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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한려해상)
바다둘레길2차 트레킹 안내
(통영/한산도-연대도-미륵도 트레킹)
○ 기 간 : 2014. 3. 29 ∼ 3. 30 ( 1박2일 )/진달래 만개 및 벚꽃 개화 시기
☞ 1차 트레킹 완료 2014. 1. 18. - 1.19
- 매물도/비진도/소매물도는 선박 접안 불가로 취소)
○ 출 발 : 3월28일(금) 밤11시 상동역 5번 출구
○ 대상인원 : 40명 (2월20일부터 선착순 접수)
○ 참가회비 : 17만원
○ 숙 소 : 통영 카리브 콘도 (5인 1실)
○ 식 사 : 1박2일 5식 외부 매식 ( 1식은 충무김밥 도시락 )
○ 세부일정표
▶ 1일차 (3 월 28일)
☞ 밤11시 상동역 5번 출구 백두여행사 전세버스 출발
▶ 2일차 (3 월 29일)
☞ 5시 통영 도착⇒아침식사⇒07시 거제 어구마을에서 한산도 출항(15분소요)⇒
07시30분 바다백리길 2구간/한산도 역사길 트레킹 (12km/4시간)⇒14시 통영항도착 ⇒ 15시 연대도 출항/4구간 연대도 지겟길(2.3km/2시간) ⇒ 18시 통영(미륵도 도착)
⇒ 저녁식사 후 자유시간
☺ 중식은 충무 김밥 (한산도 트레킹 중식)
▶ 3일차 (3 월 30일)
☞ 06시 기상 및 일출감상 및 산책⇒07시 아침식사⇒08시 미륵도 트레킹(1구간 달아 길/14.7km/5시간) ⇒ 13시 중식 ⇒ 14시 부천 출발⇒ 부천도착 저녁7시 전후
명품 바닷길 통영 100리
연대도 지겟길
연대도는 문패가 시를 쓴다네!
"이번에 취재하실 세 곳 중에서 연대도가 제일 볼 것이 없고 이야깃거리도 부족할 거에요."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김수정 계장이 연대도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운을 띄운다.
"그래요? 미리 알았으면 대매물도나 미륵도로 가는 건데! 하하하~ 그러면 사진을 정말 잘 찍어야겠네. 주기자, 신경 많이 써!"
"그라마, 오늘 내일은 땀 좀 흘리야 되겠네예~!"
웃고 떠드는 사이 우리를 태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행정선 '국립공원 101호'가 미끄러지듯 연대도 선착장으로 들어선다. 통영을 출발한 지 10여분 만이다. 난생 처음 발을 딛는 낯선 땅. 생경한 풍광에 적응하려 이리저리 부둣가를 살피던 이방인을 향해 연대도 에코체험센터의 이추문 간사가 인사를 한다. 이 간사는 이곳 연대도가 고향으로, 학교를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느라 뭍으로 나갔다가 얼마 전 고향을 지키기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양식장을 관리하고 체험센터 일도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릅니다. 연대도가 친환경을 대표하는 섬이어서 무엇보다 좋습니다."
에코아일랜드로 거듭난 연대도의 미래를 담은 듯한 밝은 미소의 이 간사를 따라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섬마을 특유의 담장에 파스텔톤의 컬러풀한 지붕들... 작지만 에게해의 보석으로 불리는 그리스 싼토리니 느낌도 난다.
6월의 연대도는 양귀비 천지
골목으로 들어서니 지금도 사용 중인 공동우물이 정겹고, 그 옆엔 할아버지 한 분이 막 수확한 마늘을 말리려 손질을 하고 있다.
"연대도의 대표적인 농작물이 마늘과 방풍나물, 두릅, 시금치입니다. 토종마늘이라서 크지 않지만 맛은 한국을 대표하죠!"
비스듬히 기운 골목길에서 마늘이 굴러내리지 않도록 배에서 쓰다 남은 밧줄을 이용해 울타리를 만들어 두었는데, 그 생각이 너무 기발하고 모양새는 예술품이 따로 없다. 마늘도 너무 맛있을 것 같다.
비스듬한 산비탈에 들어선 마을이라 모든 집에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바다가 잘 보이기는 골목을 걸으면서도 매한가지.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예쁜 마을이라니... 집집마다 그 집안을 소개하는 작은 안내판이 문패 대신 붙어 있다. 연대도 모양을 따라 만든 안내판은 그 내용이 무척 재미있다. 통영시에서 연대도를 에코아일랜드로 조성하면서 만든 것인데, 집집마다 안내판만 읽어보면 그 집안에 대해서 대략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문을 열고 무례하게 들어가는 것보다 안내판을 읽으며 상상해보는 것이 훨씬 큰 즐거움. 몇 집을 소개하면 이렇다.
'자연산 횟감이 매일 있는 어부의 집, 정치망 어업을 하는 서태동, 정상연 부부의 집. 민박도 합니다. 민화투를 즐기시는 이야무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연대도 산성교회. 생태사진을 잘 찍으시고, 연대도 닷컴 홈피 관리도 하시는 김명민 목사님이 계십니다.'
'솔숲 아래 첫 집, 우동선 할머니. 연대도 최고령자. 지금도 달리기는 동네에서 1,2등 안에 듭니다.'
'벽화가 있는 집, 한정복님. 연대도가 좋아서 아름다운 섬으로 살러오셨고 어느덧 주민이 되었습니다.'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화초를 좋아해서 목부작을 잘 만드는 이상동 어촌계장이 삽니다. 말이 없어서 답답할 정도지만 사람 좋은 집.'
'점빵집으로 불렸어요, 김채기 할머니댁. 연대도에서 유일한 점방(구멍가게)이 있었던 집.'
마을 맨 뒤에 새로 지어진 태양광발전소 입구엔 양귀비 붉은 꽃이 한창이다. 에코아일랜드로 선정된 후 꽃밭 조성을 위해 부러 심었단다. 꽃밭 너머엔 연대도의 자랑인 몽동해수욕장이 있다. 온갖 기이한 문양을 지닌 예쁜 조약돌이 수없이 깔려 파도가 칠 때마다 몽돌 구르는 소리가 신비롭다. 해수욕장 앞 바다엔 호빵처럼 생긴 내부지도가 떠 있다. 해수욕장 위 울창한 해송숲 아래 외딴 집엔 연대도 최고령자인 우동선 할머니가 홀로 산다.
선착장이 있는 옛 방파제 옆에 새로 만든 긴 방파제가 있다. 그곳에서 서쪽으로 손에 잡힐 듯한 섬이 만지도다. 얼핏 보면 연대도와 하나처럼 보인다.
"얼마 전 만지도를 잇는 다리를 세우려다가 연기 되었어요. 아마 올해나 내년쯤은 공사가 진행될 것 같은데, 그러면 두 섬이 하나가 되어 섬을 찾는 즐거움도 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때 다시 오세요!"
이 간사가 그리고 있는 연대도의 미래는 만지도가 포함되어 있다.
산딸기 때문에 자꾸만 느려지는 지겟길
어제 주 기자와 나를 내려주고 바쁜 업무 때문에 곧장 통영으로 돌아갔던 김수정씨가 지겟길을 안내하기 위해 아침에 다시 섬을 찾았다. '명품 바닷길 100리 통영'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한 실무자인 김수정씨는 창원이 고향이다. 그래 이 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연대도 지겟길은 옛 어른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이어서 붙은 이름이에요. 지금은 '화석연료 제로의 에코아일랜드'지만 옛날엔 모두 섬 안에서 나무나 풀 등의 연료를 구해야 했는데, 그때 지게를 지고 수없이 오르내렸던 길이죠."
선착장에서 폐교된 조양초등학교를 활용해 만든 '연대에코체험센터'로 가는 길은 해안 갯바위 위로 목재데크를 깔았다. 팽나무와 곰솔이 어울린 이 길이 여간 시원스러운 게 아니다. 때마침 희고 노란 꽃을 피운 인동덩굴이 기분을 한껏 들뜨게 한다. 연대에코체험센터는 화석연료에 대한 대안을 함께 고민하고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체험을 위해 조성한 것으로, 에코아일랜드인 연대도와 잘 어울리는 시설이다. 체험센터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섬 전체가 그러하듯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한다. 체험센터 옆엔 선사시대 유적인 패총(사적 제335호)이 있고, 앞으로는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고함을 치면 서로 들릴 것도 같은 학림도가 체험센터 건너편 풍광을 이룬다.
체험센터 주변은 묵정밭을 이용해 다랭이꽃밭을 조성했다. 샛노란 금계국과 붉은 양귀비가 만발했다. 그 사이사이로 주민들이 가꾸는 텃밭이 있다. 취나물과 방풍나물이며 감자 같은 작물과 각종 푸성귀가 빛깔 좋다.
"주변에 산딸기가 정말 많아요. 맛도 끝내주고."
어제 이추문 간사와 섬을 둘러보며 따 먹었던 산딸기 이야기를 하자 김수정씨가 지겟길 주변으로도 널렸단다. 아니나 다를까, 묵정밭 사이로 난 길을 들어서자마자 지천이다. 제대로 익은 산딸기가 금방 손바닥에 가득해진다.
오름길은 개밀이나 귀리 같아 보이는 풀밭 사이로 이어진다. 아래로는 울긋불긋 꽃밭이 펼쳐지며 바다와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곧 나무게단이 나오더니 중턱쯤에 허물어진 축대가 나타난다.
"이쯤에 전망대를 설치할 계획이에요. 경치가 멋있지 않나요?"
김수정씨의 말에 뒤돌아서니 과연 그렇다. 점점이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겹치며 보여주는 풍광이 그림 같다. 어느 게 어느 섬인지 구분이 어려운 자연스러운 어울림. 이쯤에 전망대가 들어서면 마을 주민들도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겠다.
콩짜개덩굴 군락지와 옹달샘도 지나
전망대 예정지를 벗어나자 주변은 숫제 밀림으로 바뀐다. 동시에 가두리 양식장을 오가던 통발선 소리가 끊기더니 산새소리, 바람소리만 오솔길을 걷는 취재진의 걸음에 섞인다. 해송을 휘감고 오른 덩굴식물과 닥나무, 자귀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윽고 나타난 이정표. '해변조망대 0.3km, 연대봉 정상 0.2km, 에코체험센터 0.8km, 연대마을 1.4km'라 적혔다.
"정상에는 무너진 봉화대가 있는데, 지금은 웃자란 나무들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해변조망대도 지금은 조망이 막혀서 별 의미가 없고요. 손질을 해서 조망을 확보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사정이 이러해서 우리는 좌우로 빠지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진행한다. 한동안 평탄하던 숲길은 줄이 매진 구간이 나타나며 오르내림을 반복하더니 콩짜개덩굴 군락지로 이어진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콩짜개덩굴은 나무나 바위 같은 곳을 타고 오르면서 자란다. 주로 섬 지역에서 자주 보이는데, 콩짜개란과는 겉모습이 비슷하지만 다르다.
"원래는 지겟길 코스가 이쪽이 아니었는데, 통영시에서 새로 내면서 볼거리를 위해 콩짜개덩굴이 군락을 이룬 이쪽으로 바꾸었어요. 그때 박기환 소장님이 엄청 반대했었죠."
참으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운 게 '개발'과 '보전'이어서 현장에서는 늘 소란이 인다. 콩짜개덩굴 군락지를 포함시킨 연대도 지겟길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갈지...
중간에 풀숲에 뒤덮인 무덤이 몇 기 보인다. 예부터 섬 주민들은 섬 뒤편 절벽 틈새를 이용해 화장을 했다고 하는데, 이들은 무슨 사연으로 이 섬에 묻혔을까? 무덤을 지나면서 큰천남성이 많이 보인다.
갑자기 나타난 옹달샘. 주변의 돌을 쌓아 물웅덩이를 만들고 수로까지 냈다. 작은 바가지에 번듯한 이름표도 갖췄다.
"안 마시는 게 좋아요. 벌레가 많이 살아서 그래로 마시기엔 부적합합니다. 옹달샘이라 이름은 붙였지만 사실은 들짐승이 이용하는 토끼샘이에요."
김수정시의 설명을 듣고 나니 마시기가 꺼림칙하다. 해서 한 바가지 떠서 햇볕에 익은 팔에 붓는다. 더위가 싹 가신다. 연대도는 마을에 몇 개의 공동우물이 있고, 마을 뒤쪽 산 중턱에 샘이 있어서 그 물을 함께 이용한다. 그러나 여름 성수기가 되어서 외지인이 대거 유입되면 턱없이 부족해, 진주의 남강물을 바다 밑으로 연결해 끌어 쓴단다. 그래도 연대도는 집집마다 수도꼭지가 세 개씩 있다. 공동우물용, 중턱의 샘용, 남강수도용. 남강 물은 사용한 만큼 비싼 돈을 내야 하기에 그 수도꼭지는 함부로 틀지 않는단다.
옹달샘에서 마을 뒤쪽 태양광발전소까지는 지척이다. 내려서면서 몽돌해수욕장 주변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시간이 맞아 석양 무렵에 이 길을 지난다면 해수욕장 기암 사이로 펼쳐진 환상적인 노을을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은 아쉽다.
*걷기길잡이
연대도선착장-(5분)-에코아일랜드체험센터-(20분)-연대도 정상 갈림길-(5분)-콩짜개덩굴 자생지-(10분)-봉수대 갈림길-(15분)-옹달샘-(10분)-태양광발전소-(3분)-연대도선착장
명품 바닷길 통영 100리
미륵도 달아길
모두가 남쪽만 바라본다
청마거리를 지나니 그 사이 해무가 고샅마다 너르고, 오후의 강구안길은 세 여자의 환담으로 소란하다. 마침 통영여자 재선씨와 숙희씨가 버선발로 타관의 객을 맞는 중이다. "인천서 반나절이나 걸렸네. 보고 싶어서 아주 혼이 났어. 참말 멀었어." "그러게요. 내일 여기서 바로 고성으로 떠나시는 건가요?"
고희를 홀연히 넘기고도 걸어서 해안일주 중인 '안나 할머니' 황경화씨는 통영에서 그만 발목 잡히고 말았다. 4월1일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동해안을 지나기까지는 정처 없었는데 남해안으로 접어들면서는 도통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연륙교가 지어지며 섬과 섬들을 구석구석 들른 통에 그리 됐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저렇게나 살가운 그녀들 때문이다. 안나 할머니가 숙희씨의 누비옷가게에 불쓱 들어가 길을 물었던 것이 인연이었다. 고성, 사천, 남해, 여수 너머 가야할 바닷길이 삼천리인데 통영에서만 꼬박 일주일째다. 씩씩하게 걸어왔지만 그도 실은 외로웠던 것이다. 시간은 그만 헐거워지고 만다. 여정을 멈추고 돌연 인천에 올라갔던 건 다 큰 조카가 장가가서였다. 여행도 여행이지만 도리도 해야 한다. 좋은 사람으로 산다는 건 그런 거다. 그리하여 다시 통영이다.
다시 통영에서
그날 저녁, 안나 할머니와 함께 <통영인뉴스> 김상현 기자의 통영 섬 강연을 들으러 간다. 경상대 인문학연구소와 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에서 진행하는 '통영, 인문학으로 통하다'의 일곱 번째 수업이었다. 예향의 도시답게 지역민들과 문화해설사들로 강의실은 금세 만원이 됐다.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는 섬, 공동체가 회복되는 섬, 섬과 섬이 뱃길로 연결되는 섬을 꿈꾼다는 김기자는 '통영에서 태어나고 살면서 내가 가본 섬이 몇 개나 될까' 하는 반성에 한 달에 한번은 탐방단을 꾸려 통영 섬 곳곳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온몸으로 취재한 열정의 기록을 풀어냈다.
경상남도 통영에 딸린 한산도에서 전라남도 여수로 이어지는 300리 뱃길을 묶어 세상은 '한려수도' 라고 부른다. 그중 심장부에 솟은 통영은 365일 중 250여 일이 창량하고 망망한 해역에 526개의 섬이 표표하여 남국의 정취가 가장 흥건한 가경의 고장이다. 하물며 그 옛날 삼도수군통제사도 벼슬이 올라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에 "날씨 맑고 물 좋은 너를 두고 정승길이 웬 말이냐"고 탄식했거늘, 한갓 여행자의 잔영이 통영에 길게 머무는 일이 유난할 것도 없다.
취재팀이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측에서 연락을 받고 통영을 찾은 것도 이 섬의 그런 아름다움에서였다. 국내 최초 해상국립공원답게 '한려해상국립공원 명품바닷길사업을 추진하여 지난해 한산도, 소매물도, 비진도에 바닷길을 낸 바 있는데 올해 미륵도, 대매물도, 연대도에도 트레일을 개통하며 비로소 숙원을 이룬 것이다. 그중 미륵도는 통영에서 가장 큰 섬으로, 영산 미륵산(461m) 정상에 서면 통영시내 전경과 함께 한려해상의 오밀조밀한 섬들을 사방에서 조망할 수 있어 지역민들은 물론 전국의 가객들이 즐겨 찾는다.
그렇다. 1년 만에 다시 통영이다. 시계도 훤하고 깔끔하다. 해 다 지기 전에 미륵산부터 올라 이 땅과 진하게 해후할 일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김수정 계장의 호의 덕에 취재팀은 사수해 마땅한 산길을 잠시 등지고 무려 8인승 케이블카에 몸을 구겨 넣는다. '미륵산 케이블카가 통영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을 실감할 만큼 평일에도 과연 장사진이다. 빛의 속도로 산정에 서자 바다와 섬, 육지가 맘껏 어우러진 천혜의 풍광이 모든 생각과 말을 비운다.
미륵도를 남행하며 만나는 통영의 속살
항남동 부근에 숙소를 잡았던 일행은 이튿날 오전 9시, 통영 길문화연대 송언수 사무국장의 안내 아래 산양읍 미륵도로 향한다. 통영시와 ㅁ비륵도를 잇는 통영대교를 지나 이 바다가 품은 가장 큰 섬에 닿는다. 산양이란 산 남쪽의 양지바른 곳을 뜻하는데 미륵도를 동서로 길게 가른 미륵산세의 남쪽에 자리한 까닭에 붙은 이름이다.
들머리는 미래사다. 일주문에 들어서기 전 왼쪽으로 터지는 낱낱의 편백나무 숲길을 지나 온화함에 잠긴 미륵불과 조우한다. 이름대로 '미륵불이 도래하는 절'이다. 입산했으니 그의 비호를 바라 합장하고 60년 묵은 고찰로 향한다. 미륵산 남쪽 기슭에 아늑히 안긴 이 절은 1953년에 부산에서 통영으로 건너온 구산스님이 한두 배미 논 위에 농막 두어 채로 창건했다. "수좌도 바랑 하나 내려놓을 곳 있어야 하느니" 라는 효봉스님의 정언에 발심해 그를 모시고자 세운 것이다. 이 절의 5대 주지 여진스님이 일행을 마중하고 배웅한다.
남부지방의 산답게 저 멋에 휘어지는 곰솔과 야생의 종려나무 숲속에서 산은 신비를 입는다. 미래사를 나선 후 미륵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 길 어귀부터 구슬땀 돋는 비탈이다. "미륵산에서 야소골로 내려와 희망봉을 넘어 달아전망대로 하산하는 것이 오늘 일정입니다." 이번 바닷길 여정의 메가폰을 잡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산양분소의 박덕수 분소장이 설명한다. 오르는 중 미래사에서 케이블카 탑승지로 향하는 관광객 무리와 잠시 발걸음이 섞이나 오래지 않아 헤어진다. 손 뻗어 닿는 거리에 세상의 편의가 있으니 무릇 혹하기 쉽지만 진리는 불편함 속에서 얻는 법, 조망이 전부는 아니다. 정직히 자신과 만나고 분초와 대면하며 걸어볼 일이다. 속내라도 읽은 듯 산양분소 지킴이 추연철씨가 기를 돋운다. "500고지도 안 되는 산이에요. 숲이 참 좋습니다."
녹음에 갇혀 오르기를 20분, 서서히 이 산에 적응한다. 나무 사이를 겨우 비집고 들어온 한줄기 햇살이 숲을 깨우자 풀들이 일며 하나둘 말을 걸어온다. 바람개비꽃이며 때죽나무꽃, 쥐똥나무꽃이 정감 있게 피었다. "마삭줄이 희게도 빛나네요." "타고 오르는 폼이 닮긴 했는데 마삭줄이 아니라 백화등이에요." 송국장이 정확한 이름을 알려준다. 그녀는 이름 모를 풀꽃들을 참 잘 알고 있었다. 스치며 만나는 모든 들꽃들의 안부를 물었고, 혹여 처음 보는 녀석이라면 손수 만든 괴나리 봇짐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남겼다. 그때 등 뒤로 터지는 시야 위로 한려해상의 섬들이 우리 뒤를 바짝 뒤쫓는다. 잇달아 나무데크를 오르는 순간 일대가 온통 야단이다. 정상인지도 모르게 정상이다. 케이블카가 실어 나른 숱한 객들이 사방에 퍼져서 감화 중이다.
일행도 무리에 겨우 끼어 정상에 오른 즐거움을 누린다. 어제에 이어 이미 두번째 서는 정상이지만 땀 흘려 두 발로 오른 정상이 달라도 참 다르다. 남쪽을 향해 서니 당최 이 섬을 저 섬을 구분 못 하겠다. "저 멀리 동남쪽부터 순서대로 비진도, 연대도, 연화도, 욕지도입니다. 서쪽에 희미하게 솟은 저 섬이 사량도고요. 눈앞 가까이 지나가는 산세는 우리가 오후에 오를 희망봉 일대입니다. 희망봉 너머 바다쪽으로 달려가는 산자락 보이시죠? 저기가 바로 달아전망대에요. 이름만큼 해지고 달뜨는 바다풍경이 걸출합니다." 생생한 풍광 앞에서 박 분소장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힘이 실린다. 푸른 섬과 바다, 산을 가슴에 안자 두 눈이 벅차고 문득 마음이 동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경리, 김춘수, 유치환 등의 문인들이 유년의 시심을 기른 곳이다. 읍내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자 마침 통영항에 배가 들어서는 중이다. 그림 같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벽방산과 매봉산, 거제도와 고성군 일대가 대강의 윤곽이라면 항만을 실처럼 수놓은 조선소들과 선박이 그 내용이다. 구국의 현장 한산대첩지다. 현충일에 찾는 통영은 분명 특별한 맛이 있었다.
정상에 서서 엉킨 호흡을 가다듬고 남서쪽으로 너르게 퍼진 야소골로 향한다. 인근의 미륵산 일대에 야시(여우)가 많아 야싯골(야소골)이라는 설과 삼군수군통제영 시절에 무기를 만들던 대장간이 있었다고 하여 야소곡이라는 설이 있다. 다랭이논이 물결처럼 굽어지는 뭍이 바다와는 다른 풍요로움을 보여준다. 마을까지는 2km.
"야소골이 현역 국회의원인 이군현씨의 고향이에요. 저곳에서 자란 여러 아이들이 나중에 판사며 검사가 돼 돌아왔기에 통영에서는 명물가로 통합니다. 앞뒤가 산이라 갇혀서 공부만 했던가 봐요." 송국장이 우스개로 말한다.
야소골 방면 하산길은 너덜길이다. 돌 틈에서 자생한 소나무가 해송인지 적송인지 자적하며 감상하기에는 길이 꽤 가파르다. 미래사 쪽에서 오르는 것보다 갑절은 난감해 보인다. 그럼에도 부지런히 사람들이 오르고 오른다. 아마 박경리기념관을 들머리로 삼고 진을 꾸린 듯싶다. 400고지의 미륵산은 통영의 진산이기도 하거니와 접근이 쉬운 야산이기에 등산로만 해도 거미줄처럼 수십 개라고 한다.
30분쯤 지났을까. 돌탑이 비장한 안부에 닿는다. 미륵치다. 미륵산, 용화산, 현금산, 산양읍으로 가는 길목으로 도깨비도 간간히 나왔다는 전설의 고개다. 송국장이 해설한다. "산양면 사람들이 산나물이나 땔나무 이고지고 통영장 가던 길이에요. 지금은 독일로 귀화한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도 통영사람인데, 야소골의 화양초등학교에서 음악교사로 근무할 때 이 재를 넘어서 다녔답니다."
박경리 묘소 방면으로 향한다. 야소골까지는 약 1.5km.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걸음이 바빠진다. 마을에는 요기할 수 있는 밥집이 몇 있다. "흔한 보리밥도 줄서서 기다려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추씨의 말에 흥이 있다. 낙낙한 다리품으로 30분 후 농가에 닿는다. 도방에 핀 인동초에서 치자향이 난다.
희망봉과 네 개의 자연망루
미륵산에 이어 달아길 여정의 다음 기착지는 희망봉이다. 희망봉은 미륵산세가 산양읍을 가로질러 남해안을 향해 달려가다가 솟은 해발 320고지의 작은 봉우리다. 식사 후, 한려해상국립공원 산양분소에서 잠깐의 다리쉼을 하고 물을 채운 후 오후 1시, 희망봉 들머리인 산양읍사무소 앞으로 향한다. 서울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있은 후 전국 각지에서 독립운동의 여파를 이었던 시절, 통영에서는 이 산양면사무소의 등사기로 군민들에게 나눠줄 선전물을 등사했다고 한다. 희망봉까지는 1.2km.
이곳부터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지구다. 해풍이 길러낸 산이라 흡사 밀림을 방불케 하는 야생숲이다. 미륵산 정상 부근의 돌너덜길에서 설겅설겅했던 걸음이 이 산의 솔가지를 밟으며 원만해진다. 20분 후 희망봉 정상에 선다. 한데 주변이 온통 나무로 덮여 시야가 막혀 있다. 미륵산에서 건너다 봤을 때는 분명 위용 있는 봉우리였는데, 풀숲에 갇힌 꼴이다. "어라" 여기가 희망봉이에요? 희망이 안 보이는데요?" "앞으로 더 높은 데가 없을 테니 희망 아니에요?(웃음)" 추씨의 말도 일리가 있으나 망 보던 망산이라 망봉일 것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산양분소는 작년 10월에 신생했다. 한려수도 케이블카 운영과 거가대교 개통에 따라 늘어난 탐방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킴이를 포함해 10명의 직원이 상근하며 산양읍의 10개 리와 8개의 유인도, 13개의 무인도를 관할한다. 산양분소 관할지구인 희망봉 일대와 달아전망대를 격일로 오르내리며 숲의 처지와 살림을 돌봄은 물론이다. 그런 연유로 속세가 지척인 이 산에 그 흔한 휴지조각 하나 없으며 처처에서 흔하게 자란 참딸은 이제 먹음직한데 사람 손길 하나 거치지 않았다. 그날도 추씨는 배낭에는 휴지를 줍는 봉지를 묶고 손에는 날이 무딘 낫 한자루를 들었다. 등산로를 불쑥 침범한 나무 잔가지를 치기도 했고 초목이 과하게 무성한 곳을 손질했다. 과거에는 미륵산까지 전부 국립공원 관할이었다며, 케이블카며 나무데크를 설치하는 통에 파헤쳐진 숲을 연신 아쉬워했다.
임진왜란 때 수문장처럼 왜적의 침입을 감시하고 경게했던 산인만큼 네 개의 자연망루를 지난다. 끊임없는 야생 관망소다. 대밭으로 둔갑한 숲길 위에서 넋이라도 놓는다면 죽순에 걸려 휘청댈 것이다. 망루에 설 때마다 태깔 고운 바다 위로 비진도와 매물도, 곤리도와 추도 사이의 가막섬이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정말 이 바다에는 526개의 섬이 있을까? 안나 할머니는 통영을 떠나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욕지도행 배가 막 빠져나간 해역에는 연명마을만 덩그렇게 남는다.
*걷기길잡이
미래사-(30분)-미륵산-(30분)-미륵치-(30분)-산양읍사무소-(30분)-희망봉-(5분)-제1전망대-(10분)-제2전망대-(1시간)-제3전망대-(20분)-제4전망대(산불감시초소)-(30분)-달아전망대
통영의 서정과 기상을 담은 비경길
14.7km의 미륵도 달아길은 '동양의 나폴리' 통영의 진면모를 낱낱이 만날 수 있는 야생 트레일이다. 미래사에서 미륵산 정상에 올라 희망봉을 넘어 달아전망대에 닿는 이 길을 걷노라면 예향으로서 통영의 서정과 구국 요충지로서 통영의 기상에 공감하고 말 것이다. 특히 여정 중 지나는 우리나라 100대 명산인 미륵산은 한산대첩의 현장이 한눈에 보이는 탁월한 자연망루로서, 다도해역이 품은 크고 작은 섬들을 가슴으로 만날 수 있고 청명한 날에는 일본 대마도, 지리산 천왕봉, 여수 돌산도까지 조망할 수 있어 지역민들은 물론 각지의 관광객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다. 미륵도를 남행하는 동안 두루 굽어보는 산양의 뭍과 바다, 야생의 산길 위에서 한려수도 심장부 통영을 다시 만나자.
한산도 역사길
망산 걸으며 역사를 더듬다
덮을개~대촌삼거리~망산교~정상~사각정~진두 7.2km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최근 '명품 바닷길 100리' 사업을 본격화하며 탐방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산양읍 둘레길, 한산도 역사길, 비진도 산호길, 소매물도 등대길, 대매물도 해안길, 연대도 에코길 총 6코스 42km 탐방로를 재정비, 한려수도 동부에 산재한 아름다운 섬의 역사와 문화, 자연경관을 재조명하고 있다.
섬 산이 주는 보편적 매력은 조망의 즐거움이다. 아마도 이런 평가는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섬 산의 특성에서 비롯한 것이겠지만 바다가 주는 광활함의 이미지도 그런 평가를 낳게 한다. 그래서 섬 산에 갔다 와서 '가슴이 뻥 뚫린다'란 말은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광대한 조망에 대한 감탄의 뜻으로 해석되곤 한다.
한산도 망산(294m)도 예외가 아니다. 한산도는 통영에서 바라볼 때 미륵도 왼쪽에 있는 자그마한 섬이지만 이 섬은 한산면의 주도이자 한려해상공원의 출발점이다. 즉 행정적으로나 관광적으로도 꽤 중시되는 섬인 것이다. 한려란 말도 한산도와 여수의 첫글자를 따온 것. 최근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명품 바닷길 100리' 출정식을 한산도에서 갖게 된 것도 이런 상징성 때문이다.
망산은 바로 이 섬의 주봉이자 상봉이다. 높이는 낮지만 섬의 상봉답게 주변 조망이 탁월하다. 한려해상의 여러 섬은 물론 주변 내륙의 웬만한 산까지 조망된다. 이 망산 산행을 이제는 '한산도 역사길' 걷기로 표현해야 더 어울릴 듯하다. 이미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위 이름으로 명명한 수목표찰이 붙어있고 또 조망만 즐기고 오기에는 역사적으로 너무 특별하기 때문이다.
우선 망산 일대 바다가 세계 4대 해전의 하나로 이름 높은 한산대첩이 펼쳐졌던 곳이다. 400여 년 전 이 땅을 침략한 왜적선 59척이 이 충무공이 지휘한 조선수군에 의해 격침되거나 포획됐던 역사의 현장이다.
그뿐이 아니다. 망산 산자락은 제승당이 있다. 제승당은 충무공이 한산대첩 이후 삼도수군을 지휘할 목적으로 세운 해군작전사령실이다. 폐진되기까지 3년 8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시름과 번뇌로 지샌 충무공의 우국충정이 난중일기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망산으로 가는 길은 단순한 산행 이상의 여정이 된다.
망산 산행을 '한산도 역사길' 걷기로
뱃길은 통영을 기점으로 잡았다. 사실 한산도는 거제 어구에서 들어가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한산대첩의 현장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통영항에서 제승당으로 가는 뱃길은 그 자체가 한산대첩의 오롯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승당도 당연히 코스에 들어간다. 경내를 걸으면서 임진왜란 당시 이 충무공이 왜 이곳에 삼도수군 본영을 설치했는지, 직접 확인하시라.
코스는 이렇다. 통영시 서호동 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해 한산섬 제승당에 들린 후 염호리 덮을개를 들머리로 망산 산행, 즉 '한산도 역사길' 걷기에 나선다. 한산중학교가 있는 진두마을까지 7킬로미터 남짓인데, 제승당 관람을 제외하고 휴식을 포함해 3시간쯤 걸린다. 나갈 배편이 정해졌다면 남는 시간은 염재갯벌체험 등 각자의 형편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산행 자체는 부담이 없다. 편안하고 쉽다. 우선 산길이 부드럽다. 오르막이 세 곳 있지만 땀이 날 만한 곳은 정상 직전 정도 뿐이다. 그 외는 쾌적한 산책로로 여기면 된다. 한여름이더라도 해송이 기분 좋은 그늘막이 되고 바닷바람이 싱그러움을 더한다. 적당한 곳에 설치된 이정표만 따라가면 가욋길로 빠질 염려도 없다. 아이들과 함께 걸어도 좋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통영항을 출발하면 곧 한려해상의 각종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뱃길 오른쪽의 큰 산이 미륵산이고 왼쪽으론 가물가물한 것이 거제대교가 지나는 견내량 앞 해간도다. 한산대첩이 펼쳐졌던 곳은 뱃길 정면의 넓은 바다다. 그 너머 멀리 솟은 산이 한산섬의 고동산. 400여년 전 그 고동산(189m) 위로 불화살이 날아오르자 주변의 작은 섬에 숨어있던 조선 수군의 판옥선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곤 멋모르고 추격해 온 왜선함대를 전격적으로 포위해 무차별 발포했다. 결과는 59대 0. 세계적 해상전투로 평가받는 한산대첩의 학익진은 한산섬의 이런 지형지물의 이용에서 가능했다. 그런 장면을 떠올리다 보면 도선은 곧 거북등대를 스쳐 제승당 선착장에 닿는다.
배에서 내리면 제승당은 선착장 오른쪽에 있다. 관람료는 1천원. 산행은 잠시 뒤로 미루고 제승당을 먼저 둘러본다. 충무공이 병사들과 함께 마셨다는 우물과 나라 생각의 깊은 시름에 자주 잠겼다는 수루가 시선을 끈다. 충무공이 장수들과 전략을 논의하고 난중일기도 썼다는 작전사령관실 격인 제승당도 발길을 머물게 한다. 물도 마셔보고 수루에도 올라보고 총통들도 눈여겨보자. 산으로 오르는 길이 더욱 사색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
제승당을 둘러보고 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는 선착장 왼쪽의 덮을개라는 곳이다. 선착장에서 탐방지원센터가 있는 왼쪽 도로를 따라 5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등산안내판이 보인다. '한산도 역사길'의 시작점이다. 안내판 뒤로 길이 열려 있다. 곧 흰색의 낡은 건물을 만나는데 그 건물 뒤로 동백나무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지나면 첫 이정표가 나오고 능선에 올라서면 길은 탄탄대로다. 들머리에서 능선까지는 5분이면 족하다.
"한산면 사람들 얘기로는 이 일대 땅을 박경리 선생과 윤이상 선생 후손들이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기 충무공의 한산대첩기념비가 보이지만 문학과 음악의 두 거장도 고향인 이 통영을 무척이나 그리워했을 겁니다."
능선에 올라선 박덕수 자원보전과 한산분소장은 제승당과 선착장 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통영이 낳은 예술인들이 많다. 소설가와 작곡가로 이름을 떨친 두 걸출한 스타 외에도 시인 김춘수와 유치환, 화가 전혁림 등은 통영이 자랑하는 8경을 노래했다. 한산섬은 물론 미륵산, 운하, 소매물도, 달아공원, 남망산, 사량도, 용머리에서 본 경치는 모조리 바다를 노래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빚어지는 풍광이 예술을 낳은 것인데, 통영의 예술은 그런 점에서 땅보다 바다에 크게 빚진다.
땅에서 바다를 보는 통영 사람들은 서 있는 곳은 달라도 전후좌우는 아득히 펼쳐지는 바다다. 그리하여 이곳 예술인은 지평선보다 수평선에 친숙하다.
유치환의 시 <깃발> 가운데 '저 푸른 해원을 향하야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은 수직의 깃발이 수평의 바다에 대한 향수를 고백한 대목이고, 한려수도의 물빛 정감을 가슴에 품고 고향을 굳게 지킨 원로화가 전력림을 어느 평론가는 '해양성 체질을 체득한 화가'라며 "통영 앞바다에서 살면서 저 멀리 스칸디나비아나 지중해, 혹은 알래스카의 파도 소리와 교감한다"고 했다. 시인 김춘수도 저무는 시간에 비현실적 색감을 드러내는 석양을 보며, 해넘이에 바다는 느슨해지고 이마에 분꽃을 얹은 노을은 저승의 가벼움과 가까움을 시 <청마 가시고, 충무에서>로 확인시켰다.
학익진이 펼쳐졌던 세계적 해전의 현장
능선에 올라선 오름길은 이후 소고포쪽에서 올라오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까지 외길이다. 이날 산행에는 창원에서 원어민 강사로 있는 미국인과 본지 변재훈 편집위원, 통영 '이야길' 사무국장 송언수씨, 부산KBS 교양프로그램 VJ 등 1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산책로 이상으로 넓고 시원한 능선에서 담소를 나누며 숲길을 걸었다.
선착장을 출발한지 50분. 제승당과 망산 정상의 딱 중간지점인 대촌삼거리에 닿는다. 갈림길에서 왼쪽은 소고포로 내려가는 길, 등로는 오른쪽이다. 망산까지는 2.4킬로미터. 그런데 이정표에는 처음 보는 것이 걸려 있다. 온도계와 습도계다. 현재기온 21도에 습도는 40퍼센트. 이 시설물은 "전국 국립공원 중 한려해상 동부에 처음 설치된 것" 이라고 박 분소장이 덧붙였다.
창동과 신거를 잇는 도로 고개 위 망산교까지는 20분. 완만한 내림길로 이어진다. 이 구간 역시 볕이 빽빽한 해송이 시원한 바람으로 맞아주는데, 도중 대여섯평 남짓한 사각 돌담이 둘러쳐진 단을 지난다. 군데군데 허물어진 흔적도 있지만 대촌 사람들이 지금도 제를 올리는 곳이라고 한다.
망산교는 도로 개설로 인해 잘려나간 능선을 이어주는 구름다리다. 출렁다리는 아니지만 타원형으로 설계한 것이 인상적이다. 망산은 이 다리에서 볼 때 좌우로 펼쳐진 능선의 가장 높은 부분이다. 망산 산행에 있어 그래도 땀을 내는 구간이라면 바로 여기에서부터다. 표고차 200미터를 치고 올라가는 길. 정상까지는 30분쯤 걸린다.
등의자가 놓여있는 정상은 바다 전망대다. 특히 먼 바다 쪽 열도들은 파노라마가 따로 없다. 날씨가 맑으면 대마도도 보인다고 하니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고 환호성을 지를 만한 조망대다. 다리로 이어진 부속섬 추봉도를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볼 때 추봉도 너머 거제의 망산이 오롯이 솟았고 그 앞에 장자도, 대덕도, 그리고 가오리를 닮았다는 가왕도, 죽도가 보인다. 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가고 싶은 섬 4곳 중 하나로 뽑힌 매물도가 그 뒤로 아련하고 뛰어내리면 닿을 것 같은 용초도도 발 아래로 보인다. 비진도는 용초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 오른쪽 너머 국도가 한 점 섬으로 가물거린다. 물론 욕지의 연화열도도 흐릿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불문가지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보면 팔각정자인 휴월정 뒤 거제 가라산이 뾰족하고 그 왼쪽 능선으로 이어진 노자산이 예의 모습 그대로 시야에 들어온다. 산달도 뒤 선자산과 암봉이 멋진 산방산이 아련한 하늘금을 그린다. 섬 주변이 다 나오는 대축적도를 들고 간다면 조망의 기쁨이 배가 될 듯하다.
섬 산행의 백미는 역시 조망의 즐거움
정상에서 오른쪽 옛 봉화대 터를 지나 내려가면 야소마을. 하산은 거리가 좀 더 긴 진두마을로 진행 방향대로 이어간다. 달이 쉬어 간다는 휴월정에서 내려다보는 추봉도가 아름답고 벤치가 놓여져 쉬어가기 좋은 사각정자 아래로 길이 400미터 추봉교가 고도의 차이를 실감나게 한다.
"이제 그만 쉬고 내려가시죠? 배 시간이 여유가 있지만 선착장 가는 길에 한산섬에서 제일 큰 염재갯벌 들리려면 슬슬 움직이지요."
급한 내리막으로 내려가 맞는 한산중학교 날머리까지 20분 걸린다.
*산행길잡이
1코스:선착장 탐방지원센터-(5분)-덮을개-(45분)-대촌삼거리-(30분)-망산교-(30분)-정상-(30분)-사격장-(20분)-진두마을
2코스:소고포-(30분)-대촌삼거리-(50분)-정상-(40분)-야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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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6일 26명 접수(잔여석 14명)
3월5일 30명( 잔여석 10명)
3월10일 35명 접수
3월14일 현재40명
3월17일 45명 접수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