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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수 목사
전도서(傳道書)는 책 이름만 봐서는 오해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복음을 전하는 전도에 관한 책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런 오해는 번역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이 책의 원어는 히브리어입니다. 이것을 헬라어로 번역할 때 제목을 '에클레시아스테스'라는 단어로 번역했습니다. “사람을 모아 집회한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이 말을 중국어 성경에서 傳道書라 번역을 했고, 우리 성경도 전도서라 번역을 했습니다. 공동 번역이나 다른 번역서에서는 집회서라고 한 곳도 있습니다.
원래 히브리어 제목은 코헬레트입니다. 이 말은 ‘모으는 사람’ 혹은 ‘모인 사람’이란 뜻입니다. “무엇을 모았을까요?” 인생의 지혜를 모았습니다. “왜 모였을까요?” 인생의 지혜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인생의 지혜와 관련된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문학 장르상 지혜문학에 속합니다.
실제로 전도서는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헛되다”는 탄식과 함께 인생의 어리석음을 질타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를 올바로 풀어갈 길을 제시합니다. 오늘 본문은 그 중에 우리의 기억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올바른 인생을 살려면 기억해야 할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억하라
오늘 본문을 보니 1절에서 “기억하라!” 명령하셨습니다. 또 7절에도 “기억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자꾸 잊어버리니까 기억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을 잊어버리니까 기억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강아지를 테스트해 본 일이 있습니다. 빨강 그릇에 좋아하는 먹이를 담았습니다. 파랑 그릇에는 질색하는 것을 담았습니다. 대여섯 차례 반복을 하니까 강아지는 파랑 그릇은 외면하고 빨강만 좋아했습니다. 빨강 그릇에 좋아하는 것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죠.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산책하고 돌아왔습니다. 다시 빨강 그릇과 파랑 그릇을 내 놓았습니다. 그새 다 잊어버렸습니다. 빨강 그릇, 파랑 그릇을 헷갈려했습니다. 강아지는 기억력이 정말 약했습니다. 강아지를 바라보면서 답답했습니다.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보실 때 혹시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으실까? 하나님께서 깨닫게 해 주신 것을 쉽게 잊어버려서 하나님을 답답하게 해 드리고 있지는 않을까?
실제로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의 이런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버려서 그 인생이 불행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점을 안타깝게 생각하시며 말씀하십니다. “기억하라!”
인간의 기억을 연구한 심리학자 가운데 대표격인 분이 에빙하우스라는 분입니다. 이분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기억한 것의 절반을 1시간 내에 잊어버린답니다. 하루 지나면 70%를 잊어버리고, 1달 지나면 대략 80%를 잊어버린답니다. 우리 인간의 기억력이 정말 형편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1달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남아있는 기억 중에 필요하지 않은 기억들이 20%나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기억하지 말았으면 좋을 것들 그것들이 우리의 의지와 다르게 계속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잊었으면 좋을 것들이 남아서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려면 기억해야 할 것들은 오래 기억 속에 남겨두고,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빨리 잊어버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과연 이럴 수 있을까요?
에빙하우스라는 분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한 가지 길이 있습니다. 이 분은 우리의 뇌는 반복해서 자극을 줄 때 그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름을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셀 수 없이 자주 반복해서 그 이름을 듣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분의 연구 결과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기억력이 좋아서 빨리 외운 사람은 빨리 잊어버리고, 기억력이 나빠서 오래 외운 사람은 더 오래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빨리 잘 기억한다고 능사가 아니죠. 그 기억이 오래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늦더라도 자꾸 반복해서 외울 때 그 기억이 오래 가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오래 기억하려면 자꾸 반복해야 합니다. 아침에 듣고 저녁에 또 듣고, 아침에 읽고 저녁에 또 읽고...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잘 잊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빨리 깨닫는 것도 중요합니다. 깊이 깨닫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꾸 들어야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호와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것 이것이 우리 심령이 하나님을 떠나지 않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생의 겨울을 기억하라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 가운데 잊어버려서 문제가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오늘 본문이 먼저 지적하는 것이 인생의 겨울입니다.
이솝 우화 가운데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잘 압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의 핵심이 무엇입니까? 개미는 겨울이 올 것을 알고 준비했지만 베짱이는 겨울이 올 것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아니 베짱이는 겨울이 올 것을 알았어도 곧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저 인생이 계속 여름만 계속되는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본문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생의 겨울을 세 가지라고 말씀합니다.
첫째, 곤고한 날입니다.
1절을 보면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우리 인생에 뜻하지 않게 곤고한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 온통 슬픔으로 가득 찬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2절을 보면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정말 인생에 이 앞이 캄캄한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언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지 알 수 없어 기가 막힌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이런 순간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라고 했습니다. 죽음처럼 깊은 고통의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또 눈물의 골짜기라고 했습니다. 울고 통곡하지 않을 수 없는 아픔의 세월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인생에 이런 날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지혜입니다.
둘째, 노년기입니다.
본문 3-5에 사람이 늙어갈 때 일어나는 일들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이란 표현은 늙으면 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 날에는 집을 지키는 자들이 떨 것이며’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손과 팔이 힘이 없어 떨리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힘 있는 자들이 구부러질 것이며’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두 다리가 약해져서 잘 걷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맷돌질 하는 자들이 적으므로 그칠 것이며’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이가 빠져서 잘 씹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창들로 내어다 보는 자가 어두워질 것이며’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눈이 침침해 져서 잘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길거리 문들이 닫혀 질 것이며 맷돌 소리가 적어질 것이며’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잘 들리지 않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새소리로 인하여 일어날 것이며’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잠이 적어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음악하는 여자들은 다 쇠하여 질 것이며’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노래 잘 부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높은 곳을 두려워 할 것이며 길에서 놀랄 것이며 ’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겁이 많아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머리가 허옇게 쉬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며’ 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힘이 없어 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원욕이 그치리니’라고 했습니다.
늙으면 육체적이고 정신적이고 영적인 의욕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어떤 분이 노년기를 맞으면서 이렇게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나의 젊은 시절이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전연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밤마다 잠자리에 들어 그 다음날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내 귀는 서랍 안에, 내 이는 컵 속에, 내 눈은 책상 위에 놓여져 있곤 한다.”
마음은 아직 젊은데 몸은 이미 노인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래 전에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마음은 박남정인데 몸은 현철이다” 요즘 말로 하면 “마음은 조인성인데 몸은 백윤식이다” 쯤 되겠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빨리 늙어갑니다. 내가 인정하고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빠르게 늙어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고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 한탄합니다. “청춘을 돌려다오!” 소리를 지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눈 깜짝할 사이에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지혜입니다.
셋째, 죽음의 순간입니다.
5-8을 보면 우리의 죽음의 순간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5절에서 “사람이 자기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 조문자들이 거리로 왕래하게 됨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장례식 날이 올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저는 목사니까 그 누구보다도 자주 장례식에 참여하게 됩니다. 빈소에 영정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봅니다. 가끔씩 그 영정에 내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누군가 내 시신을 관에 실어 운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그 날이 곧 올 것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6절에서 “은 줄이 풀리고 금 그릇이 깨어지고 항아리가 샘 곁에서 깨어지고 바퀴가 우물 위에서 깨어지고”라고 했습니다. 살아생전에 우리가 애지중지하면서 쓰던 것들이 다 쓸모없이 버려지거나 나뒹굴게 될 것을 말씀합니다.
박물관에 가보면 역사적 유물들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나름대로 복원한다고 했는데 대부분의 유물들은 다 색이 바랬거나 녹이 슬었거나 깨졌거나 했습니다. 주인이 살아서 사용할 때는 광채가 대단했을 것입니다. 정말 아름답고 위용이 대답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애지중지 하던 것들도 다 그렇게 될 날이 곧 올 것입니다.
7절에서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신은 그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가 죽어 우리의 시신이 땅에 묻히고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 품으로 돌아갈 것을 말씀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이렇게 만드셨습니다. 흙을 빚어 사람의 형상을 만드셨습니다. 그 코에 생기 곧 영혼을 불어 넣으셨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곧 생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죽으면 영혼이 빠져나옵니다. 그 육체는 다시 흙이 되는 것입니다. 영혼은 왔던 곳으로 육체도 왔던 곳으로 되돌려집니다. 그래서 죽으면 돌아간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저와 여러분이 돌아갈 날 그 날에 가까이 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지혜입니다.
하나님을 기억하라
1절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을 기억하면서 인생의 겨울을 맞으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우리가 인생의 겨울만 기억한다면 우리의 절망은 더욱 깊어지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혼자서 곤고한 날을 맞는다면, 준비 없이 노년을 맞는다면, 믿음 없이 죽음의 순간을 맞는다면 어떻겠습니까? 그 순간 절망이 강물처럼 엄습해 올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기억하며 그 날을 맞는다면 계속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감사하며 그 날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뻐하며 찬양하며 그 날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을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 분의 이름만 머리 속에 기억하는 것입니까? 그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입니까? 하나님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것 이상입니다.
삼상 1:19을 보면 “여호와께서 그를 생각하신지라”고 말씀했습니다. 영어성경을 보면 본문의 의미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The Lord remembered her”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녀 곧 한나를 기억하셨다는 것입니다.
한나가 아들이 없어 성소에서 그렇게 눈물 흘려 기도했습니다. 제사장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믿음으로 돌아갔고, 평안한 가운데 일상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사무엘을 잉태하게 됐습니다. 지금 그 잉태하는 순간을 표현하면서 성경에 이렇게 기록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순간에 한나를 기억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한나라는 사람의 이름만 기억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을 기억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녀의 곤경을 기억하셨습니다. 그녀의 눈물의 기도를 기억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일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여호와를 기억한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뜻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말 중요한 그 때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여 지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기억하되 때를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인생의 겨울이 들이닥친 뒤에 기억하려 하면 늦는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봄날에, 인생의 여름에, 안 되면 인생의 가을에라도 하나님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의 때늦은 후회를 들은 일이 있습니다. 증권이 잘 나갈 때 정말 큰 돈을 벌었답니다. 투자 하는 것마다 상종가를 쳐서 한 때 투자의 귀재라는 말까지 들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님 광고 가운데 시골 어느 교회가 장마로 파손이 돼서 헌금하실 분은 헌금하라 하시더랍니다. 마음에 감동이 왔답니다. 기도할 때마다 마음에 걸려서 주저하고 있었답니다. 결단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 시간을 놓쳤답니다.
IMF가 터졌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주식들 중에 휴지조각이 되는 것들이 생겼답니다. 수익은 고사하고 가진 재산마져 다 날려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답니다. 그 순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날 헌금이라도 해서 하나님의 성전을 지을걸...
사랑하는 여러분!
때가 있습니다. 감동이 올 때 순종해야 합니다. 기회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하실 때 바로 순종해야 합니다. 그래야 큰 복을 받게 됩니다.
우리는 망각의 존재들입니다.
쉽게 잊어버리고, 오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합니다. 오늘 또 다시 우리가 확인하고 기억해야 할 것은 인생의 겨울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날이 곧 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이 오기 전에 하나님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마음, 그분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순종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