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분들의 구전에 의해서 진돗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그 이미가 다르게 해석이 되기 쉽습니다.
김정호씨의 '진도견'에 등장하는 원로 가운데 채정민씨의 개 사진이 있어서 올려 봅니다.
그 분이 말씀하신 내용과 기르고 있던 개를 비교해 보면 구전에 전해오는 말씀의 의미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언듯 보기에도 대부분 사냥에 적합한 개들인
것으로 보여서 적어도 채정민씨는 사냥개에 대한 말씀을 하신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다음은 채정민씨가 인터뷰하신 내용입니다.
선대로부터 개사냥을 해 어려서부터 사냥을 다녔다. 선배들로부터 진도개중 좋은 개는 「머리는 복개뚜껑 엎어놓은 것 같고 콧대는 명주꾸리 같고 발은 옹조리 덮어놓은 것 같아야 한다」고 배웠다.(복개란 밥그릇 덮개를 말하며 옹조리란 뚝배기를 말한다) 개는 그 생김새만 보고도 그 성격과 능력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사람에게 관상학이 있다면 개에도 관상학은 있다. 귀와 귀사이는 넓을수록 좋은 것이 귓사이가 넓으면 머릿통이 크기 때문이다. 귀의 생김새는 작을수록 나쁘고 좀 커야 하지만 너무 커도 좋지 않다. 귀가 얇으면 간사하고 몸에 맞게 두꺼워야 힘차다. 귓속에 털이 많을수록 좋다. 사냥개는 풀이슬을 털고 달리는 경우가 많아서 털이 많지 않고 보면 고개를 숙이고 달릴때 이슬이 귓속으로 들어가 귓병이 생기고 결국 달리지도 못한다. 귓속털이 많은 놈일수록 열심히 냇질만을 하면서 뛰고 털이 없고 얇은 놈일수록 냇질을 하며 달리다가도 고개를 세우고 소리를 들으려 하므로 뜀질이 늦어진다. 걸을 때 꼬리가 휘청거리고 흔들리면 힘도 없어보일뿐 아니라 달리는 힘도 적다. 발은 옹조리 덮은 것 같아야 한다고 했듯이 둥그렇게 생겨야지 가운데 발가락이 튀어나와 삼각을 이루면 달리는 성능이 나쁘다. 발이 둥글게 생길수록 발톱이 숨어 땅에 닿지 않는다. 개는 키 높은 놈일수록 좋다는 것은 키가 높게 생길수록 다리가 길어 잘 달리기 때문이다. 사람도 장다리가 잘 달리는율이 많은 이치와 같다. 장다리도 바삭 마르더라도 근육이 당차게 생겨야지 근육이 강하지 않으면 힘이 적다. 키가 작을수록 다리가 짧고 살만 많아 뛰지 못한다. 코는 들창코를 하면 냄새맡는 품성이 약하다. 진도개는 짐승을 보고 쪽기보다 냄새를 맡아 쫒는 개라 고개를 숙이고 코를 땅에 박고 달리는데 콧구멍이 밑을 향해 숙여 있지 않으면 그 기능이 약할 수 밖에 없다. 꼬리는 체구에 맞게 굵어야 하고 뼈처럼 단단해 보여야 좋다. 흔들거리거나 힘이 없어보이면 틀림없이 달리는 힘이 적다. 꼬리는 똥구멍을 덮지 않고 직각으로 하늘을 향해 치켜 서야지 똥구멍을 가려 뒤로 향했다가 위로 말아있으면 약한 꼬리다. 똥구멍 큰 개가 좋다는 말은 꼬리가 똥구멍을 가리지 않고 바로 직각으로 치켜서야 한다는 말과 같다. 꼬리가 등의 선과 90도각을 이루면 똥구멍아 훤히 드러나 커보일 수 밖에 없다. 주로 사냥개의 특징을 든 것이지만 개가 보기만 좋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개가 좋다는 말은 개의 성능이 좋다는 말일 것이다. 개란 원래 사냥하던 짐승인데 사냥에 서툰 개가 좋을 리 없다. 사냥을 잘하는 개일수록 영리하고 주인에게 충성스럽고 의젓하고 집을 잘 지키고 말을 잘 들으므로 사냥개가 진도개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 사람들은 우리와 같이 개의 품성과 성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외모만 보는 것 같다. 외모만 취하다 보면 진도개는 모두 똥개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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