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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시 추가한 것들 소개합니다.
[이별 2] 소무, <이별의 시>(蘇武, <別詩>)
(1)骨肉緣枝葉
結交亦相因
(2)四海皆兄弟
誰為行路人
況我連枝樹
與子同一身
(3)昔為鴛和鴦
今為參與辰
昔者長相近
邈若胡與秦
(4)惟念當乖離
恩情日以新
鹿鳴思野草
可以喻嘉賓
(5)我有一樽酒
欲以贈遠人
願子留斟酌
敘此平生親
(6)結髮為夫妻
恩愛兩不疑
歡娛在今夕
燕婉及良時
(7)征夫懷往路
起視夜何其
參辰皆已沒
去去從此辭
(8)行役在戰場
相見未有期
握手一長歎
淚為生別滋
(9)努力愛春華
莫忘歡樂時
生當復來歸
死當長相思
(1)골육의 인연은 가지와 잎,
교분 맺음이 서로 얽혔다.
(2)사해가 모두 형제라 하니
누구들 행인이라 하리오마는,
나는 가지가 이어진 나무.
그대와 한 몸을 이루고 있다.
(3)전에는 원앙처럼 가까웠는데,
지금은 참성과 진성처럼 되었다.
전에는 오랫동안 서로 가까웠는데,
오랑캐 땅과 중원처럼 멀어졌다.
(4)떨어져 있다는 생각만 하니
사랑하는 정이 날로 새로워진다.
사슴이 울면서 들풀 생각하는
귀한 손님에 견줄 만하다.
(5)내게 한 잔 술이 있으면
멀리 있는 사람에게 주고자 한다.
바라건대 그대도 잠시 술을 부어
평생의 친근한 정 풀어다오.
(6)머리를 묶고 부부가 되어
사랑을 둘 다 의심하지 않았다.
즐거움이 오늘 밤에 있고,
정다움이 좋은 때와 맞았다.
(7)집 떠날 사람 갈 길을 헤아리며
일어서서 보는 밤이 어땠던가.
참성도 진성도 사라질 때
가고 가서 거기서 작별했다.
(8)가야 하는 곳이 전쟁터여서
만날 기약을 하지 못했다.
손을 잡고 한 번 길게 탄식하고,
눈물 쏟으며 생이별을 했다.
(7)꽃 피던 시절을 사랑하려고 애쓰고
즐거운 때를 잊지 말기 바라오,
살면 마땅히 돌아갈 것이고,
죽으면 그리움만 길게 남으리라.
소무는 중국 한나라 관원이다. 기원전 99년에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어 북쪽 황무지에서 양을 쳐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친구인 이릉(李陵)이 흉노를 치러 갔다가 포로가 되어 항복하고 흉노를 따르자고 회유했으나 듣지 않고 19년 동안 고난을 겪다가 귀국했다. 이릉에게 지어주었다는 <이별의 시>(<別詩>) 네 수가 전한다. 후대인의 위작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지만, 이별의 슬픔을 절실하게 나타낸 작품의 좋은 본보기이다. 네 수 가운데 첫째 수와 셋째 수만 든다.
(1)의 “골육”은 형제를 말한다. 형제는 한 가지에 난 잎과 같다고 했다. (5)까지의 첫째 수에서는 형제 사이의 이별을 말했다. (2)의 “사해가 모두 형제”라는 말은 <<논어>>(論語)에서 가져왔다. 모든 사람이 형제와 같아 나와 무관한 행인이라고 할 사람은 없다고 하겠지만, 친형제는 특별한 사이라고 말했다. (3)의 참성(參星)과 진성(辰星)은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이다. (4)의 “사슴이 울면서 들풀 생각하는 귀한 손님에 견줄 만하다”는 말은 <<시경>>(詩經) 소아(小雅) <녹명>(鹿鳴)에서 가져온 말이다. 사슴이 들풀을 생각하듯이 귀한 손님이 올 것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그런 심정으로 헤어진 형제를 생각한다고 했다. (5)에서는 만나서 술을 주고받는 장면을 상상했다.
(6)부터의 둘째 수에서는 부부의 이별을 말했다. (6)에서는 부부가 되어 사랑하고 즐거워하던 지난날을 말했다. (7)의 “참성도 진성도 사라지는데”는 날이 밝았다는 말이다. (8)에서는 집을 떠나서 가야 하는 곳이 전쟁터여서 눈물을 쏟으면서 생이별을 했다고 했다. (9) 좋은 시절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얻으라고 하고, 살면 돌아가지만 죽으면 그리움만 길게 남길 것이라고 했다. 남편이 전장에 나가 부부 이별을 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난을 집약해서 나타냈다.
[이별 3] 브론테, <이별>(Charlotte Brontë, “Parting”)
(1)There's no use in weeping,
Though we are condemned to part:
There's such a thing as keeping
A remembrance in one's heart:
(2)There's such a thing as dwelling
On the thought ourselves have nurs'd,
And with scorn and courage telling
The world to do its worst.
(3)We'll not let its follies grieve us,
We'll just take them as they come;
And then every day will leave us
A merry laugh for home.
(4)When we've left each friend and brother,
When we're parted wide and far,
We will think of one another,
As even better than we are.
(5)Every glorious sight above us,
Every pleasant sight beneath,
We'll connect with those that love us,
Whom we truly love till death !
(6)In the evening, when we're sitting
By the fire perchance alone,
Then shall heart with warm heart meeting,
Give responsive tone for tone.
(7)We can burst the bonds which chain us,
Which cold human hands have wrought,
And where none shall dare restrain us
We can meet again, in thought.
(8)So there's no use in weeping,
Bear a cheerful spirit still;
Never doubt that Fate is keeping
Future good for present ill !
(1)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우리가 이별하지 않을 수 없더라도.
아직도 남아 있는 일이 있으니,
기억을 가슴에 간직하는 것이다.
(2)남아 있는 일이 더 있으니,
우리가 기른 생각을 지니는 것이다.
또한 경멸하는 용기를 가지고
세상이 아주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다.
(3)어리석은 무리의 애도를 불허하고,
오는 대로 맞이하기나 하자.
그러면 우리는 매일 얻으리라
반갑고 친근한 웃음을.
(4)친구나 형제를 여읠 때에도,
멀리 멀리 떠나갈 때에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지금보다도 더할 것이다.
(5)우리 위의 영광스러운 광경,
아래에 있는 즐거운 광경,
그것들을 모두 연결시키리라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6)저녁에 되어 앉아 있으면
불 옆에서 아마도 홀로,
따스한 가슴과 가슴이 만나고,
목소리에는 목소리가 응답하리라.
(7)우리를 묶은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인간의 차가운 손으로 만들어놓은.
우리를 다시 잡아당길 것은 없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다 생각에서는.
(8)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아직도 즐거운 마음을 지녀라.
의심하지 말라, 운명이 만들리라,
지금의 불행을 장래의 행복으로.
소설가로 더 잘 알려진 영국의 여성작가가 이별에 관해 이런 시를 지었다. 죽어서 이별하더라도 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서두 (1)과 결말 (8)에서 말하고, 그 이유를 동원할 수 있는 대로 들었다. 떠나간 사람에 관한 기억이나 함께 한 생각은 남는다고 (1)ㆍ(2)ㆍ(4)ㆍ(6)에서 말했다. (3)에서는 애도를 거부하고 웃음을 잃지 말자고 했다. (5)에서는 아름답게 보이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시키자고 했다. (7)에서는 비탄에 잠겨 만들어놓은 속박에서 벗어나자고 했다. (8) 지금의 불행이 장래의 행복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별의 고통을 넘어서게 하는 말이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해서 시가 길어졌다.
[이별 4] 아이헨도르프, <깨어진 반지>(Joseph Freiherr von Eichendorff, “Das zerbrochene Ringlein”)
(1)In einem kühlen Grunde
Da geht ein Mühlenrad,
Mein Liebste ist verschwunden,
Die dort gewohnet hat.
(2)Sie hat mir Treu versprochen,
Gab mir ein'n Ring dabei,
Sie hat die Treu gebrochen,
Mein Ringlein sprang entzwei.
(3)Ich möcht als Spielmann reisen
Weit in die Welt hinaus,
Und singen meine Weisen,
Und gehn von Haus zu Haus.
(4)Ich möcht als Reiter fliegen
Wohl in die blut'ge Schlacht,
Um stille Feuer liegen
Im Feld bei dunkler Nacht.
(5)Hör ich das Mühlrad gehen:
Ich weiß nicht, was ich will –
Ich möcht am liebsten sterben,
Da wär's auf einmal still!
(1)어느 서늘한 땅에서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사라졌다,
그 곳에 살고 있다가.
(2)그 여자는 사랑을 약속하고
내게 반지를 주고서,
그 여자가 사랑을 깨버려
반지가 두 동강 났다네.
(3)유랑광대가 되어 떠날까
세상을 멀리까지 가서,
내 노래를 부를까, 집집마다 다니면서.
(4)기사가 되어 날아갈까,
피 흘리는 싸움터로,
고요한 불 옆에 누울까,
어두운 밤 들판에서.
(5)물방아 도는 소리를 들으면서,
무엇을 할지 알 수 없구나.
기분 좋게 죽고 말까,
갑자기 조용해지게.
독일 낭만주의 시인 아이헨도르프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이렇게 노래했다. (1)과 (5)에서 물레방아가 돈다는 것은 이중의 의미가 있다, 물레방아는 사랑을 약속한 장소이고, 계속 돌아 과거와 현재의 연속은 입증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약속을 어기고 자기를 버렸다고 했다. (2)에서 사랑이 깨지자 자기에게 준 반지가 두 동강 났다고 했다.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고 고통을 잊지 위해 (3)에서는 유랑광대가 되어 떠나가겠다고 하고, (4)에서는 기사가 되어 싸움터로 갈까 했다. 두 가지 상상에서 해결책을 얻지 못하고 (5)에서는 죽음을 결말로 삼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별 1]에서 [이별 3]까지에서는 실제의 이별을 문제 삼는데, 여기서는 이별에 대한 생각을 나타냈다. 가장 심각한 이별인 사랑의 상실을 들어 사랑과 이별의 관계를 논의했다. 사랑은 절대적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 사랑을 상실하는 것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이다.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잊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방랑도 하고 예사롭지 않은 모험도 한다. 결말은 죽음일 따름이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는 생각을 나타냈다. 이것이 사랑과 이별에 관한 낭만주의의 견해이다. 사랑의 상실을 말하기만 하고 실현은 말하지 않아 비관주의 사고방식을 가졌다. 그러나 사랑의 상실 때문에 촉발되는 방랑과 모험으로 예술이 창조되고 역사가 전환된다. 절망이 희망 이상의 힘을 가진다. 이렇게 생각해 비관주의를 넘어섰다.
[이별 4] 프레베르, <낙엽>(Jacques Prévert, “Les feuilles mortes”)
(1)Je voudrais tant que tu te souviennes,
Des jours heureux quand nous étions amis,
Dans ce temps là, la vie était plus belle,
Et le soleil plus brûlant qu'aujourd'hui.
(2)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à la pelle,
Tu vois je n'ai pas oublié.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à la pelle,
Les souvenirs et les regrets aussi,
(3)Et le vent du nord les emporte,
Dans la nuit froide de l'oubli.
Tu vois, je n'ai pas oublié,
La chanson que tu me chantais.
(4)C'est une chanson, qui nous ressemble,
Toi qui m'aimais, moi qui t'aimais.
Nous vivions, tous les deux ensemble,
Toi qui m'aimais, moi qui t'aimais.
(5)Et la vie sépare ceux qui s'aiment,
Tout doucement, sans faire de bruit.
Et la mer efface sur le sable,
Les pas des amants désunis.
(6)Nous vivions, tous les deux ensemble,
Toi qui m'aimais, moi qui t'aimais.
Et la vie sépare ceux qui s'aiment,
Tout doucement, sans faire de bruit.
(7)Et la mer efface sur le sable
Les pas des amants désunis...
(1)오, 나는 네가 기억해주길 바란다.
우리가 정다웠던 행복한 나날을.
그 때 인생은 더 아름답고
태양은 오늘보다 더 작열했다.
(2)낙엽은 삽에 끌어 담겨지지만,
너도 알지, 나는 잊지 못한다.
낙엽은 삽에 끌어 담겨지지만,
추억도 후회도 잊지 못한다.
(3)북풍이 낙엽을 몰아다가
망각의 싸늘한 밤으로 가져가도,
너도 알지, 나는 잊지 못한다.
네가 내게 들려주던 노래를.
(4)그것은 우리와 닮은 노래였다.
나를 사랑한 너, 너를 사랑한 나.
우리는 둘이 함께 살았지,
나를 사랑한 너, 너를 사랑한 나.
(5)인생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네,
아주 부드럽게 아무 소리 내지 않고.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 남아 있는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리네.
(6)우리는 둘이 함께 살았지,
나를 사랑한 너, 너를 사랑한 나.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네,
아주 부드럽게 아무 소리 내지 않고.
(7)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 남아 있는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리네.
프랑스 현대시인 프레베르는 [실향 13] <귀향>에서 만난 적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에 관해 이렇게 말한 시가 작곡되어 애창된다. <낙엽>을 제목으로 내세우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심정을 말했다. 낙엽과 이별은 어떤 관계인가? 낙엽으로 나타난 이별의 결과는 삽에 끌어 담겨진다고 (2)에서 말했듯이 그 자체로 끝나지만, 자기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 하나의 비유는 (5)와 (7)에서 말한 모래 위의 바다 물결이다. 바다 물결은 모래 위에 남아 있는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리지만, 자기 마음속의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낙엽이나 물결은 과거를 소멸하는 자연의 변화를 나타낸다. (6)에서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네”라고 한 데서는 자연과 인생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자연과 인생의 순리를 어기고, 과거를 과거로 인정하지 않고 이별을 이별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른다. 이별의 노래를 들어 예술론을 전개했다.
[이별 5] 박목월, [이별의 노래]
(1)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2)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3)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국 현대시인 박목월이 지은 이 시는 앞의 것 [이별 4] 프레베르, <낙엽>처럼 작곡되어 애창된다. 시상에서도 주목할 만한 공통점이 있다. (1)에서 가을이 오고, (2)에서 밤이 된다고 한 자연의 변화를 인생이 따라 사랑도 끝이 있어 사랑하던 사람이 헤어져야 한다고 했다.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를 되풀이해 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앞에서 “아아, 아아”를 되풀이해 이별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3)에서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라고 하면서 불만에서 거역으로 나아났다.
이별의 계절인 가을 다음의 겨울은 망각의 계절이어야 하고, 겨울밤이 깊으면 망각이 절정에 이르러야 한다. 그런데 밖에는 눈이 쌓이고 안에는 촛불을 밝혀 어둠을 부정하고, “홀로 울리라”라고 하면서 망각을 거부했다. 과거를 과거로 인정하지 않고 이별을 이별로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을 프레베르, <낙엽>에서보다 가냘프고 처절한 어조로 노래했다. 시인은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는 특권이 있다고 자세를 한층 낮추어 다시 주장했다.
[이별 6] 유치환, <그리움>
(1)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2)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3)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뇨?
한국 현대시인 유치환은 이별을 이렇게 노래했다. 이별한 사람을 잊지 않고 생각해 시인은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는 특권이 있다고 하는 것은 위안이 되지 못하고 기만일 수 있다고 여겨 거부했다. 없음을 확인하고 직시하는 작업을 세 단계로 진행했다. (1)에서는 “바람이 불고”를 배경으로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고 했다. (2)에서는 “하늘 아래 거리”는 그대로 있는데 “너의 얼굴”은 없다고 해서 있음과 없음의 차이를 분명하게 했다. (3)에서는 바람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 있다고 했다.
이 시는 프레베르의 [이별 4], 박목월의 [이별 5]와 다르다. 없음을 있음으로 바꾸어놓으려고 하지 말고 없음과의 대결을 처절하게 하는 것이 시인의 사명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서 생긴 없음이 시인의 사명에 관한 논란에 계속 소용된다.
[이별 7] 나태주, <별리>
(1)우리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
(2)그대 꽃이 되고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내 앞에 있는다 해도 차마
그대 눈치채지 못하고,
(3)나 또한 구름 되고 바람 되고
천둥이 되어
그대 옆을 흐른다 해도 차마
나 알아보지 못하고,
(4)눈물은 번져
조그만 새암을 만든다.
지구라는 별에서의 마지막 만남과 헤어짐.
(5)우리 다시 사람으로는
만나지 못하리.
당대의 한국시인 나태주는 이별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너와 나의 이별은 종말이 아니고 천지만물이 변천하는 과정의 하나이다. 자연을 떠나 인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죽은 뒤에 (2)에서는 나무나 풀, (3)에서는 구름이나 바람이나 천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별이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지만, 새로운 만남이 과거의 이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넓고 크게 생각하면 서러워할 것 없으나 당장의 이별이 눈물을 흘리게 한다고 (4)에서 말하고, “사람”의 삶만 생각해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을 서운해 한다고 (5)에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