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없다. 특별한 맛이 없다. 그런데 말끔히 비우게 만든다. 거창한 별미가 아니라 언제나 대하던 수더분한 맛이 오히려 입맛을 당긴다. 아삭한 콩나물에서 시작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산물이 착하게 제 맛을 낸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최근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는 착한 식당을 보노라면 오히려 재료 고유의 맛을 낸다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입에 착착 감기는 첫맛에 빠져들지만 정작 마무리 단계에 와서는 입맛을 오히려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냥 요리에 들어간 고유한 맛을 찾는 사람들에겐 별미가 아닌 순수한 그 맛이 오히려 만나기 힘든 시대다. 한 점 한 점의 음식이 요란 떨지 않는 가운데 차분하게 앉아 즐기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먹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집이다. <향토원>의 음식은 요란한 기교없이 그냥 속살을 내주고 있다. 처음 찜요리를 대할 때 바로 옆에서 “맛이 어때요?”란 물음에 답을 쉬 하지 못하다 한 참 후에 답을 할 수 있었다. “참 맛나네요!” 첫 술에는 미처 모르다 나중에서야 그 맛을 느끼게 만든다. <향토원>은 그 이름답게 자극적인 맛을 벗어나 그냥 재료 고유의 맛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