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5일 - 무진일주. 편관격. 관인상생.

[세피아]

여명부터 시작한다.

보자마자 한눈에 좋은 사주란 걸 알 수가 있다. 격이 제대로 성립하고 신강신약 중화를 이루었으며 진토 지장간 속에 수(水)를 암장하니 수기운이 없는 것도 아니여서 오행적으로도 중화되었다. 

편관 갑목이 투출 하여 편관격이 되지만 월지 묘목이 정관이고 정화(丁)인성이 편관의 살을 받아주어 일간을 위협하지 못하니 편관이 투출한 것이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체로는 다소 느리고 답답한 성향을 갖고 있는 무토를 카리스마 있는 사람으로 바꾸어 주는 날카롭고 화려한 보검이 되겠다.

게다가 무진일주의 일지가 진토이면서 수의 고를 깔았는데 이것이 재성이니 돈을 담는 그릇의 형상이 되고, 관성이 용신이면서 무토에게는 진토 지장간 속 을목(乙)이 정관이니 남자복까지 터졌다!

게다가 년-월-일이 삼합(인묘진)으로 묶이니 용신을 합으로 끌어당기는 구조여서 대대로 탄탄한 집안에서 태어난 장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거의 흠을 찾을 수가 없는 좋은 팔자다. 보통 사주팔자 보다 보면 대부분 우리네 인생처럼 답답하고 애매모호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는데 가끔 이렇게 기가 막히게 유복한 팔자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사람의 인생이 엄청난 성공을 이룰 것이냐? 그건 아니다.

이토록 길신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의 일생은 기복이 없다. 기복이 없다라는 것은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며 주변에서 모든 것이 충족되고 본인 스스로도 결점이 없으니 평생 무탈하고 행복한 삶에 안주하게 된다. 

그러므로 "잘 먹고 잘 살다가 좋은 남편 만나 시집 잘 가고 애 낳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하늘나라로 간다" 는 스토리 밖에는 그 삶에서 구할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이 바라는 인생이지만 과연 그게 좋기만 할까? 한번쯤 고민해볼 문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팔자가 박복하여 한때는 사주를 공부하면서 이토록 좋은 구성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나의 박복한 인생 속에서도 아름다운 순간들은 있었고, 어떤 때는 괴로웠으나 어떤 때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열정으로 살아갈 때도 있었고, 죽고 싶을 때도 있었고, 나의 삶을 송두리째 헌정하고 싶을 정도로 몰두했던 소중한 대상도 있었다.

음양의 이치에 따르면 괴로움이 있어야 즐거움이 있는 것이고 위험이 있어야 성공도 있는 법인데 

이토록 길신만 가득하여 모든 것이 충족된 팔자는 일생 괴로움과 위험이 없으니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한 인생을 살지라도 실제로는 그것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자수성가하고 기적과도 같은 대단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대부분 언뜻 보면 안 좋은 팔자를 타고났고, 그러한 고난 중에서도 팔자의 결함을 잘 극복하여 인간 승리를 보여준 사례가 매우 많다.

남명이 되면 팔자의 부귀가 매우 떨어진다.

대운의 흐름 때문이다. 

여명인 경우에는 용신 수, 목으로 흐름이 좋은데 남명이 되면 30세부터 무려 40년동안 금의 운세가 펼쳐진다. 워낙 타고난 팔자가 좋아서 금 식상이 그다지 무서운 경우는 아니지만 재성과 관성 운으로 흐르는 것만치 좋을까?

원국 천간에 정인이 있기 때문에 천간으로 금이 들어오는 30~40대는 약간의 위기가 있겠으나 무탈할 것이다. 정인이 월주에 존재하기에 집안 혹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지로 금이 들어오는 50~60대는 변동이 클 것이다. 특히 지지로 상관 유금이 들어오고 천간으로는 상관을 제어하는 정인을 칠살로 극하는 계수가 들어오는 60대는 위험하니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