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來蘇寺)
내소사는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禪雲寺)의 말사이다. 내소사의 창건과 창건 이후에 대한 내력은 남아 있는 자료가 미미하여 구체적인 것은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1995년에 건립된 내소사사적비는 1633년(인조 11)에 청민(靑旻)이 중건하였고 1902년 관해(觀海)가 수축한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 부안현 불우(佛宇)조에 “소래사는 신라의 혜구(惠丘) 두타가 창건하였는데, 크고 작은 두 소래사가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어 당시까지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소래사라는 절 이름이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내소사로 변경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일설에 나당연합 때 당나라 장군 소정방(蘇定方)이 석포리에 상륙한 뒤 이 절을 찾아와서 시주했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내소사로 고쳐 불렀다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소래사만 있고 내소사라는 명칭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당나라 소정방 운운 하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 어쨌든 김시습(1435∼1493)의 《매월당집》 등 조선시대 문집에 내소사에 관한 시가 등장하는 것을 볼 때 15세기 이후부터 내소사라는 이름으로 불린 듯하다.
내소사 진입은 한 칸 규모의 일주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주문부터 천왕문에 걸쳐 약 6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 유명하다. 이 숲은 2006년 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함께 나누고픈 숲길’로 선정되어 아름다운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했다. 새벽이면 이 절 스님들과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 길을 산책하기도 한다.
일주문(ⓡHeoKyun)
전나무 숲길(ⓡHeoKyun)
전나무 숲길(ⓡHeoKyun)
숲길이 거의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보면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 장소였던 작은 연못이 보이고 그 건너편 약간 높은 대지에 부도전이 눈에 들어온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천왕문을 만나게 된다. 천왕문 문로 양쪽에 사천왕상이 배치돼 있는데, 대웅전을 향해 오른쪽에 있는 것이 동방 지국천왕과 남방 증장천왕, 왼쪽에 있는 것이 서방 광목천왕과 북방 다문천왕이다. 화려한 보관을 쓰고 갑옷을 입은 무장(武將) 모습으로, 무기, 악기, 보주(寶珠), 금강저 등의 지물(持物)을 들고 발로 악귀를 밟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도전(ⓡHeoKyun)
천왕문(ⓡHeoKyun)
사천왕상(ⓡHeoKyun)
사천왕문을 나와 넓은 마당에 서면 왼쪽으로 보종각(寶鐘閣)이, 오른쪽으로 근래에 지은 범종각이 보인다. 보종각에는 보물 제277호로 지정된 고려동종이 보관돼 있다. 고려 고종 9년(1222)에 내변산 청림사(靑林寺) 종으로 제작된 것인데, 조선 철종 원년(1850)에 내소사로 옮겨졌다. 정상부의 음통과 큰 용머리를 가진 용뉴, 꽃잎 모양의 화문대와 보개(寶蓋) 아래에 앉은 삼존불 등은 고려후기 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보종각(ⓡHeoKyun)
고려동종(ⓡHeoKyun)
대웅보전 바로 앞에 있는 누각 건물이 봉래루(蓬萊樓)다. 이 누각은 1414년(태종 12)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2층 맞배지붕 건물로 1987년 우암혜산(愚岩慧山) 스님이 복원했다. 봉래라는 누각 이름은 불교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도교적 정서에 가깝다.
봉래루(ⓡHeoKyun)
봉래루 밑을 통과해서 돌계단을 오르면 이 절의 중심 전각인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이 나온다. 문짝은 단청이 퇴색되어 화려함은 잃었지만 문살 문양의 다양한 변화와 조화, 그리고 뛰어난 조각 솜씨가 아직도 선명하다. 모두 8개의 문짝이 있는데, 법당을 향해서 오른 쪽으로부터 3번째 문과 6번 째 문의 연꽃 문양이 주목된다. 자세히 보면 아래쪽에 10여 개의 꽃봉오리가 배치되어 있고, 그 위쪽에서 활짝 핀 꽃들이 에워싸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만개한 꽃들이 사방 연속 무늬를 이루는 일반적인 꽃살문과 다른 점이다. 꽃봉오리가 성숙한 꽃으로 피어나듯이 불성의 깨우침의 단계를 꽃봉오리와 만개한 꽃에 비유한 것이다.
대웅보전(ⓡHeoKyun)
대웅보전 꽃살문(ⓡHeoKyun)
법당 내부 불단 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왼쪽(향해서 오른쪽)에 문수보살, 오른쪽(향해서 왼쪽)에 보현보살이 협시로 모셔져 있다. 삼존불 뒤 벽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 베푼 법회 모습을 축약해서 그린 <영산회상도>가 걸려 있다. 대웅보전에서 눈여겨 볼 것은 대들보 위의 용 조각이다. 용은 보통 여의주를 물고 있는데, 이 용은 특별하게도 물고기를 물고 있다. 물고기에 대해 말한다면, 중국에서 물고기는 ‘여의(如意)’의 상징물로 인식되었는데, 그것은 ‘魚[yu]의 발음이 ‘如[ru]’와 비슷한 데 연유한다. 여기에 신령과 벽사(辟邪)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물고기 도상(圖像)은 최고의 길상 상징이 되었다. 따라서 용이 물고 있는 물고기는 여의주의 같은 상징물로 볼 수 있다, 결국 ‘물고기를 문 용’은 ‘여의주를 문 용’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대웅보전 석가삼존불(ⓡHeoKyun)
물고기를 문 용(ⓡHeoKyun)
내소사 괘불(내소사 자료)
내소사 경역에는 위에서 말한 유적 외에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25호인 요사채 설선당(說禪堂), 그리고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24호로 지정된 삼층석탑 등이 있으며, 보물 제1268호로 지정된 괘불(掛佛)이 또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