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4.
<장르만 로맨스> 오늘 아침 TV에서 우연히 본 영화인데 하루종일 머릿속에 맴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 방식 때문이었다.
21세기가 시작된 후 2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우리 영화나 드라마는 동성애를 세상에 드러내기 어려운 존재나 숨겨야 하는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장르만 로맨스>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동성애자로 밝히자 가족과 의절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게이'로 놀림을 받는다. 결국 해외로 나가 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러고보니 나는 지인들 중에 학교나 직장에서 성소수자임을 당당히 밝히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내 수업의 학생들 경우 종종 나에게 개별적인 메일을 보내 자신의 성지향을 밝히며 힘든 상황을 말할 때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학에서도 여전히 성소수자가 차별과 혐오의 대상임을 알게 될 때마다 놀랍고 안타까웠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성소자들이 비성수자들과 함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모습이 나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래전 한지붕 세 가족에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줬듯이 말이다. 자신의 성 지향을 타인에게 밝혀야 하느냐 마느냐로 더이상 고민하는 모습을 나는 보고 싶지 않다. 성소수자를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이 오히려 혼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해외에서 성소수자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존재로 보여주는 것이 한몫 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올해 대중 매체에서는 성소수자, 장애인, 다문화 가정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다.
주변에서 누군가 커밍아웃하면 과하지 않으면서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누구든 마음 편히 커밍아웃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첫댓글 저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인디애나 주는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주라서 동성애에 관한 관점이 한국의 지금 상황과 매우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제가 일하고 있는 대학의 CIO가 당당히 성지향을 밝히기도 했고 그것을 다들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이 좀 진보 성향이 강하긴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적어도 대학에서 만큼은 곧 여기처럼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인디애나주 얘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년전 오하이오 주립대를 다닐 때 제 프로그램에는 동성애자인 교수님들이 꽤 있으셨어요. 학생들도 당연히 알고 있었고 크게 개의치 않더군요. 대학은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저도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수업에서라도 학생들이 진보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