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쿠르트 아줌마, SNS스타 되다? 인기리에 판매 중인 치즈·커피… 아줌마 만나야만 살 수 있어 희귀 위치 추적 앱 다운, 12만건 넘어… SNS에 '드디어 만났다' 인증도
'야쿠르트 아줌마를 기필코 찾으려고 오늘은 아예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등교했어요. 아줌마 위치를 표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켜놓고 돌아다니니 마치 '포켓몬고(증강현실 이용해 '포켓몬' 캐릭터 잡는 게임)'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서울 신촌의 A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야쿠르트 아줌마 찾는 게 꼭 보물 찾기 하는 것 같네요. 이 동네에선 언제 어디로 가야 아줌마를 만날 수 있는지 댓글 좀 부탁드려요.'(서울 B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이철원 기자
살구색 유니폼을 입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야쿠르트를 배달·판매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45년의 세월 동안 방문 마케팅의 대명사이자 추억과 정(情)의 상징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야쿠르트 아줌마가 느닷없이 SNS 열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20~30대 여성들이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기 위해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앞다퉈 다운받고, 인스타그램에는 인증샷과 함께 '드디어 아줌마를 만났다'는 글이 숱하게 올라온다.
발단은 지난 2월 출시한 크림치즈·과자 '끼리'와 3월 출시한 '콜드브루' 커피였다. 다른 곳에선 팔지 않고 오직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이다. '맛있고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퍼진 데다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없다는 희소성 덕분에 젊은이들 사이에 '야쿠르트계의 허니버터칩'이라 불리며 '득템(아이템 얻기) 전쟁'이 벌어졌다. '아줌마 커피'라는 별명을 얻은 콜드브루는 하루 평균 10만개씩 팔리고 있고, 끼리는 수입될 때마다 1~2일 만에 동이 나버려 예약 구매까지 하는 상황이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위치를 보여주는 한국 야쿠르트 애플리케이션(왼쪽). 인스타그램에‘야쿠르트 아줌마’를 검색하면‘끼리’와 콜드브루 제품 구매에 성공한 사람들의 다양한‘인증샷’을 볼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 애플리케이션·인스타그램 캡처
이 과정에서 매일 똑같은 옷차림으로 등장하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젊은이들의 흥미를 끌며 'SNS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 활동하지만 전동카를 타고 빠르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만나기 어렵다. 대학교나 동네 커뮤니티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게시판에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시 ○○○에 있다'는 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야쿠르트 아줌마 위치를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건수는 12만 2000건(9월 말 기준).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된 2013년 이후 올 초까지 지난 3년간보다, SNS 바람을 탄 지난 7개월간 다운로드 수가 8배가량 많다. 인스타그램에서 '야쿠르트 아줌마'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1만건 넘는 인증샷이 주르륵 뜬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20대가 주로 활동하는 신촌역 부근 매출은 7월 말 기준으로 연초 대비 44%, 홍대 인근은 26% 늘었다. 회사원 김나현(25)씨는 "인스타그램에 하루 걸러 야쿠르트 아줌마 사진이 올라오니 궁금증이 생겨 일부러 아줌마를 찾아가봤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야쿠르트 아줌마
수는 1만3000여명쯤 된다. 신촌에서 활동 중인 야쿠르트 아줌마 강영희(55)씨는 "예전엔 30대 이상이 주요 고객 층이었는데 최근엔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찾아오는 여대생이 특히 많아졌다"고 했다. 한국야쿠르트 홍보팀 박원경 과장은 "열풍 덕분에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더 많이 움직이게 됐고 젊은 층과 접점도 늘어나 좋아하는 분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