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단임제는 정치 교착 뿌리…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에 압도돼
野, 당내 투쟁과 次期 주자 부재로 재·보선 후에도 정부 발목 잡을 것
'金·安 신당'은 非정상 정치일 뿐… '국회 나눠 먹기' 관행도 일소해야
- 이영작 前 한양대 석좌교수
불통 또는 야당 무시라고 비난받는 박 대통령의 정치 역량이 도마에 오르는가 하면, 청와대가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또는 특별검사를 수용하는 정치적 포용력을 보이라 한다. 박 대통령에게 현 정국의 책임을 지우려 하는 것은 정치적 교착의 본질을 보지 않으려 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국회를 마비시키는 정치체제가 문제다.
첫째, 야당의 대선 불복과 차기 대권을 둘러싼 야당 내의 권력투쟁이 문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질 수 없는 선거라고 규정지은 민주통합당은 두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지만 친노·강경 세력은 책임을 회피하며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패배의 원인을 밖에 두면서 친노·강경 세력은 차기 대권 재도전을 정당화하고, 문재인 의원은 재도전의 뜻을 노골화하여 친노·강경 세력을 집결시키는가 하면 사사건건 정부와 여당에 시비를 건다. 유력한 대권 주자가 없는 김한길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이런 야권발 정국 경색은 6월 지방선거와 7월 말 재·보선 후까지도 계속될 것이며 박 대통령 정부의 발목을 계속 잡을 것이다.
둘째, 민주당에 유력한 차기 주자가 없는 것이 문제다. 우리 정치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가 없는 정당은 자연 도태된다. 1995년 이기택이 이끌던 제1 야당 민주당은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DJ가 새정치국민회의로 정계 복귀하면서 꼬마민주당으로 전락하였고, 15대 대선과 더불어 흔적을 감추었다. 대권의 희망을 잃은 김종필의 자민련은 2000년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도 못 만들고, 자민련을 이은 이회창의 선진자유당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노무현 대통령을 창출한 새천년민주당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안철수라는 유력한 대권 주자가 있는 새정치연합이 18.5%의 지지를 받은 최근 모 언론 조사에서 불임의 위기에 처한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은 군소 정당이 받는 6.5%였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모습은 DJ가 떠난 1993~96년 제1 야당인 민주당과 흡사하다. 2014년 제1 야당 민주당은 정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셋째, 5년 단임제가 만들어내는 정치 현상은 미래 권력이 살아있는 권력을 압도한다. 노태우 정권은 미래 대권인 YS가 지배하였고, MB 정권은 당시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 박근혜에게 좌지우지되었다. 최근까지도 여론조사상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미래 권력이라고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불투명한 미래 권력이 오늘의 정치를 수렁으로 빠트리고 있다.
넷째, 국정의 책임을 지지 않는 소수 야당이 국회의 법 제정 과정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대통령 중심제인 정치체제에서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이 실질적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서 밀려나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
다섯째, 권력을 중심으로 하여 이질적인 정치 집단들이 이합집산하기를 서슴지 않는 정치 형태를 핸더슨 교수는 '소용돌이 정치'라 하였다. 1990년 3당 합당, 2012년 민주당·통진당의 연대,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에 이어 김한길·안철수의 최근 합당 발표는 우리 정치를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비정상의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중단시킨 개헌 외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다수결에 의한 민의의 정치가 불가능한 식물 국회는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 권력은 박 대통령의 앞을 막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을 단행하여 1987년 3김(金)의 정략적 흥정으로 탄생한 5년 단임제를 폐기하고, 13대 여소야대 국회를 계기로 시작된 여야의 국회 나누어 먹기라는 전대미문의 기형적 정치를 바로잡아 국회가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15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개헌을 찬성한다. 박 대통령은 개헌과 경제 활성화 법안 통과를 교환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적 개헌이 있었던 1960년, 1987년과 같이 개헌은 불과 몇 개월이면 가능하다. 개헌에 의한 정치의 정상화는 박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개혁이 될 것이고 경제 회복을 가능하게 하면서 국민 행복 시대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중앙 닷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