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2-28
2 기행紀行 28 추령槌嶺
경입산요석각위逕入山腰石角危 오솔길 산허리로 들면서 돌부리 위태한데
야화초사자류류野花初謝子纍纍 들꽃이 떨어지고 열매가 주렁주렁
십년왕사몽초각十年往事夢初覺 지나간 십년 일 꿈에서 처음으로 깨어난 듯
백세풍광량미취百歲風光粱未炊 백년 풍광에 조밥이 아직도 끓지 않았네.
쌍연인추저략초雙燕引雛低掠草 제비 한 쌍 새끼 끌고 나직이 풀 스쳐 날고
편운타우흡최시片雲拖雨恰催詩 조각구름 비 끌고 와 시 짓기를 재촉한다.
등고가득퇴천한登高可得槌千恨 높이 올라서 천 가지 恨을 때려 부술 수 있다면
원상봉두일전미願上峯頭一展眉 높은 봉에 올라서 눈썹 한 번 펼치기 소원이라네.
좁은 길 산허리로 들고 돌부리 위태한데
들꽃이 지기 시작하자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지난 십년 일들 꿈속에서 처음 깨달으니
백년 광풍에 짓는 조밥은 아직 익지도 않았구나
한 쌍의 제비 새끼 데리고 나직이 풀 섶을 스치고
조각구름 비 몰고 와 시 짓기를 재촉한다
높은 데 올라 천 가지 한을 망치질할 수 있다면
봉우리 높은 곳에 올라 눈썹 한 번 펴 보고 싶구나
►류류纍纍 빽빽하다. ‘纍 맬 루(누), 쌓을 뢰(뇌), 맬 류(유)’
►불 땔 취炊 (밥을)짓다. (입으로)불다
►타우拖雨 비를 끌다 ‘끌 타拖’
►망치 퇴(추)槌
►조밥→한단지몽邯鄲之夢
노생盧生이라는 사람이 한단邯鄲의 주막집에서 점심으로 누런 조[량梁]로 밥을 짓게 하고서 잠시 잠이 들었다가
부귀와 영화에 찬 한평생의 꿈을 꾸었다 깨었는데 아직도 주막집의 조밥은 다 익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