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가(山家)에 관한 시
차례
산가 / 도종환
산가(山家) / 문태준
산가(山家) 1 / 안도현
산가(山家) 2 / 안도현
산사람(노래) / 이정선
산가 / 도종환
어제 낮엔 양지 밭에 차나무 씨앗을 심고
오늘 밤엔 마당에 나가 별을 헤아렸다
해가 지기 전에 소나무 장작을 쪼개고
해 진 뒤 침침한 불빛 옆에서 시를 읽었다
산그늘 일찍 들고 겨울도 빨리 오는 이 골짝에
낮에도 찾는 이 없고 밤에도 산국화뿐이지만
매화나무도 나도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매화는 매화대로 나는 나대로 그냥 고요하였다
- 도종환,『해인으로 가는 길』(문학동네, 2006)
산가(山家) / 문태준
산에 사는 사람의 집에 찾아갔더니
뒷마당에 덩굴뿐이네
산이 한해에 한번 뒷마당까지 굼틀굼틀 내려왔다 간 듯이
뒷마당에 엉클어진 덩굴뿐이네
잎도 꽃도 없는
덩굴뿐이네
산의
촐촐 마른
끝자락
- 문태준,『아침은 생각한다』(창비, 2022)
산가(山家) 1 / 안도현
외딴집이다
둘러보니
아기원추리 집 한 채,
도라지꽃 집 한 채,
뻐꾸기는 집이 여러 채,
외딴집이 아니다
소란스런 마을 한복판이다
- 안도현,『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
산가(山家) 2 / 안도현
나무 끝에 빗소리
오나 안 오나
걸어둔 귀 두 쪽을
매미가 물어뜯고
괴로워하지 말라고
오는 소나기
댓돌 위에
신발짝 뒤집어놓고
들창문 닫고 나서
혼자 생각하느니
남의 뽕밭에 들어가
오디 훔쳐 먹은 일
- 안도현,『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
[출처] 시 모음 941. 「산가(山家)」|작성자 느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