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메탄올이 석유를 대체할 청정연료 라는 것은 20년 전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보에도 잘 나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서만은 금기어가 되어 있습니다.
(예전뉴스) 알코올 힘으로 자동차를 움직여라 <KISTI의 과학향기> 제28호 2003년 09월 15일
유럽 중세시대 성행했던 연금술을 연상시키는 석유 대체물질 개발을 위해 지구촌이 팔을 걷어 부쳤다.
과학의 주요 과제도 전세계적으로 처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한지 오래다.
가짜 휘발유, 유사 석유 논쟁 이후 판매금지 조치, 제조업체 부사장 구속 등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세녹스 사건 역시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는 과정에서 생긴 몸살로 볼 수 있다.
국내서 대체 에너지원으로 메틸 알코올 즉, 메탄올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세녹스 논쟁 덕이 크다. 세녹스가 메탄올10%와 솔벤트, 톨루엔, 기타 화합물을 혼합해 만든 제품이기 때문이다. 독성이 있는 무색의 휘발성 액체인 메탄올은 천연가스, 석탄, 나무 등으로부터 공업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연료다.
자동차 앞 유리 세정액이나 야외 조리용 연료, 복사기 유동액 등에 포함되어 있으며, 일부 페인트나 니스 등에도 함유되어 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탄올이지만 불쾌한 기억이 더 많다. 술집에서 소주 병마개를 따고 난 후 한잔 정도의 분량을 덜어냈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알코올의 발효 과정에서 생겨난 불순물이 병 윗부분에 떠 있다는 이유였고, 불순물의 대부분은 메탄올이 차지했다.
과거 ‘메탄올 흡입성 중독’ 증세를 보인 공장 근무자들 중에는 심한 경우 마비상태가 되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암거래 시장에서 나도는 메탄올을 함유한 술을 먹고 사망한 사건들이 접수되고 있다.
이런 메탄올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동차의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로 부상한 것은 과학의 힘이다. 메탄올은 옥탄가가 101.5로 높아 고압축비 엔진에 적합하며, 디젤엔진에 사용할 경우 연소중 검댕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연소되면서 물과 이산화탄소만 생성하기 때문에 청정 에너지라는 수식어도 달고 있다.
메탄올의 자동차 연료로서의 가능성은 100년 전 포드사가 개발을 시작하면서 인정받았다.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건 자동차 제조업체 중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메탄올 연료전지 차를 테스트 중이다. 중국의 한 회사도 메탄올을 원료로 하는 환경보호형 자동차를 개발, 2008년 북경올림픽에 이 자동차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용화 전 단계지만 메탄올 자동차의 단점도 있다. 동일 체적당 발열량이 가솔린의 1/2 정도로 작아 같은 거리를 주행할 때 2배의 연료탱크 용량이 필요해 대도시에서나 사용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메탄올 전용차량 도입에 앞서 중간단계로 메탄올과 가솔린을 임의의 비율로 사용할 수 있는 FFV(Flexible Fuel Vehicle) 차량 개발이 활발한 편이다.
메탄올이 석유를 대체할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과학기술 발전이 가속되고 있어 개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세녹스 사건을 계기로 에너지 관련 법령과 제도, 조세체계 등 기존 법과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과학향기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