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도 발 뺐는데… 달갑지 않은 알래스카 초대장
[청구서 내민 트럼프] 美 '수익성 최악' 사업에 투자 압박
조재희 기자 조재현 기자 입력 2025.03.06. 01:00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수조 달러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에 ‘초대장’을 보낸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최북단에서 천연가스를 생산, 태평양과 접한 남쪽까지 가스관으로 수송해 2029년부터 아시아 시장에 팔겠다는 사업이다. 알래스카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세계 LNG 수입 톱 3인 한·중·일 3국에 수출한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추진됐다. 2023년 기준 LNG 수입 시장에서 중국(17.6%), 일본(16.5%), 한국(11.3%) 3국의 비율은 절반에 육박한다.
그래픽=양인성
LNG와 원유 등을 수출해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규모 수요처인 한국과 일본의 자금으로 알래스카 LNG를 개발하고, 안정적인 판매처까지 확보한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셰일가스 산지가 가까운 텍사스 휴스턴에서 한국과 일본까지 LNG를 수송할 땐 빨라도 3주, 파나마 운하가 막히면 한 달 정도 걸리지만, 알래스카에선 1주일이면 충분하다. 특히 규모가 큰 LNG 운반선은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기 어려운 탓에 아프리카 희망봉을 지나는 루트를 이용하면 45~50일까지도 소요된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미국으로선 아시아 LNG 시장을 두고 캐나다, 러시아와 경쟁하려면 알래스카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문제는 무엇인가?
프로젝트가 처음 제안됐던 2013년 국제 유가는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나타내며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컸다. 미국 최대 빅오일(Big Oil)인 엑손모빌을 비롯해 코노코필립스, 영국 BP 등이 자회사를 세우고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때마침 시작된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고,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이들 오일 메이저는 사업에서 철수했다. 결국 알래스카 주정부 소유의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AGDC)’만 남았다.
마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땐 활발하던 아파트 재건축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사그라지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대규모 액화 설비와 가스관, LNG 수출을 위한 저장 터미널 등의 건설이 필요한 LNG 프로젝트는 막대한 자금이 드는 사업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선분양과 같이 과거에는 20년씩 장기 계약을 맺는 거래처를 먼저 확보하고, 지분 투자까지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특히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극한 기후인 알래스카 최북단 프루드호베이에서 태평양과 접한 니키스키까지 1300㎞에 이르는 가스관을 연결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에서 수익성을 내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수조 달러까지는 아니지만, 가스관 건설에만 107억달러(약 16조원) 등 전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은 440억달러(약 65조원)에 이른다.
앞서 엑손모빌 등이 해당 사업에서 발을 빼던 2016년 당시,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우드매켄지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낮은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혹평했다. 정용헌 전 아주대 교수는 “알래스카는 1년 중 절반은 공사할 수 없는 기후인 데다 법인세율까지 높아 이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실무협의체에서 논의할 것”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우리 정부는 “최근 안덕근 장관의 방미 당시 합의한 국장급 실무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직 투자 여부를 결론 내기는 성급하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을 추진해야 할 기업도 마땅치 않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가격 급등에 직격탄을 맞으며 부채가 47조원까지 불어날 정도로 재무 위기가 심각해 추가 자금 조달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에너지 분야 민간 기업 또한 트럼프발 관세와는 큰 상관이 없는 데다 최근 경영 실적도 좋지 않아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제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근상 한양대 교수는 “극지방과 가까운 특성상 공사 비용, 운영 비용, 환경 비용 등이 지금 예상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고, 완성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LNG(액화천연가스)
우리나라에서 도시가스로 주로 사용되는 연료. LPG(액화석유가스)는 부탄의 경우 영하 0.5도, 프로판은 영하 42도에서 액화돼 캔에 압축해 쓸 수 있는 반면, LNG는 영하 162도까지 낮춰야 액화할 수 있어 대용량 수송과 저장에 더 적합하다. LPG는 유전·가스전 또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지만, LNG는 가스전에서 직접 시추한다는 차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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