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禹守峴 우수현 1)
自御成至吉野之間 有一峴, 古有小路 僅容一馬. 壬辰役 禹性傳 募兵守之 敵不敢入. 居民以安時 稱禹守峴. 禹公 卽千人領首.
어성(御成)에서 길야(吉野) 2) 사이에 고개 하나가 있는데, 옛날에 작은 길이 있어 겨우 말 한 필을 용납할 정도였다. 임진왜란의에 역할을 한 우성전(禹性傳) 의병장이 군인을 모집하여 거기를 지켰으니 적이 감히 들어오지 못했다. 주민들이 편안한 때에는 거기를 우수현(禹守峴)이라 불렀다. 우공(禹公)은 곧 천 사람의 수령(首領)이었다.
秋氣軍聲振國門
침울하던 중 군대함성이 도성 문에 떨치니
邦家再造亦公恩
다시 세워진 국가는 공의 은혜도 입었었네.
忍看千里蒙塵駕
천리 피난길의 임금 수레 차마 볼 수 없고
直𢶑三江㨿敵屯
곧장 삼강을 골라 적은 주둔지를 삼았었네. 3)
術道請斬妖釋輩
요망한자와 불교도들의 처형을 요구하였고
爭疏轉落千人論
왕에게 올린 상소 천만 논쟁으로 전락했네.
峴山不見紀功石
고갯마루엔 그 공로 기리는 비석조차 없이
惟有居民萬口喧
주민의 많은 입의 부르짖음만 있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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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수현(禹守峴): 우성전(禹性傳/ 1542-1593) 의병장이 지켰던 고개, 임진왜란(壬辰倭亂) 당시 경기도 지방에서 활약, 도동에서 후암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우수현이라 불렀다.
2) 어성지길야지간(御成至吉野之間): 어성(御成)에서 길야((吉野)에 이르는 그 사이. 일제 때의 어성정(御成町)은 서울 중구의 양동(陽洞), 길야정(吉野町)은 도동(桃洞)이다.
3) 직뇨삼강거적둔(直𢶑三江㨿敵屯): 직뇨(直𢶑)는 곧장 택했다는 말인데, 이 ‘뇨(𢶑)’는 선택한다(to select/ to pick)는 뜻으로 뇨(𢸣)와 같은 발음 뇨(裊/ 褭)자에서 유추했다. 삼강(三江)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먼저 점령했을 우리나라 주요 강 셋. 거(㨿)자도 이체자(異體字)인데 거(據)와 같아 거적둔(㨿敵屯)은 적이 의거한 주둔지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