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리 근부(覲父)
동명이 동부여에 있을 때 예씨(禮氏)를 맞아 아내를 삼아 동거하다가 동명이 필경 동부여에 용납 못하여 남으로 도망하였다. 그때 아내를 데리고 오지 못하고 태중인 것을 알고 동명이 아내 예씨에게 부탁하되 아들을 낳거든 단검(短劍) 일편(一片)을 찾아 가지고 오면 내가 아들로 알리라 하여더니 그 후 예씨 과연 아들을 낳으니 이름은 유리(類利)라. 점점 자람에 저의 아버지와 같이 활쏘기를 좋아하였다.
하루는 유리가 활을 쏘다가 그릇 물 깁는 부인의 물동이를 맞추었다. 그 부인이 노하여 말하되 아비 없는 자식이 어찌 이렇게 무례하뇨. 유리 듣고 돌아와 그 모친께 말하되 세상에 어찌 아비 없는 자식이 있으리오 우리 아버지는 누구요 하고 묻는다. 모친이 대답하되 너는 아비가 없다. 유리 듣고 자결코자 하거는 모친이 가로되 희롱의 말이다. 너의 아버지는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 이곳에 용납지 못하여 남으로 피하여 큰 나라의 임금이 되었으니 너는 지금 곧 찾아가라. 너의 아버지 말씀이 단검을 찾아 노라 하였으니 오늘이라도 단검을 찾아보아라. 칠령(七嶺) 칠곡(七)谷) 석상(石上) 송하(松下)에 있다 하였으니 찾아보아라. 유리는 사면으로 찾기 시작하였다.
하루는 어느 주춧돌 위에 칠곡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웠다. 그 기둥 밑을 찾으니 과연 단검이 있는지라 유리가 기뻐하여 친구 옥지(屋智) 구추(句鄒) 도조(都祖) 세 사람을 데리고 졸본에 가서 부왕 동명을 뵈이니 왕이 자기 가졌던 단금을 맞추어 보고 이에 기뻐하여 제위 태자를 삼고 다물후 송양의 딸을 취하여 태자비를 삼으로 동명의 기쁨은 말할 수 없다.
동명왕이 승하 하시고 태자 유리가 위에 오르니 곧 유리왕이라 같이 있던 비류 온조는 용납지 못하여 남으로 피하여 백제 시조가 되었으니 이로부터 고구려의 국운이 융성하여 세세에 영걸한 임금이 나고 위신과 무용으로 만국을 눌렀다. 왕자 해명(解明)과 태자 무휼(撫恤)같은 위인은 이웃 나라가 듣고 다 두려워하여 감히 범하지 못하고 신하에는 괴유(怪由)와 을두지(乙豆智) 같은 명장이 나서 싸우면 이기고 취하면 얻어 국운이 날로 융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