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재희 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손님이었다가, 아이였다가, 선생님이었다가 어제는 잠깐 감독도 되어보았던 사람입니다.
이번 여름 며칠을 추동에서 보냈다고 제가 또 언제 여기에 없었던 사람인가 싶습니다.
제가 추동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저는 자주 이곳을 생각했습니다. 그냥 잊어버리기에는 추동이라는 마을이 저의 너무나 큰 부분을 이루고 있었나봅니다. 이번에 도서관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하영 선생님과 폐막식을 만들어나가면서, 오래전부터 내 안 깊은곳에 멈춰있던 무언가를 꺼내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추동에 두고온 것들이 많았나봅니다. 어제부로 저는 제가 놓쳤던것들을 모두 다시 바로잡았습니다.
언젠가는 카메라를 들고 추동으로 가야지.
이것은 제 꿈이었고, 동시에 욕심이었습니다. 그리운 곳에 다시 올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마을의 이웃들과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넘치도록 많은 정을 다 받고만 있었습니다. 곧 나를 위한 일이었던 다큐멘터리가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추동 안에 있는 것 만으로 행복했습니다. 저에게 없는 것들이 마을에는 가득해 이곳에 오면 제가 완전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제 많은 분들께서 영상을 함께 보고 감상을 나누어주셨습니다. 도리어 저에게 감사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아 신기했습니다. 내가 만든 영상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매일 보던 장면들을 새롭도록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보람차고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다시는 겪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합니다.
순간의 감정과 공기까지 잊고싶지 않아요.
이 여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을 것만 같아요.
내일 잠에서 깨어나 이 모든 일들이 꿈이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여름이에요.
이 아름답고 정 많은 마을을 카메라로 담아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고 감사한 일들만 있었습니다.
최선웅 관장님, 항상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들이 변한다는 사실을 원망스러워할 때쯤 저에게는 언제든 이곳에서 변함없이 반갑게 나를 맞이해줄 사람이 생겼습니다.
권민정 선생님, 매번 저를 챙겨주시고, 저의 몫까지 식사를 차려주시고… 이번 여름에 제가 신세를 참 많이 졌습니다. 받기만 한 것 같아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최하영 선생님, 선생님은 아이들 수료증을 쓰면서, 저는 다큐의 편집을 하면서 밤을 새던 날 제가 이곳에 있는게 좋다고 하셨던것 기억하시나요? 저도 제가 선생님과 함께 이곳에 있는게 좋았습니다. 언니와 함께 멋진 폐막식을 만들 수 있어서 나는 너무 행운이었어.
이주은 선생님,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에요.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많이 부러워했고 또 많이 배웠습니다. 언니는 정말 깊은 사람인 것 같아.
아이들에게, 나의 첫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어줘서 고마워.
먼저 다가가는 언니, 누나가 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내게 먼저 다가와줘서, 나와 함께 놀아줘서 고마워.
너희들은 모두 아름답단다.
이번 여름, 저를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또 만나요!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이재희
첫댓글 '저는 추동에 두고온 것들이 많았나봅니다. 어제부로 저는 제가 놓쳤던것들을 모두 다시 바로잡았습니다.'
'곧 나를 위한 일이었던 다큐멘터리가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추동 안에 있는 것 만으로 행복했습니다. 저에게 없는 것들이 마을에는 가득해 이곳에 오면 제가 완전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든 영상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매일 보던 장면들을 새롭도록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보람차고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
'다시는 겪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합니다.
순간의 감정과 공기까지 잊고싶지 않아요.
이 여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을 것만 같아요.
내일 잠에서 깨어나 이 모든 일들이 꿈이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여름이에요.
이 아름답고 정 많은 마을을 카메라로 담아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
한 문장 한 문장 마음을 울립니다.
재희와 함께한 여름이 꿈만 같습니다.
정말 꿈만 같아요.
올 봄부터 조금 지쳐있었어요.
평화롭게 스러져가는 도서관을 재희가 담아주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재희 포착한 것은 스러져가는 도서관이 아니라 우리 마을 이웃과 인정이었습니다.
깊이 감동했어요.
힘을 얻었어요.
고맙습니다. 이재희 감독님.
재희와의 첫 만남을 긴장하며 준비하고
그렇게 만나 의논하고
이렇게 폐막식을 이루기까지.
재희는 귀한 저의 동료였고
사랑스러운 동생이자
멋진 감독이었습니다.
재희야 오래오래 기억할 여름을
함께 만들어줘서 고마워.
이재희 감독님 글을 최하영 선생님이 여러 동료들 앞에서 읽어 주었습니다
감동하고 감사합니다
마을영화제 폐막식, 여름활동 수료식에서 감독님의 다큐 '호숫가 도서관' 을 보며 최근에 본 영화 '퍼팩트데이즈' 가 떠올랐습니다.
영화를 봤을 때도 그러했지만,
이번 감독님의 다큐를 보면서도
떠오른 문장이 있었습니다.
'Life gose on'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삶을, 어떤 일상을 소개할지 기대됩니다.
응원합니다!
이재희 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