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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방위산업의 성장과 한국 방위산업 대응전략. 2편
작성일: 2017-12-18 10:49:30
형제에서 경쟁자로?!
터키 방위산업의 성장과 한국 방위산업 대응전략
황재연 군사연구 전문연구위원
• 터키 독자 잠수함 건조사업
터키 역시 활발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터키 해군용 214급을 면허생산하고 있는 터키 STM사는 올해 개최된 IDEX 2017에서 터키 해군의 MILDEN(Milli Denizaltı : 국가 잠수함) 프로그램에 대응한 자사의 x-TS1700 잠수함 모델을 공개하였다.
터키 해군의 MILDEN 프로그램은 현재 건조하고 있는 214급 6척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209급 잠수함 후기 도입분을 대체하고자 시작되었다.
◆ x-TS1700급의 등장
터키 방위사업청은 214급 면허생산 과정을 통해 얻어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터키 독자형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중장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TM사의 CEO인 Davut Yilmaz는 터키 국영 Anadolu Agency와 인터뷰에서 x-TS1700이 터키 SSM(방위사업청)이 의뢰한 잠수함 설계 연구의 결과라고 밝혔다.
Shepard Media에 의하면 x-TS1700은 배수량 1,740톤이며 전장 60.14m에 직경 6.5m이며 승무원은 25명(6명의 특수부대원추가 탑승 가능)이다. 이 잠수함은 연료전지 AIP를 사용함은 물론, 중어뢰와 대함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어뢰 발사관 8문을 가진다고 언급하였다.
[사진 10]
x-TS1700의 전체적인 형태와 배수량을 보면 현용 214급 잠수함의 역설계형에 가까울 정도로 양자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은 기술적 리스크를 축소시킬 수 있음은 물론, 자국의 잠수함 기술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터키 해군을 설득하기도 쉽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럼 독일 HDW사나 그 모회사인 TKMS사가 이를 좌시할까?
현실적으로 좌시할 수밖에 없다. 터키의 유명 총기회사인 MKE사가 독일제 HK416 소총을 무단으로 복제한 사실이 발각되어 외교적 문제가 됨은 물론, 결국 터키 국방부가 도입사업을 취소하기도 했다.
총기류는 자국 수요는 물론, 수출을 위해 무기 전시장을 통해 관계자들에게 쉽사리 내부 구조가 공개되므로 노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잠수함은 지적재산권 침해를 증명하기 매우 곤란하다. 전략적인 무기 체계이므로 그 설계도가 공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관계자가 잠수함에 탑승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탑승하여도 내부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다.
더욱이 터키와 독일의 잠수함 산업은 일종의 공생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잠수함 공동 진출 이외에도, x-TS1700급에 적용될 대부분의 핵심장비가 독일을 통해 공급될 수밖에 없어, 독일 입장에서도 크게 손해 보는 사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 향후 전망은?
터키+독일 TKMSThyssen Krupp Marine Systems 그룹은 일차적으로 인도네시아 차기 잠수함에 참여해 한국 대우조선해양 및 기타 잠수함 업체들과 경쟁할 것이다.
향후 터키 주도하에 x-TS1700급이 개발될 경우, 정치적 문제로 서방 잠수함 도입이 쉽지 않은 파키스탄이나 중동지역 국가에서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과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대규모 수출시장인 인도의 견제로 인해 서방 기업의 잠수함 판매가 용이치 않다. 중동지역의 부국들은 과거부터 잠수함 전력을 원했으나, 미국의 이스라엘 우선 정책으로 인하여 잠수함 판매가 억제되고 있다.
터키는 파키스탄과 같은 수니파 이슬람 국가로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중동지역에서 터키의 높은 전략적 위치로 인해 미국의 간섭과 통제가 쉽지 않은 국가이기도 하다. 터키가 가진 수니파 이슬람이란 이념적 가치와 중동지역에서의 전략적 파워 이외에도, 터키 방위사업청SSMSavunma Sanayii Mustesarligi의 강력한 기술육성 드라이브가 결합할 경우, 한국 방위산업은 큰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터키 방위사업청의 강력한 기술 드라이브 정책에 대해 분석해 본다.
• 터키의 기술개발 전략
지금까지 사례를 통해 터키 방위사업청(SSM)의 기술개발 전략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터키는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이 그러하듯 기술력 축적을 위하여 면허생산을 중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면허생산은 수요군의 요구에 따라 모델을 선정한 이후, 이를 국내에서 조립 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터키는 면허생산에 멈추지 않고 해외 마케팅 권리와 지적재산권 모두를 일괄 확보하여, 제3국에 대한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 비인기 품목을 선정하라?
터키 방위사업청의 해외 마케팅 권리와 지적재산권 요구는 웬만한 기업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터키에서 동일한 무기를 생산할 경우, 당연히 개발사는 수출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산회사들이 터키에게 전체 마케팅과 지적재산권을 제공하는 데는 해당 제품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했거나, 상대적으로 비인기 품목이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FNSS사가 1992년에 생산을 시작한 AIFV는 3세대 보병전투차가 대량 배치됨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도입하지 않는 2선급 무기에 해당하였다.
2선급이지만 터키 육군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충족할 수 있는데다, 동남아시아나 중동지역 국가들에게는 여전히 수요가 존재하는 품목이므로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터키 방위사업청은 T129 공격헬기 프로그램, K9 자주포 기술도입 프로그램, K2 흑표 전차 기술도입 프로그램 과정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전체 마케팅 권리와 지적재산권을 획득하였다.
한국의 K9 자주포의 경우, 현재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형 무기체계의 국제적 인지도는 매우 낮았다. 당시 국내 방산업체들은 해외수출에 혈안이 되어 있었기에,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터키는 1조 원이라는 비교적 헐값으로 K9 자주포 기반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K2 흑표 전차 기술도입 역시, (주)현대로템이나 국방과학연구소 모두 중고 레오파드 2 전차가 헐값으로 대량 판매되고 있는 현실에서 K2 흑표와 같은 고가형 3.5세대 전차의 해외수출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이에 터키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핵심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다.
터키는 흑표 기술을 기반으로 알타이 전차를 개발, 자국군 수요를 만족함과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대규모 판매를 논의하고 있다.
그럼 왜 터키는 T-155 푸트나 자주포 수출에는 성공하지 못하였는가?
현재 K9 자주포는 한국 육군을 위해 무려 1,200여 대나 생산되고 있으므로 가격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데다, 터키의 푸트나가 K9 자주포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진 11] 대한민국 K2 흑표 전차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된 터키의 알타이 전차.
◆ 과시적 성과 T129 사업
터키의 비인기 품목 공략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T129 공격헬기 프로그램이다. 2007년 3월, 터키 정부는 아구스타웨스트랜드사가 개발한 A129 공격헬기 51대를 구매한다고 발표하였다.
터키 육군의 차기 공격헬기 사업에는 AH-1Z, 유로콥터사의 EC665 타이거, 카모프사의 Ka-50 그리고 아구스타웨스트랜드사의 A129 International이 경쟁하였다.
이들 중 EC665 타이거는 터키의 쿠르드 난민 학살사건으로 인해 독일측이 금수조치를 실시해 사업에 참가할 수 없었다. AH-1Z 역시 미국제인 만큼 터키가 요구하는 전면적인 기술이전 조항을 만족시킬 수 없었으며, 러시아는 과거부터 터키와 적국이었고 신뢰성이나 무장체계 호환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터키 육군은 AH-1Z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미국 국무부가 터키 방위사업청이 요구한 임무 컴퓨터 기술과 같은 전략기술의 이전을 거부함에 따라 결국 탈락하였다.
터키의 선택은 A129 International이었으며, 당시 수요자인 터키 육군은 A129 International의 제한된 체급과 일부 부족한 성능으로 인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A129 International이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터키의 철저한 방위산업 우선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T129 수출되는가?
터키는 A129 International을 면허생산함과 동시에 모든 지적재산권과 마케팅 권한을 챙겼다. 이는 A129 International이 이탈리아 육군 이외에는 선택된 적이 없는 비인기 품목이었고, 향후 수출가능성도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터키는 A129 International을 독자 형태로 개량함과 동시에 T129로 명명하였으며 최초로 한국 육군 AH-X(차기 공격헬기) 사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사진 12]
한국에서는 실패했지만 터키는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을 노크했으며, 현재 파키스탄의 차기 경공격헬기로 거의 낙점된 상태이다.
Jane’s 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이 중국 청두항공기공사의 CAIC Z-10 공격헬기를 제치고 터키 TAI의 T129 공격헬기를 선정했으며 도입 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두 헬기 제작사는 파키스탄 육군이 발주한 초기물량 30대와 이외에 최종적으로 50대가 넘을 가능성이 있는 경공격헬기를 공급하기 위하여 경쟁하였다. 2015년부터 Z-10 공격헬기 3대가 파키스탄에서 시험비행을 시작했으며, 2016년 6월부터 T129가 파키스탄의 고지대에서 엄격한 성능시험을 시작하였다.
공개된 여러 자료를 정리하면, Z-10이 보다 낮은 가격을 불렀지만 엔진의 출력이 부족해 고온 상황에서 수행된 고지대 비행 테스트를 제대로 완료하지 못하였다. 이와 비교해 강력한 CTS-800 엔진을 사용하는 T129는 파키스탄 육군의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터키와 파키스탄은 파키스탄에서 헬기 조립과 부품 제작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협상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 터키판 수리온 프로그램?
지난 2017년 1월, T129를 생산하고 있는 터키 TAI사는 터키 첫 국산 헬기 프로토 타입의 제작을 완료하였다.
T625로 명명된 신형 헬기는 T129 공격헬기의 CTS-800 엔진을 포함한 동력체계를 그대로 사용해 제작된 5톤급 쌍발 중형헬기로, 2명의 조종사와 12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특히나 T625는 터키 육군이 운용중인 노후한 UH- 1H를 교체할 계획이므로, 전체적으로 수리온과 동급의 성능을 가져 향후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13]
터키는 자국의 제한된 기술력과 예산으로 복잡한 동력계통을 설계할 수 없음을 인식했으며, 그 결과 신뢰성이 입증된 T129의 동력계통과 조종계통을 그대로 활용해 중형급 다목적 헬기를 개발하였다.
이는 과거 UH-1H 다목적 헬기의 동력계통을 활용해 AH-1G 코브라 공격헬기가 개발된 사례의 역순에 해당하며, 신뢰성이 입증된 동력계통을 그대로 사용하므로 기술적 리스크 상당부분을 회피할 수 있게 되었다.
TAI 관계자들은 T625가 2018년 9월에 첫 비행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파키스탄 육군의 UH-1H 기종 대체, 조종사 훈련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후, 민간용 버전을 개발하여 국제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며, TAI사의 관계자는 터키군과 정부에 약 800대를 판매하고, 해외 고객에게는 400대 가량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였다(터키는 세계에서 9번째로 큰 헬기 시장이다).
• 터키 방위산업의 성공전략은?
터키 방위산업의 핵심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➊ 자국군 요구보다 전략적 차원에서 기술도입을 우선한다. ➋ 해외 마케팅 권리와 지적재산권을 일괄구매 한다. ➌ 중장기 전략 하에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한다.
➊, ➋번 사항은 충분히 설명된 것 같으므로 ➌번 사항에 대해 보충해 본다.
◆ 안정적 발전전략
터키는 자국의 부족한 산업역량을 반영해 단계적인 기술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타이 전차는 처음부터 독일제 MTU 883 엔진 장착을 기본으로 하고, 중장기 전략 하에 자국산 엔진 개발이 완료된 이후에 장착하도록 배려했다.
K2 흑표 전차가 한국형 엔진 개발이 늦어져 여러모로 난항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선견지명에 해당한다.
터키는 대한민국에서 1차로 KT-1T 기본훈련기 40대를 도입한데 이어, 2014년에 추가로 15대를 구매하여 총 5억 달러를 사용하였다.
터키는 1999년에 개발을 시작한 대한민국보다 조금 늦은 2004년부터 기본훈련기 개발을 시작했지만, 자국의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만족스런 성능을 확보하기 곤란하자 무리수를 두지 않고 한국에서 KT-1T를 도입하였다.
물론, 그냥 도입한 것이 아니었다. 자국 공군의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자국에서 쉽사리 통합하기 어려웠던 여압장치(고도상승에 따른 조종실 압력저하 조절장치), 디지털 조종석, 산소공급 장치, 일체형 조종간을 주문하는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관련 기술력을 습득하였다.
당시 KT-1T는 KAI가 완제품으로 5대를 수출한 뒤 TAI(터키항공우주산업)의 앙카라 공장에서 하청 생산한 동체와 KAI가 공급한 날개 및 주요 부품을 조립해 35대를 만드는 방식이 적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터키측은 KT-1에 적용된 대부분의 핵심기술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터키는 KAI와 기술지원 및 교육 계약을 맺어 파견된 4명의 기술요원을 통해 핵심적인 정비 노하우와 각종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 터키의 Hurkus 경공격기 등장
터키 TAI사는 2017년 2월, Hurkus 기본훈련기 및 경공격기를 공개하였다.
Hurkus 프로그램은 2004년부터 시작되었지만 개발이 용이하지 않았기에, 중간 과정에서 KT-1T 면허생산과 기술협력을 통해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였다.
[사진 14]
그럼 Hurkus는 KT-1T의 복제형인가?
그렇지 않다. 양자는 항공 역학적으로 닮아 있지만, KT-1이 950마력을 발휘하는 PT6A-62을 통해 기본훈련기와 전술통제기 수준에서 멈춘 것과 비교해, Hurkus는 1,600마력을 자랑하는 PT6A-68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강력한 엔진과 함께 Hurkus-C 버전은 7개의 외부 하드포인트를 장착하여 강력한 경공격기로 태어났다.
터키 공군의 기본훈련기 수요는 KT-1T로 상당부분 충족된 만큼, 1차적으로 15대(옵션으로 40대)의 Hurkus -C 버전을 생산해 터키 내부와 시리아 및 이라크 국경 너머에서 쿠르드족과 이슬람 무장세력과의 반테러전에 폭넓게 사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실전경험을 확보한 이후, 향후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 지역,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에게 Hurkus-C를 판매하고자 한다. 이미 터키는 파키스탄과 Hurkus 기본훈련기 판매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 상황이다.
항공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Hurkus가 브라질 A-29 슈퍼 투카노와 AT-6 울버린 경공격기가 주도하고 있는 경공격기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이들 경공격기 시장은 매우 밝은데, 수많은 중소국가는 물론, 심지어 미국 공군마저도 OA-XObservation Attack-Experiment 프로그램을 통해 저강도 CAS(근접 항공지원)용 프로펠러 경공격기를 구매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KT-1을 지속적으로 개량했더라면 T-50과 FA-50의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 우수한 방산제품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 대한민국 방위산업 대응전략은?
지금까지 터키의 방위산업 발전전략의 경쟁력에 대해 분석해 보았으므로,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터키와 경쟁에 승리하기 위한 핵심전략도 도출해 본다.
◆ 중장기 사업전략이 필요하다.
터키는 세계적 수준의 방산장비를 개발하고 있으나, 대한민국과 비교해 산업기반과 기술력이 취약하며 핵심부품 자급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터키의 알타이 전차는 한국의 기술지원을 통해 대부분의 구성체계 국산화에 성공했으나, 핵심적인 고출력 디젤엔진 개발이 난관에 부딪혀 향후 수출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우수한 동력산업 기반과 기술력을 활용해 독일 MTU883과 동급의 고출력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있지만, 무리한 사업진행으로 인해 국산형 동력체계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독일이 자랑하는 MTU880 시리즈 엔진은 독일 BWB(국방기술조달청)의 중장기 전략에 따라, 독일 육군의 전차와 보병전투차, 자주포보다 10년 앞서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총 개발기간이 13년에 이른다.
[사진 15]
독일군은 2000년대 사용할 차기 전차 엔진의 출력으로 1,500마력급, 차기 자주포의 엔진으로 1,000마력급을 요구하였다. 본 조건에 맞추어 독일 MTU사는 1986년부터 8개의 실린더를 통해 1,000마력을 발휘하는 MTU881 엔진을, 12개의 실린더로 1,500마력 출력을 자랑하는 MTU883 엔진을 계열형 모델로 개발하였다. 실제 양 엔진은 실린더 숫자를 제외한 대부분 핵심구조와 부품을 공유한다.
MTU881 엔진은 이후 독일군 PzH2000 자주포에 탑재되었으며, K9 자주포에도 탑재되어 한국 육군만 최소 1,200대 이상의 엔진을 구매할 예정이다.
냉전의 붕괴로 독일군이 차기 전차 개발을 포기한 결과 MTU883 엔진도 같이 불발되었지만, MTU883 엔진은 UAE군의 르끌레어 전차를 시작으로 K2 흑표 전차와 터키 알타이용으로 채택되어 최소 1,000대 이상 생산될 예정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형 디젤엔진이 눈앞의 K2 흑표 전차가 아닌, 장기 사용으로 인해 동력체계 교체가 필요한 K1 전차와 K1A1 전차용으로 개발했다면 지금과 같은 시행착오 없이 우수한 엔진으로 태어났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필자가 인터뷰 한 개발 관련자들 역시 너무 짧은 개발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시행착오 및 테스트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1차 수락평가 실패 이후의 방위사업청과 군의 과도한 압력, 악화된 여론으로 인해 체계적인 문제해결 접근이 아닌, 응급조치만 반복한 결과 결국 개발기간만 늘어났다고 언급하였다.
한국군은 세계적 수준의 규모를 가지는 만큼, 엔진과 같은 전략적 체계는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터키와 같은 신흥 경쟁자에 대한 강력한 수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전략형 핵심부품의 개발
터키의 방위산업은 외형적으로 화려하지만, 실제 체계종합 기술력만 가지고 있을 뿐 핵심적인 부품 대부분을 해외도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출력 엔진과 변속기, 고출력 모터, 열상장비 검출기와 냉각기, 군사용 주문형 반도체, 군사용 전지체계(리튬전지, 연료전지, 장기저장 전지 등), 주요 장약과 추진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강력한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어 추진제와 장약, 열상장비 검출기와 AESA 레이더용 GaN 소자를 비롯한 핵심적인 주문형 반도체 대부분에 대한 국산화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리튬전지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생산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고출력 엔진과 변속기, 고출력 모터의 국산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전략 부품은 국제적인 전략물자 관리체계를 통해 관리 및 통제되며, 선진국이 정치적 이유로 수출금지에 나설 경우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현재 터키는 쿠르드족 문제와 터키 내의 인권문제로 인해 서유럽을 통한 핵심부품 및 기술 수입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으며, 실제 알타이 전차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이 위협받고 있다.
국내에서 전략형 핵심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넘어 관련 핵심 부품수급이 어려운 터키와 비교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K2 흑표 전차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을 원하고 있으나, 한국형 엔진 개발이 늦어짐에 따라 터키를 견제할 수 있는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 만큼 핵심부품 개발은 중요하다.
◆ 국제적 수준의 무기개발
터키 방위산업은 UAE에 터키 Ototak사가 개발한 Arma 8×8 장갑차량 400대 수출을 비롯, 다양한 종류의 전투차량과 MRAP(대지뢰전 차량) 수출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 16] UAE 육군이 도입하는 Al-Jasur(UAE의 벤처자본과 Otokar사가 합작)사가 Arma 8×8을 베이스로 재설계한 Rabdan 8×8 차륜장갑차이다.
터키의 알타이 전차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교훈을 반영해 전투중량 60톤급 전차로 개발되었으며, 특히 측면과 하부저판 방어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터키나 유럽이 개발하거나 개량한 장갑차나 보병전투차는 대부분 Level Ⅲ급 이상의 지뢰방어력을 갖추고 있으나, K2 흑표나 K21 보병전투차는 물론, 새롭게 등장한 K808 차륜 장갑차도 시대적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무기체계가 국제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교훈을 반영한 개량사항을 반드시 적용할 필요가 있다.
• 한국 방위산업의 선택은?
그럼 앞으로 대세가 될 무기체계로는 무엇이 있을까?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수니파 군대는 지금도 예멘에서 시아파 후티 반군들과 전투를 지속하고 있다. 시아파 후티 반군은 예멘 정부군의 탄도미사일 전력을 확보해 예멘 내의 수니파 군대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발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패트리어트 방공체계는 1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였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대중화된 전술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저렴하고 야전 기동성이 우수한 요격체계, 즉 천궁 PIP와 같은 탄도탄 요격체계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물론, 천궁 PIP도 현재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일반화된 무인기 위협과 360도 다중위협에 대응해 소형 측면감시 레이더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360도 감시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사진 17]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가진 천궁 PIP 지대공 미사일
미국은 대테러 작전에 MQ-1 프레데터 무인공격기를 투입한 이후, 무인공격기는 대게릴라 작전에 없어서는 안 될 무기체계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중동지역에 대한 무인공격기 판매를 제한하고 있어,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은 중국제 무인공격기를 수입해 운용하고 있다.
향후에도 무인공격기는 대테러 작전 및 대게릴라 작전의 핵심전력으로 지속적으로 운용이 확대될 예정인 만큼, 현재 개발이 진행중인 한국형 무인공격기 개발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진 18] 현재 개발중인 차기 중고도 무인기이다. 차기 중고도 무인기 프레임을 바탕으로 한국형 무인공격기가 개발될 예정이다.
• 맺 는 말
상당한 지면을 통해 터키 방위산업의 성장전략을 분석해 보았다.
터키의 강점으로는 자국군 요구보다 전략적 차원에서 기술도입을 우선시 하는 방위산업 우대정책과, 중장기 전략 하에 진행되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기술개발 전략이 있다.
우리는 터키에게 이들 요소를 배워야 할 것이며, 동시에 터키의 취약점인 전략 부품산업 개발역량을 강화하여 방위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터키 역시 현재 자국의 부족한 전략 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 만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반드시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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