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위권 학습 습관 차이점
공부의 기본은 학교 수업·교과서 휴대폰·MP3는 멀어질수록 좋아
중위권 학생들은 늘 고민한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데 왜 성적은 오르지 않을까?' 상위권 학생들은 어떤 비결이 있기에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일까? 상위권·중위권 학생들의 공부습관을 비교했다.
◆ 상위권 ; 학교 수업 잘 듣는 것이 기본
서울 휘문고 1학년 김종민(16)군은 모의고사 전 영역 1등급을 받는 최상위권 학생이다. 주위에서 '어느 학원에 다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김군은 주 2~3회 수학학원에만 다닌다. 공부의 기반은 학교수업과 예습·복습에 두고 있다. 하루에 4~5시간씩 혼자 공부하고, 잠자기 전 다음날 배울 내용을 훑어보는 예습을 빼놓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잠도 충분히 잔다. 복습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저녁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
김군이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은 수학이다. 그럼에도 수학공부의 시작은 항상 교과서다. 아무리 쉬워 보이는 문제라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문제집은 수준별로 여러 권을 보되, 쉬운 문제집도 틀린 문제 위주로 2~3번 정도 반복해 푼다.
"어려운 문제부터 풀려는 친구들이 종종 있는데, 그러면 오히려 개념문제가 나왔을 때 헷갈릴 수 있어요. 특히 학교시험에는 기본 문제와 어려운 문제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교과서와 익힘책을 확실히 풀어봐야 해요. 쉬운 문제도 계속 풀다보면 복잡한 계산을 빨리, 쉽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등 도움이 많이 돼요."
김군은 공부할 때 무작정 외우기보다 이해가 될 때까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또 과목을 연계해서 공부하길 즐긴다. 예를 들어 지리과목에서 지진에 대해 배웠다면, 지구과학 책에서 지진의 원인 등을 찾아 공부하는 식이다.
하루 공부계획은 공부과목과 단원까지 구체적으로, 매일 세워 실천한다. 또 책상 위에는 공부를 방해할 만한 요소를 전혀 두지 않는다. 공부할 때는 휴대폰을 보이지 않는 곳이 치워두고, 요즘 학생들이 많이 쓰는 MP3, PMP 등 디지털기기는 아예 가지고 있지 않다.
서울 세화여고 2학년 황유선(17)양 역시 "공부의 기본은 학교수업"이라고 말한다. "특히 학교시험은 수업내용에서 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열심히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기는 무조건 받아 적기보다 선생님 설명을 먼저 듣고, 중요한 내용을 파악해 정리한다. 수업시간에는 빈 연습장에 대강 필기한 뒤, 주말에 복습하면서 깨끗하게 다시 정리한다. 황양은 잠을 충분히 자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6시45분까지 등교해 아침 공부시간을 갖는다. 30~40분 정도 수학공부를 하며 머리를 깨운다.
언어와 수학, 두 곳의 학원에 다니는 황양은 학원 스케줄을 짜는 데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을 두는 것. "학원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면 혼자 공부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비는 날을 만든다"고 했다. 또 "너 때문에 교무실 문턱이 닳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한다. "이해가 안 될 때는 같은 내용을 가지고 3~4번 찾아갈 때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에 언어영역 성적이 갑자기 떨어졌어요. 그때 국어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죠. 제 문제가 무엇인지 전부 분석해 보고, 공부방법도 들었어요. 선생님의 조언대로 일년가량 공부했더니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다시 회복됐어요."
인천 산곡여중 1학년 권주원(13)양도 학교수업과 철저한 복습으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으며 필기를 꼼꼼히 한다. 노트 옆에는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핵심내용을 따로 정리해 보거나 궁금한 점 등을 적어둔다. 수업 내용은 집에 돌아와 복습하면서 확실히 다지고, 수학 등에서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표시해 뒀다가 다음날 학교 선생님에게 질문한다. 혼자 공부하면서 딴짓을 하게 될 때는 자리에서 한 번 일어났다가 앉으면서 집중력을 되찾는다. 그날 해야 할 공부는 밤늦게라도 반드시 끝내고 잠자리에 든다. 놀 때와 공부할 때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편이다. 코스프레('코스튬플레이'의 줄임말. 만화나 게임 주인공을 모방하는 활동)가 취미라는 권양은 "제가 해야 할 공부를 제대로 해야 취미생활도 떳떳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공부한다"고 밝혔다.
◆ 중위권 ; 공부의지만 있을 뿐 실천하지 않아
중학교 1학년인 김세영(13·가명)양은 전교 100등 안팎을 오가는 중위권 학생이다. 매일 예습하고, 인터넷강의를 듣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지만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김양은 "공부하면서 딴짓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자꾸 거울을 본다든지, 간식을 먹는 등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책상을 깨끗이 치워보지만, 금세 이런 저런 물건을 꺼내 늘어놓기 일쑤다.
또 수업시간에 졸 때가 많다. "수업시간에 졸아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니 시험공부가 무척 힘들다"고 했다. 집에 돌아오면 EBS 인터넷강의를 듣고, 수학학습지를 푼 뒤, 간단하게 예습하는 것으로 공부를 마친다. 복습은 거의 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공부계획을 거의 세우지 않고 시험기간에만 세우지만, 좀처럼 지키기 어렵다. 김양은 "점심시간에도 공부하는 상위권 친구의 모습을 보면 본받고 싶지만 따라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인 김창현(15·가명)군은 방과 후 종합학원에 가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다. 저녁시간을 모두 학원에서 보내니 복습이나 숙제할 시간이 거의 없다. 시험이 다가오면 일주일 전부터 벼락치기로 공부하기 바쁘다.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장난을 치거나 떠들어서 지적받는 일도 잦다. 당연히 수행평가 점수도 엉망이고, 시험성적은 70점을 넘지 못한다. 학원에서조차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지각을 자주 한다는 이유로 혼나기 일쑤다. 김군은 "성적표를 받으면 열심히 해야겠다고 늘 다짐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늘 예전 습관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또 "교과서에 밑줄을 그으며 공부해본 적이 있는데, 무엇이 핵심인지 몰라 전부 밑줄을 그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이경한(17·가명)군은 모의고사 성적이 4~7등급을 오간다. 이군은 중학교 때부터 공부욕심이 별로 없었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해야지', 고1 때는 '2학년 올라가서 하자'는 생각을 했다. 학교수업은 물론 학원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고3이 돼서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밤새 컴퓨터게임을 하는 일도 잦았다. 이군은 "시험기간이 되면 하루 전날 책을 펴서 벼락치기로 공부하고, 장기적인 공부계획은 세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최수진(18·가명)양의 성적은 전교 100등 안팎을 오간다. 최양은 '공부'만 생각하면 무기력해진다. 구체적인 공부계획 없이 책상 앞에만 오래 앉아있고, 계획을 세워도 실패를 거듭해 좌절을 느낄 때가 많다. "처음에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을 절반도 하지 못하고, 끝낸다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했다. 또 매일 규칙적으로 공부하지 않고 하루에 몰아서 하는 습관도 있다. 최양은 "특히 사탐영역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 아예 손을 놓고 있다"며 "희망 대학 등 구체적인 목표도 아직 정하지 못해 공부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