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그날'
그날은 평소처럼 약속을 잡고 집을 나선 날이었다. 다만 평소라면 먹지 않을 음식을 먹은 날이었다. 겨울의 끝물에서 봄이 다가오는 우수의 계절, 한마디로 눈이 녹아 비가 되는 변화의 계절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 밖을 나섰다.
춘천에서 춘천이 아닌 것처럼 놀자는 모순적인 문장이 그날 약속의 핵심이었다. 누굴 만나든 약속의 대상자만 바뀔 뿐 식사 후 카페 그리고 대화라는 평범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 무렵이었다. 적어도 타코는 춘천에서 먹을 일이 없었다. 타지에서 몇 번 먹어본 적 있지만 이곳에선 굳이 싶은 음식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전날 밤 타코를 먹고 뻔하디 뻔한 인생네컷이 아닌 스티커 사진을 찍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약속 당일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도착한 타코집에서 어색하게 주문한 타코는 여태껏 먹었던 건 다 가짜였구나 싶을 만큼 맛있었다. 멕시코에 여행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 시간 동안 그곳은 더 이상 춘천이 아니었다. 기분 좋은 배부름을 안고 가게를 나서 이제는 시대를 역행할 차례였다. 스티커 사진을 찍는 내내 우리는 2000년대 초반의 이십 대가 되어 그 시절을 정통으로 통과한 사람들마냥 사진을 찍고 꾸미는 과정에 열중했다. 누가 Y2K 감성을 더 잘 살리는지 내기라도 한 것처럼.
물론 마무리는 익숙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쳇바퀴를 거꾸로 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듯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임을 알리는 카페인 섭취가 아쉬운 마음을 더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긴 여행을 끝내고 홀가분히 안식처에 도착한 자의 아쉬움이었다. 간만에 찝찝함 없이 제대로 놀았다는 무언의 성취감이 마음속에 자리했다. 내 인생의 그날, 변화라는 이벤트의 연속이 계절에 이어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첫댓글 내 인생의 그날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소소한 일상 속에 발견한 행복이라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글도 잘 읽히고 비유도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소한 일상을 오히려 그날로 잡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표현법과 문투로 잔잔한 스토리를 생동감있게 표현한것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이 좋아하는 작문보다는 소소한 일기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중이 좋아할만한 기승전결의 스토리텔링을 넣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