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존재로 성장하는 나
박지인
나는 가끔 지금의 시간에서 20년 전과 20년 후의 시간을 생각한다. 그건 아마도 앞으로의 시간은 이전과 달라지길 희망하는 바램이 있어서일 것이다. 20년 전의 삶의 열매들이 대부분이 속 빈 강정처럼, 쭉정이였다고 느끼고 있다. 지금 이렇게 돌아보고 인식하고 느끼고 하나 하나 변화되어 20년후에는 “내가 정말 좋은 열매를 많이 맺었구나” 라고 느끼길 바란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내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항상 돌아다니길 좋아하며 밖으로 향하는 나의 에너지와 관심과 의지들이 안으로 향했었다. 가만히 앉아 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나는 누구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 자신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어떤 상처가 있는지 인식하지도 못했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포장만 중요했다. 시간, 돈, 열정을 쏟아 부으며 인생을 남이 보기 좋은 것으로 가득 채웠다. 옷, 외모, 차, 여행, 경험, 능력등 온갖 화려함이 진정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외롭고 공허했다.
인생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만 했던 숙제는 부모님에게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왜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지 않았을까? 원망을 하며 살았다. 부모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몰라서 그랬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서야 나의 분노는 사그라들었다. 나의 인생이 잘못되어 가는 것도, 나의 애착 관계도, 다른 모든 면에서의 실패는 그 상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상당 부분 부모님의 양육방식이나 태도가 나의 인생에 영향을 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여동생 둘은 나처럼 부모님에게 상처를 받거나 관계가 좋지 않은 건 아니다. 지금은 나의 괴팍한 면이 우리 부모님과는 맞지 않아서 부딪쳤다고 생각하는 여유가 생겼다. 솔직하거나 용기가 있어서 마음을 열고 대화하지도 못했던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 인생을 짓누르던 그 상처에서 난 해방이 되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왜 난 맨날 실패할까? 왜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끝이 날까? 좌절했고 답을 찾고 싶었다. 정말 우연히 들었던 김웅열 신부님의 ‘성숙한 신앙인’ 이라는 6부작 강론을 듣고 머리에 망치를 얻어 맞은 느낌이 들었다. 왜 나는 복이 없을까?! 인생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한탄하며 살던 나에게 그 이유를, 답을 찾게 되었다. 그 강론을 들은 이후로 나는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쭉정이 같은 삶을 살았는지 저절로 깨닫게 되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내 안의 상처도 들여다보고 치유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물으며 알려고 노력했다. 모든 관심과 에너지가 나의 밖이었는데 나의 안으로 변화되었다. 그 변화는 내가 오히려 사람들을 품을 수 있게 하고 용서하게 했다. 관계에서 나는 점점 자유로움을 느꼈다.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을 가지게 되었다.
‘너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강은 물과 흐른다는 두 가지 본질적 개념이 이루는 단어이다. 강은 언제나 흐르기 때문에 단 한 순간도 같은 물일 수가 없다는 뜻이다.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긍적정적인 내면의 변화와 성장이 탁월한 존재로 나아가게 함을 느낀다. 성숙이고 끊임없는 성장이다. 지적, 사회적, 관계적 차원의 급진적인 성장을 하는데 방법이 있다고 한다. 길을 아는 스승을 만나고, 좋은 책을 읽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라 한다. 또 다른 차원의 성장,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성장은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하며 사는 삶의 태도로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꾸준히 이것들을 실천하고 있다. 그 기간이 6개월, 1년에서 지금은 몇 년째다. 탁월함이란 남과의 비교가 아닌 과거의 나와 어제의 나에 비함이다.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나에게 질투나 열등감, 반대로 자만과 교만에서 멀어지게 해준다.
15년 전 가까운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쏘울이 있니?”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 그 친구는 나에게 “ 너는 도대체 쏘울이 있니? ”라고 물었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는 알맹이가 없는 겉의 화려함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내가 보였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관대함과 자비를 베풀려고 한다. 남을 원망함에서 받은 것이 많다는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나만 알고 편리함과 편안함만 추구했던 이기심은 나를 사람들에게 내어 주는 삶이 되었다. 내 안에서부터 느껴지는 결핍도 인식하고, 차오르는 충만함도 함께 느낀다.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지도 알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실천하며 매일 매순간 탁월한 존재로 성장하는 나를 만난다.
첫댓글 감사한 삶, 내어주는 삶을 실천한다는 다짐 너무 좋습니다.
분명 지인 님의 삶은 탁월한 존재로 익어가리라 생각합니다.
방금 한 일도 돌아서서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20년 전과 후는 분명,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도 생각도 달라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0년 전을 생각하면 정말 후회막급한 일들이 너무도 많지요. 그런 거 아닐까요? '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린' 그 순간에는 최선을 선택해서 살았을 겁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 보면 실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요. 더 좋은 삶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도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노력하신다는 지인님의 삶은 이미 차고 넘치게 훌륭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지인님의 글을 통해 노력하는 자세를 배워 갑니다. 솔직하게 쓰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