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8 퍼스트 콘택트, 개체성과 감성에 관한 이야기
스타트렉8 퍼스트 콘택트를 봤다. 1996년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현재 스타트렉 비욘드가 상영 중이고, 196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스타트렉 드라마가 700편 정도가 된다는데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최초로 본 스타트렉이다. 나도 차~암 어지간한 갈라파고스풀한 유형인 셈이다^^;
따라서 영화 후기는 시리즈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이 영화 한 편에 스토리에 한정된다. 시기는 24세기. 보그족(유기체와 기계의 결합인종)의 침략에 대항하는 인간의 이야기다.
영화 중 대화 한 토막.
보그 퀸 "우리는 모든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합성물을 사용해서 (우리에게) 동화시켜 완벽체를 추구한다"
데이타(인간 편의 안드로이드) "너희는 집합체라서 개별적인 개체는 없다"
보그 퀸 "우리는 인간과 같이 결함있고 나약한 생명체를 우리의 집합체로 동화시켜 완벽한 면만 도출해낸다"
외계인 대 지구인의 대결이 아니라 전체주의, 국가주의 시각과 개인주의, 인간주의 시각의 충돌로 해석할 수 있겠다. 물론 우리와 그들 사이의 이분법적 양자 대결구도는 같지만 종족간 대결이 아니라 이념간 충돌로 해석하고 싶다는 뜻이다.
인간이 결함있고 나약한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결함있고 나약란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부정해야 하는가? '메멘토 모리' 반드시 죽는 존재임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잠언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니 늘 불안하게 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유한한 존재임을 깨닫고 겸손해지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야만 타인의 유한성도 발견하고 존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다.
완벽의 의미는 무엇인가? 신이 되겠다는 오만함이겠다. 백인백색의 개체성을 지우고 하나의 통일된 집합체를 꿈꾸는 보그족의 꿈은 파시스트의 꿈과 다르지 않아보인다.
오늘의 극심한 경쟁과 불안한 미래는 자신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거부하는 개개인의 생각이 전체적으로 같기 때문에 유발된 것 아닐까? 영화에서 감수성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피카드 선장이 "인간은 직접적인 접촉으로 사물과 더욱 가까워지지. 좀 더 현실적이거든"이라고 하는 장면은 현대인의 불안은 고립화 현상의 결과 아니겠느냐는 웅변으로 들렸다.
영화에서 안드로이드인 데이타는 감정장치가 있어 자의로 끄고 켤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우주선 내부를 수색할 때 피카드 선장은 불안해 하는 데이타에게 감정장치를 끄라 하고, 보그 퀸은 잡아온 데이타가 안드로이드라 의도대로 동화시킬 수가 없어 데이타의 감정을 이용하기 위해 꺼져있는 데이타의 감정장치를 강제로 켠다. 감정은 인간의 결함있는 나약함의 원인이자 인간의 상호협력을 가능케 하는 무한한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완벽을 추구하는 모순에 빠져있지 않는가?
에피소드 1.
미래엔 화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 인간의 삶의 동기는 부의 형성이 아니라 자아성취와 인류발전이라 한다. 인류발전은 낯설지만 자아성취는 친근하다.
먹고사니즘에 시간을 뺏기지 않는다면야. 요즘 웬만한 미래학자들도 화폐가 사라진다고 예견한다. 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사회란 필요한 재화를 추가생산하는데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재화를 얻기 위한 소득이 필요없다는 말이다.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하지만 나는 지금도 모자란 노후자금을 어떻게 벌충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떨고 있다. 내 머리와 가슴의 거리는 몇 백 광년인가.
에피소드 2.
피카드 선장을 비롯한 24세기 인간들과 보그족이 아폴론적이라면 21세기의 코크레인박사는 락 음악과 독한 술을 좋아하는 디오니소스적인 인간이다. 자아성취야 삶의 목적이랄 수 있겠지만 감성적 향유 또한 삶의 중요한 요인이다.
24세기 인간들에게는 코크레인박사가 최초로 우주인과 접촉 계기를 가져다준 우주개척사의 영웅으로 그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돈을 번 뒤 아름다운 열대섬에서 화끈하게 여자들과 즐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너무 영웅사관에 빠지면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