업을 했다. 찢어진 곳에 테이프를 붙이고, 옹이가 있는 곳은 ‘빠찡’이라고 하여 옹이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잘라서 들어냈다. “옹이 들러내면 밑에 말짱한 거 꽂고 테이프 붙이 뿌면 합판이 깨끗해요. 그런게 이제 원목 손실을 방지하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 그때는 인건비도 헐코 사람도 많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거쳐 갖고 또 합치기 카는 데를 지나갑니다.” 나무 조각을 모아 말린 것은 두꺼운 나무판이 되어 합판의 중간에 들어가는 중판이 된다. 중판은 중판대로 따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 번거롭다. 예쁘게 두루마리 모양으로 말린 나무들은 질이 좋은 얇은 나무판이 된다. 합판은 두께가 다양해서 몇 장의 나무판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3프라이’, ‘5프라이’, ‘7프라이’ 등으로 달라졌다. “합판이 보통 홀수 프라이로 나가는데 1, 3, 5, 7, 9 이래. 보통 3프라이라 하면은 서로 다른 결로 십자형으로 세 겹을 쌓는다. 그래야 안 쪼개지고 강도가 쎄지는 거라. 그 다음에 5프라이는 밖에는 똑바르게 좋은 거 붙이고, 안에는 좀 두꺼운 거 중간에는 또 같은 방향으로 드가고, 7프라이, 9프라이....두꺼운 합판이 보통 보면 30미리까지, 특수하게 만들라 카면은 바둑판도 만들지.” “3프라이는 뭐 갑을판만 넣어주면 되는데 5프라이는 병판 카는기 있거든. 갑을판하면 을은 좀 못해도 개안은데 제일 우에 나오는기 갑이라. 병판은 중간에 들어가는 거. 7플라이는 병판이 두 장 들어가지. 중판 카는 거는 중간에 크로스로 엇갈리게 들어가는 거. 중판은 3프라이는 1장, 5프라이는 2장, 7프라이는 3장이고 그래야 나와. 그런기 사람들이 합치기 하는기 여자 직원들이 많이 하지. 지금도 여자 직원들이 하고 있어. 그런 건 가벼운 거니까. 손이 재빠르고 섬세하고 여자들한테 맞는거야.” 합판의 얼굴이 되는 가장 위쪽에는 갑판이, 제일 아래쪽에는 을판이 있다. 그 사이에 중판이 몇 장, 병판이 몇 장 들어가느냐에 따라 합판의 두께도 달라지는 것이다. 얇은 나무판을 요리조리 돌리며 포개어 놓는 ‘합치기’ 작업은 여직원들이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 다음 과정은 ‘스프레드’이다. 풀을 붙이는 작업으로 나무판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귀하신 몸 갑을판은 옆에 두고 중판에만 앞, 뒤로 풀을 듬뿍 묻힌다. 여기에 갑판과 을판을 한 장씩 양 옆으로 넣어주면 중간에 풀을 머금은 중판 앞, 뒤에 갑을판이 붙어 나온다. ‘스프레드’ 작업은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했다. 제대로 풀을 먹이는 일은 기계가 자동으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 넣을 때 보면 반대편에 거울이 있어. 구겨져서 들어가면은 바로 스돕이지. 바로 스돕 안해주서 막 들어가면 다 엉망이 된다꼬. 풀 묻어뿌면 안되거든. 그런 것이 백미러 있제 잘못되고 있으면 바로 멈출 수 있도록 반대쪽을 보여주는 커다란 거울. 사람은 기계 너머 있으니까 항상 거울보고 넣는 거야. 뭐 잘못되면 스돕, 막대기로 피고 마 그런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판이 100매, 200매씩 쌓이면 다음 공정으로 간다. “‘콜드 프레스’라꼬 있어요. 열압 과정 앞에 찹은 걸로 가꼬. 그때는 두툼하기는 엄청 두툼하지. 숨도 안 죽은 이불 있제 두툼하게. 거기다가 ‘콜드 프레스’에 넣어 뿌면 한 절반 이하로 나무가 눌러져.” ‘콜드 프레스’는 1차 압축이라 100매, 200매씩 지게차에 넣어 큰 실린더가 2~3개 달려있는 기계로 눌러준다. 1㎤당 몇 백 ㎏씩 눌러주는 기계로 ‘빼짱구’를 만들어 준다. 일정한 시간 동안 합판을 기계에 넣어두고 압축이 되도록 기다린다. 너무 짧게 눌러줘도 안되고 너무 오래 있어도 안 되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 측정이 필요했다. 그 다음은 ‘호트 프레스’. ‘콜드 프레스’에서 거의 두께가 일정하게 나온 합판을 열압방이라고 하는 곳으로 보내어 다시 한 번 압축을 시킨다. ‘호트 프레스’는 합판을 한 장씩 기계에 넣어줘야 했다. 합판을 넣는 기계 입구에 한 장을 넣으면 다음 칸이 올라와서 또 한 장을 넣는 식으로 50~60장을 넣는다. 높이가 10미터 이상 되도록 쌓아서 넣어주면 ‘호트 프레스’가 열과 압력으로 합판을 눌러준다. “그 다음은 재단인데, 보통 여서는 ‘따블쇼’라고 통하지. 따블쇼라고 하면은 톱이 두 군데 달려 갖고 그기 둥근톱 쪼께난 게 있다. 딱 넣으면 합판 정품 길이가 121㎝ 그럼 짝 자르고 나면 저짝으로가 팩 돌아가. 합판 길이가 242㎝ 딱 잘라. 그기 4피트 바이 8피트 큰기 있고. 작은 거는 3피트 바이 6피트니까 92㎝에 182㎝인가 그래. 그기 딱 합판이 되가 오면은 물론 별 탈 없이 되가 나오면은 샌딩에 드간다. 샌드 빼빠갖고 매끄리하게 닦았죠 인물 나도록. 합판이 색깔이 거무티티한 놈이 좀 더 고아지는기......” 그는 합판도 사람들처럼 성형을 한다고 말한다. 완성품 합판을 살펴보면 잘린 자국이나 옹이 자국 같은 흠이 있는 경우가 나오는데 그런 제품이 보이면 바로 성형에 들어간다. 쌓여 있는 합판을 한 장씩 살펴가며 여직원들이 흠을 찾는다. 흠이 나오면 들고 있던 ‘목빠데’라고 부르는 목분, 화장에 비교하자면 파운데이션 같은 것을 칠해준다. 건성건성 보는 것 같지만 이때 흠을 모두 잡아낸다고 한다. 그렇게 결함을 ‘목빠데’로 가리고 사포로 문질러 주면 언뜻 봐서는 전혀 표시가 나지 않을 만큼 흠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합판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지나가면 마지막으로 검사 라인을 지나간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체크를 해서 바로 등급별로 적재를 한다. 다시 한 번 손을 봐야 하는 불량품은 불량품대로, 낮은 등급은 낮은 것대로, 정품은 정품대로 최소 3~4등급으로 구분을 한다. 이렇게 등급이 정해지고 적재까지 되었지만 다시 한 번 상태를 점검해서 절단면에 구멍이 생기면 나무젓가락을 넣어서 구멍을 막는다. 이런 수정 작업도 이제는 모두 옛날이야기일 뿐 요즘은 모든 공정을 기계가 하는데 기계가 워낙 좋아서 불량품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성창기업 마크를 넣으면 합판 제조의 전 공정이 끝난다. 정신없이 기계를 돌리다보면 시간도 금방 지나갔다. 예전에는 작업 중에 슬쩍 나와 나무 그늘 밑 아무 데나 앉아 한숨 돌리면 그게 바로 휴식 시간이었다. 요즘은 오전 10시와 오후 4시에 20분씩 휴식 시간이 따로 있다. 이것저것 간식도 주고 다 같이 쉴 수 있어서 예전에 비해 훨씬 대우가 좋아진 것을 새삼 느낀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