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의 성모동산 사건
전광진 엘마노
개괄
1985년 6월30일, 광주대교구 나주본당의 윤홍선 율리아(당시 40세) 소유의 성모상에서 이적현상들이 일어난다는 소문이 유포되기 시작하였다. 나아가 윤 율리아는 성모님으로부터 수많은 메시지를 받고, 마침내 성체의 기적까지 일어났다는 주장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소문은 국내외로 빠르게 전파되어 수많은 순례객들이 나주의 윤 율리아 성모상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국내 일부 본당은 대형버스를 동원하여 교우들을 나주에 순례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되자 나주는 한국에서 성모발현지로 갑작스럽게 부상하면서 해외에까지 유명하게 되었고, 병의 치유를 기대하는 수많은 환자들까지 몰려들게 되어 일약 한국교회의 큰 문제로 주목받게 되었다.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의 대처와 교지
나주문제가 크게 부각되자, 관할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1994년 12월30일 ‘나주 윤 율리아와 그의 성모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과 메시지에 대한 조사위원회’(위원장 김재영 신부 외 30여명)를 구성하여 사실 여부를 면밀하게 조사하게 하였다. 교구장은 가톨릭 신앙과 윤리에 관한 모든 문제에 있어서 유권적으로 판단할 책임과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교도권이라고 한다. 신앙의 진리는 완벽한 진실이어야 하기에 조사는 엄격하게 진행되고 그렇게 내린 결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1998년 1월1일 윤공희 대주교는 마침내 다음과 같은 교지를 발표하여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나주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다. “나주의 성모님 메시지는 인위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고, 성체의 기적도 신앙의 진리가 아니며, 여러 가지 기이한 현상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참된 신앙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윤 율리아와 그 추종자들은 모든 모임을 금지할 것이며, 신자들은 나주와 관련된 어떠한 모임에도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
광주대교구장 교지에 대한 율리아 측의 반응
광주대교구장의 교지에 대해 윤 율리아와 그 추종자들은 교지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였다. 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였다. 그런 와중에도 국내외의 순례객들은 계속해서 나주 성모동산을 방문하여 나주문제는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었다. 각 교구장들은 교구 주보나 여러 매체를 통해 신자들이 나주를 방문하지 말도록 권고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의 확인교지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가 은퇴하고, 후임으로 2000년 11월30일 최창무 대주교가 광주대교구장으로 임명되었다. 나주사건에 대한 윤공희 대주교의 교지발표 이후에도 윤 율리아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활동하였는데, 교구장이 바뀌면서 나주사건을 인정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나주와 관련된 미사와 기도모임이 계속되었고 유인물들은 더욱 확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1년 6월3일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나주사건에 대한 새로운 교지를 반포하면서 나주본당 윤 율리아와 그의 성모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과 메시지에 대한 윤공희 대주교의 교지를 교도권에 대한 순명 정신으로 받아들일 것을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강조했다. “나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신앙의 진실이 아니니 일체의 모든 모임을 중지하고 나주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사목적 지침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교회정신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며, 평신도는 교회공동체의 어떤 공적직책도 불가하고, 성직자들은 교도권에 불순종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광주대교구내에서 사목활동을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MBC 방송 PD수첩 보도와 관심고조
MBC TV 'PD수첩'은 2007년 11월13일 '기적인가, 사기인가-나주 성모동산의 진실' 편을 통해 나주에서 주장되고 있는 700여 건의 기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 후 교회 안팎으로 나주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폭되었고, 광주대교구는 가톨릭교회 안팎에 다시 나주문제에 대한 교구장의 교령을 환기시키게 되었다. 특히 방송에서 보도된 '맹인아이의 치유이야기, 치유효과가 있다는 윤 율리아의 소변인 율신액, 하늘에서 내려온 성체' 등은 도저히 신앙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광주대교구장의 파문 교령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2008년 1월21일 ‘나주 윤 율리아와 그 관련 현상들에 대한 교구장 교령Decretum’을 발표하고 나주성모동산 문제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렸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1. ‘나주 윤 율리아와 그 관련현상들을 신봉하는 이들’이 더 이상 가톨릭교회와 일치 화합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윤 율리아는 주일미사 참례, 판공성사, 교무금 납부, 금전출납현황보고 등을 거부하고 나주의 현상들을 사적계시나 기적으로 선전하면서 한국주교단과 한국교회를 비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윤 율리아의 경당과 성모동산에서 성사집행과 준성사를 주관하거나 참여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는 누구나 자동처벌의 파문제재를 받는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2. 윤 율리아를 추종하고 그 뜻을 굽히지 않는 광주대교구 소속 장홍빈 알로이시오 신부가 더 이상 광주대교구의 사제단과 일치 화합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합니다. 따라서 장홍빈 알로이시오 신부는 광주대교구 소속 사제가 아니며, 앞으로 미사나 어떤 성사집전도 할 수 없습니다."
가톨릭신앙은 개인적인 확신이 아니라 공적인 신앙이다. 교회라는 공동체의 신앙이 가톨릭신앙이며, 공적인 신앙을 확인하는 기구가 교계제도이다. 주 예수님께서 교회를 세우시고 신앙의 유지와 보존을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인 주교들에게 맡기셨다. 이것이 교도권이고 교도권의 판단이 공적인 신앙을 유지하고 보존한다.
개인의 신앙체험은 반드시 교도권의 인준을 받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마다 자기 신앙을 진리라고 주장하여 너도나도 새로운 교회를 세울 수 있다. 교도권의 정당한 결정을 거부하는 것은 가톨릭교회를 부정하는 것이다. 일찍이 마르틴 루터 신부가 교도권을 부정하고 루터교를 만들었고, 요한 칼빈이 교도권을 부정하고 장로교를 만든 것과 같이 교도권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신흥종교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시고 그 후계자들인 주교들을 통해 이어지는 가톨릭교회를 부정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예수님을 부정하는 것이다. 분열을 원치 않으셨기에 예수님께서는 사도들 위에 교회를 세우신 것이고, 분열은 인류에 천추의 한이 된 개신교의 분열로 족할 것이다. 나의 체험을 절대시하는 것보다 교도권의 가르침에 순응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교도권의 가르침에 순응하는 것이 바로 주님의 가르침에 순응하는 것이다.
주님, 저희에게 올바른 신앙을 주소서! 아멘.
첫댓글 위글 월간 레지오마리애 7월호에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