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다섯 사람은 투표를 위해 빈 교실에 모였다. 투표 방식은 이름과 희망하는 부를 적되 자신에게는 투표할 수 없고, 투표 전에 각자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부를 어필하기로 했다.
첫번째 차례인 지수는 친구들 앞에 서서 자신의 근육을 드러내며 어필을 시작했다.
"건강한 육체엔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 얼굴은 타고나지만 근육은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이어트에도 최고! 헬스부에 투표해주세요!"
금슬은 말 한마디 할 때 마다 자신의 근육을 어필하는 지수에게서 눈을 돌렸다.
뒤를 이어 지오가 등산부를, 금슬이 만화 연구부를 어필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세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앉았다.
다음 차례인 나기는 긴장되었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가 어필을 시작했다.
"여러분, 이 학교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혹시 입학식 날, 교장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시나요? 교장선생님께선 학교의 비밀은 무지개가 끊어진 곳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직 그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저는 이 학교 어딘가에 있을 무지개와 학교의 비밀을 찾고 싶습니다. 부디 여려분도 저와 함께 미스터리 탐구부가 되어 학교의 비밀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나기의 발표가 끝나자 박수를 쳤다. 리나는 박수를 치면서도 친구들이 자신의 발표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해했다.
마지막 차례인 리나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노래를 튼 뒤, 음악에 맞춰 발레를 시작했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리나는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마무리 포즈를 취하며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발레, 한번 배워보지 않을래요?"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발레하려면 유연해야 하지 않나?"
"맞아. 그리고 쫄쫄이도 입어야 할걸?"
리나는 풀이 죽은 채로 자리로 돌아갔다. 나기는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투표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투표 용지를 금슬에게 전했고 금슬은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피지수, 발레부."
"권지오, 미스터리 탐구부."
"방리나, 미스터리 탐구부."
"연금슬, 발레부."
리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지자 리나는 당황하여 나기를 쳐다봤다. 당황한 건 나기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주나기, 발레부."
금슬이 결과를 발표하자 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나기 너! 왜 발레부를 고른 거야?!"
"아니, 그러는 넌 왜 발레부를 고른 건데?"
"그야 내가 미스터리 탐구부를 고르면 헬스부랑 2대 2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그랬지!"
나기와 지수가 티격태격하는 동안, 리나는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결국 눈물을 흘렀다. 금슬은 리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괜찮아?"
"응, 난 괜찮아. 고마워, 금슬아."
금슬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금슬은 지수나 지오가 쫄쫄이를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 발레부를 골랐기 때문이다. 금슬은 이 사실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리나는 나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기, 너도 고마워."
나기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고개를 숙였다. 지수는 리나에게 소리쳤다.
"야! 나도 발레부 골랐거든?! 왜 나한테는 고맙단 말을 안하는 건데?!"
"넌 진심으로 고른 게 아니잖아. 그치? 리나야?"
리나는 아무 말 않고 조용히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