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9. 22
'가을 추어탕이 더 맛있다' 는 말도 있듯, 추어탕은 무더위가 꺾이고 가을 바람이 느껴지는 이 무렵이 제철이다. 추어를 뜻하는 미꾸라지가 겨울을 대비해 몸집을 키우고 영양분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어탕에 가을 추(秋)를 붙였나 보다. 농가에선 가을걷이후 살찐 가을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을 보양식으로 즐기는 풍습이 남아있다.
원래 추어탕은 서민의 음식으로 양반들은 먹지않았다. 이런 유래는 그 어원에서 비롯된다. 미꾸라지의 어원은 '밑이 구리다'로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미꾸라지를 성균관 부근 관노들과 백정들이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일부 미식가들 사이에선 추어탕 맛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는데 이는 추어탕을 미꾸라지 아닌 미꾸리로 끓였기 때문.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비늘 없이 미끌미끌하고 입가에 작은 수염이 달려 있고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청갈색을 띤다는 점은 같지만 미꾸리는 몸통이 둥그렇고 미꾸라지는 납작하다는 차이가 있다. 미꾸리로 끓인 맛이 더욱 깊고 감칠맛이 났다고 한다.
영양적으로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라이신, 루신 등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또 비타민 A, B, D, E를 비롯해 무기질이 풍부한 명실공히 보양식 임에 틀림없다. 특히 단백질이 풍부해 원기 회복에 효과적이다. 병치레 뒤나 수술 전후 기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소화가 잘돼 위장질환 환자나 노인에게도 권장된다.
흔히 추어탕이 성기능을 강화하는 음식으로도 소문났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미꾸라지에 풍부한 뮤신이란 성분은 단백질 소화흡수를 높게 하고 위점막을 보호해준다. 또 철분도 많아 빈혈 예방에도 좋은 음식이다. 추어탕은 다른 보양식에 비해 열량이 그닥 높지않다. 추어탕 (1 인분) 기준 300g에 194칼로리 정도. 특히 미꾸라지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고혈압,당뇨병, 심장질환 등 성인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단, 추어탕의 국물에는 나트륨 함량이 많으므로 고혈압 환자는 국물을 적게 먹는 게 좋겠다. 흔히 미꾸라지는 갈아서 뼈째 먹는 경우가 많아 칼슘을 다량 섭취할 수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미꾸라지의 비타민A는 항노화작용과 더불어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미꾸라지는 '본초강목'에 따르면 "맛이 달고 성질은 평평하며 비위(脾胃)를 따뜻하게 하여 기운을 만들고 술을 깨게 하고 당뇨병 등으로 목이 자주 마른데 좋다"고 했다. 소변을 원활하게 하며 양기를 북돋우며 치질을 예방한다고도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미꾸라지(추어)가 속을 보하고(補中) 설사를 멎게 한다(止泄)'고 나와 있다. 조선 고종 때의 명의 황필수의 <방약합편>에서는 '미꾸라지는 기를 더하고 주독을 풀고 당뇨병(소갈증)을 다스리며 위를 따뜻하게 한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인들도 추어의 효능은 익히 알고 있었는 듯, 미꾸라지를 수중인삼(水中人蔘)이라고 칭한다.
한편 추어탕은 전라도 음식으로 보통 알려져 있지만 조리법에 따라 남원식 서울식 원주식 경북식으로 나뉜다. 미꾸라지를 갈아 넣은 구수하고 걸쭉한 추어탕이 바로 남원식으로 된장으로 양념하고, 우거지에 파, 들깨, 부추와 초피가루를 곁들인다.
서울에선 원래 추어탕이라 하지 않고 '추탕(鰍湯)'이라 불렀다. 추탕은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넣는 점이 추어탕과 큰 차이점이다. 미꾸라지를 갈지 않아 국물이 맑고 덜 텁텁하며 쇠고기로 국물을 내고 미꾸라지를 더한 다음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해 육개장처럼 얼큰하다. 두부와 버섯도 추가하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근래는 서울에서도 남원식 추어탕에 밀려 추탕 맛보기가 힘들어졌다.
원주식 추어탕은 옛날 여름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끓여 먹던 어죽과 맛이 비슷하다. 고추장으로 간하고, 수제비를 떠 넣기도 하며 감자와 깻잎, 버섯, 미나리를 넣는다. 경북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뿐 아니라 다른 민물 생선도 고루 이용하며 된장으로 간 한다. 생선을 삶아 으깬다는 점은 남원과 같지만, 우거지 대신 시래기를 쓰고 들깨를 넣지 않아 투박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김연수 /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자료출처 :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