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화에 들어온지 만 3년이 되었습니다.
계획대로라고 하면 진작에 시작되었어야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어가느라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년 이맘때면 드러날 걸로 믿고 힘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는 삼년전이나 별반 달라진게 없습니다. 처음 들어 오면서부터
원래 건물이 한채 있었고 주변에 나무가 심겨진 부지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나무들 그대로에 집도 여전해서 삼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은 것이
조금은 식상하기도 합니다.
무언가 일을 일으킨다는 것은 때로는 거창하게 변화를 일으키기 보다는
이렇게 식상한 자리에서 조용히 버티는 것이 맞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다 때가있는 거여서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될것은 되고
아니 될것은 아니 될거니,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잘 서 있는게 우선이라 여기게 됩니다.
2.
바람 고요한 봄날입니다. 날은 좀 차가웠습니다.
하루종일 강화에서 일을 했습니다.
2년전에 정성껏 만든 닭장을 철거하는 일입니다. 나름 야마기시 양계를 공부해서
먼 앞날을 내다보고 튼튼하게 지은 건데 그만 서투른 솜씨에
작년 바람에 지붕을 날려버렸고,
올해는 건축에 자리를 비켜줘여하는 거라 일찌감치 치우는 거였습니다.
다행이 윤수가 같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윤수는 월요일 화요일날 저하고 같이 강화에서 일을 하기로 한 큰나무의 학생입니다.
오늘은 내가 드릴을 잡으면 윤수가 망치를 잡고
내가 큰 장도리를 잡으면 윤수가 드릴을 잡고 하면서
번갈아가며 맞아돌아갔습니다. 나이는 스무살이라 학생처럼 가만 앉아서 있기보다는
이렇게 나와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생동감이 넘쳐보입니다.
3. 밭일을 준비중입니다.
작년 늦가을에 심어놓은 우리밀은 고라니가 그렇게 뜯어먹는대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몇번 고라니 망을 손보았지만
매번 어딘지 알수 없는 곳으로 드나들어 그냥 놔두고 있습니다.
고라니도 먹고 사람도 먹고.
그래도 남는게 있을 거니 종자로 받아두었다가 내년은 좀 더 심고.
내 후년에는 더 더 심고. 좀 모이면 잘 빻아서 통빵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파리***나 뚜레** 빵집 맛은 못따라가더라도 거친 그대로 투박한 우리밀 통빵이
화덕에서 만들어질 날을 꿈꾸어봅니다.
4.
캠프힐 1차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이번 1차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그동안 같이 해온 분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차 이후로는 공개하여 신청을 받게 됩니다. 우선 추가모집을 계획하고 있고
초기 캠프힐이 자리를 잡게 되면 2차 모집에 들어가게 됩니다.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소규모로 이루어지기때문에 자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5.
3월 26일 오후에 함께나눔큰나무 총회가 있습니다.
교육협동조합 해산 이후 첫 총회입니다. 막중한 책임을 느끼면서 준비중입니다.
6.
건축 설계가 다시 진행중입니다.
7.
저는 월,화는 강화캠프힐에서, 나머지는 시흥캠프힐에 있게 됩니다.
자주 건너다니는 초지대교는 저한테 두 세계를 나누는 명료한 다리입니다.
도시와 농촌, 과거와 미래, 학령기와 성인기..
이제는 이쪽에 있어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익숙해졌고
마땅한 곳이라 여기는가 봅니다. 오늘도 일을 하는데
내동 즐거웠습니다.
8. 큰나무 생일이 지난 3월 4일이었습니다. 만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광명시 밤일마을 햇살바른 마당에서 함께 축하하던 일이
벌써 그리되었습니다.
이곳 앨범방을 보니 그 10년이란게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솜털 숭숭거리던 그 아이들 이제는 늙수그레하니 아저씨가 다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