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 지방직 필기발표가 난 직후 붙었다는 기쁨도 잠시, 뒤이어 밀려오는 걱정은 역시 면접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특히 처음 기출문제들을 봤을때의 막막함이란...아무리 지방직 면접이 성적순이라고들 하지만, 공무원 면접 경험은 물론이거니와 사기업 면접 경험도 없었기에 불안한 마음은 어쩔수 없더군요.
게다가 아직 다른 필기시험이 남아있기도 해서,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남들처럼 편하게 공시생 카페에서 대세로 알려진 강사의 강의를 듣고 모범답안 위주로 쉽게 준비할까 하는 유혹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며 작년 면접관련 글들을 검색하여 보던 중 피티윤 선생님의 글들을 여럿 읽어보게 되었고, 그중에 '말재료'나 '자신의 이야기'라는 단어에 꽂혀 선생님 강의를 수강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기로, 선생님 강의를 간단하게 평하자면 '스스로 지름길을 개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한 클리셰로 말하자면 '고기를 주는 강의가 아닌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처음에 겉으로만 보기에는 남들보다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습니다만, 지나고 보면 가장 빠른 길이었달까요, 물론 모범답안을 바라는 분들 입장에서야 매우 불친절한 강의로 비춰질 수는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방대한 자료의 바다에서 헤매는 동안 저는 비교적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방직 면접의 꽃(..)인 지역현안에 있어서, 쓸데없이 이것저것 준비하고 찾아보며 힘을 빼기보다는 선생님 말씀대로 스스로 주력으로 삼은 분야를 몇가지 정해서 그쪽만 집요하게 공부해서 나름의 필살기 세개를 만들었던 것이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물론 불의타에 대비할 겸 각 분야당 관련 정책 한개씩은 개념만 가볍게 적어는 뒀지만요.(사족이지만 후에 스터디원으로부터 다른 강사님의 지역 현안자료를 받아보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스스로 정리한 것이 아니다보니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산만하게 느껴져서 조금 훑다가 말았습니다.)
그리고 강의에서 항상 자신의 이야기로, 자신의 언어로 풀어낼 것을 주문하셨고, 또 그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도록 이른바 '말재료'가 될 수 있는 자료(뉴스, 다큐 등등..)를 정말 많이 제공해 주셨습니다. 필기준비와 병행하는 사정상 참고는 많이 못한게 아쉬울 정도로...나름 시사나 이런 쪽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해서 주시는 자료를 보며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사안도 있고,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이 면접때 대답한 공직관 사례집도 정말 훌륭한 참고자료였고요.
마지막으로, 8월 14일 마지막 타임(18:00)에 일일 코칭과정도 신청하여 수강했습니다. 면접스터디를 주 1회씩 하고는 있었지만 부족함을 느껴서 신청한 것인데, 확실히 스터디에서의 질문보다는 예리함이나 날카로움이 달라서(면접중 자폭발언을 두번이나 한...) 생각지도 못한 치명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족으로 개인적으로 말이 너무 빠르고 반응속도도 너무 즉각적이라는 점을 계속 지적받아 왔음에도 잘 고쳐지지 않았는데, 이 날 첫 순서로 코칭면접을 한 분이 조곤조곤 차분하게 대답을 하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던지라, 면접때까지 이 분 태도를 계속 떠올리며 단점을 조금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여튼, 결과적으로는 면접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남들과 달리 면접 내용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고 결과를 덤덤히 기다릴 수 있었고, 최종 합격하였습니다.
향후 한번 더 면접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만약 다시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에도 망설임 없이 다시 선생님 강의를 찾고 싶네요.
---------이하 면접 복기 내용입니다. 편의상 반말체가 섞여있습니다---------
---면접 전---
사전교육에서 12분 면접본다 하심
사전교육 직후 사전조사서 작성. 이후 대기하다 차례로 면접장으로..면접순서는 수험번호순. 평정표를 직접 나눠드리진 않았습니다.
사조서내용 : 전통시장 활성화방안
교통(주차타워 건설, 인근아파트 주차장 공유협약),기상(천장설치, 전체 건물 한개 동 화 하고 냉난방),품질(지자체에서 품질보증제
도),문화예술(시장에서 공연 및 이와 관련 실제 부천시에서 시행하는 행사 언급) 이쪽 측면으로 꽉 채워 썼습니다.
---본 면접---
(안녕하십니까 xxxxxxxx[수험번호]번 OOO이라고 합니다)
네 앉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 면접이라고 시간이 없다며 짧게 대답할 것을 주문하심. 초시계 사용]
알바경험 있는지?[처음부터 이게 나올지 예상못해 조금 횡설수설]
(어...선배네 정부용역연구소에서, 그러니까 모텔 등에 달방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한달간 했다)
실제로 방문해가며 조사한 것인지?
(전국대상이라 그러기엔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지는 못했다. 전화로 조사했다)
부천시에 왜 지원했는지?
(제가 사는곳인 것이 가장 크다. 다음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문화행정에 관심을 가짐. 특히나 사람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거창
하게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움. 특히나 부천은 문화특별시를 자처하고 Bifan, Bicof, Biaf등의 축제를 여는등 문화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에 미력하나마 기여하고 싶다)
살고계신다니 현안은 안물어볼게요[근데 뒷 질문들은 현안이..] 부천에 언제부터 사셨어요?
(태어나서부터 쭉 살았습니다)
국가직 시험 보셨어요? 결과 어땠어요?
(떨어졌습니다)[같이 웃음]
살면서 힘들었던 경험
(작년에..아 이것보다는, 군대 제대하고 ㅇㅇ 악장 역임. 제대 직전에 내홍으로 단원들 집단 탈퇴하고, 음악적 역량도 저하돼 학교 행사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악장을 맡음. 게다가 선배들은 임원들 뭐하냐 질책하는 등 여러 불리한 여건에서 악장 수행했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음)
단체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협동. 좀 뻔한 대답이지만, 아까 말씀드렸듯 단체에서 내홍으로 분란이 있은 뒤 악장을 맡았을때 구성원간 알력이 남아있어 힘들었기에 특히나 협동이 중요하다 생각)
수험준비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작년 7월쯤부터 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지금도 하고있나요?
(지금은 못하고 있고 작년까지는 계속했는데 올해는 공부하느라 못했습니다.)
악기는 뭐뭐 다루실줄 알아요?
(ㅇㅇ 다룹니다)
부천시에서 해보고 싶은 정책?
(곧 생활문화 페스티벌 다락이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걸로 알고있음. 이 축제를 다는 축제들과 같이 개최하도록, 올해 Bicof와 Bifan이 같은날 열린걸로 아는데 이들과 함께 열어 축제기간동안 부천시 전체가 문화축제 기분을 느낄수 있도록 하고싶다.)-좀 횡설수설..취지는 종합문화예술축제처럼 개최하고 싶다 였는데..이에 관련된 해외 사례도 준비했었는데 말 못함
그러면 혹시 문화축제같은것에 참여해 보신것은 없으신가요?
(참여해 본 것은 없다. 부천필 공연은 자주 보러 갔다.)
스텝이라던지 그런걸로 참여해본것은 없나요
(네. 그렇지만 여러 연주를 해왔고, 또 군악대를 나왔는데 행사에 많이 다니며 간접적으로, 그러니까 연주자의 입장에서 경험한 것은 많다)
직접 참여한것은 없으시고요.
(네)
그럼 혹시 제안제도를 이용해보신적은 있나요?
(음..관공서에 제안하는 그런, 공식적인 제안제도를 활용해 본 적은 없다.)
아까 악장 하셨다고 했는데, 정확히 그게 어떤 역할을 하셨다는 거에요?
(일단, 저희는 악장이 연주회 지휘를 한다. 그리고 악장은 음악적으로 이끄는, 반대로 관악부 부장은 행정적 업무를 하는 것인데 이와 반대로 음악적인 업무를 맡는다. 합주 지휘를 하고 연주회 곡 등을 선정하고, 학교 행사시 곡 선정, 음악적 지도 등을 한다..는 취지로 조금 횡설수설)
아 그러니까 연주회 곡선정하고..그럼 문화 행사 기획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인가?
(음...[잠깐 고민후] 말씀 드린대로라면 아무래도 기획쪽인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무쪽으로도 관심이 많다.
만약 원하는 업무를 맡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처음부터 원하는 업무를 맡는것은 바라지 않음. 경험도 없이 원하는 업무를 맡아봐야 후회만 남을 것임. 그보다는 여러 분야의 실무를 다양하게 접하고, 또 저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하는데, 시의 현안에 폭넓은 시야를 갖춰 나중에 제가 펼칠 정책이 다른 부처라든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인이 정의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제 의견이 절대적 정의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서있는 위치가 다르고 보는 것이 다르기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제가 정의라고 하는 것은 오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 동문서답
그런 뜻이 아니라 불의를 보면 못참는다던지 그런거
(아 죄송합니다 음..'살짝 고민' 아무래도 불의를 보면 불편하고 그런 것은 있는 편이다.),
그럼 운전할때 누가 끼어들고 그러면 나도 끼어들고 그래요?
(그렇지는 않다.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라,[면접관님들 웃으심] 그런일에서는 그냥 참고 넘긴다)
부천시 장점이야 다 아실테니, 그렇다면 부천시의 단점은 뭔가요?
(교통이다. 아 현재 이를 위해 정책이 추진중인게 있긴 한데..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의 사이에 낀 위치라 횡축 교통망은 발달했지만, 남부의 산지도 있고 해서 종축 교통망이 부족하다. 현재 이를 위해 소사 원시선, 소사 대곡선, 원종 고강-홍대입구선 등의 건설이 추진되고, 경인선, 경인고속도로 등의 지하화를 위해 타당성 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있다.)
그럼 현재 가장 정체가 심한 부분이 저기 외곽순환고속도로랑 송내대로 만나는 부분[여기서 혼잣말로 송내 나들목? 이랬는데]네 거기. 거기 정체가 굉장히 심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거 쉽지 않을텐데[면접위원들 웃으심]
(음 어려운 문제인데.. [그쵸 어렵긴 하죠] 음..송내대로랑 경인로랑 외곽순환 고속도로 만나는 송내 나들목 말씀이라면[네 거기요] 음..경인선을 지화화 하거든 경인로를 확장하면서 그 부분 도로를 좀 확장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종축 교통망이 개통되면 외곽순환고속도로의 교통량이 줄어들어 정체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을 준비해뒀는데, 면접 당시에는 생각이 안났습니다.
아, 근데 경험들과는 다르게 인성검사를 보면 자신감같은게 낮은 편으로 나왔는데, 왜그런가요?
(음 아무래서 수험기간중에 자신감이 위축되고 그런것이 좀 있어서 그런것 아닐까 생각)
그러니까 수험기간동안 디프레스 되서 그런거다?
(네 그렇습니다.)[같이 웃음]
사전조사서 내용 읽어보니까 참 잘쓰셨는데요(감사합니다) 그럼.. 전통시장에서 가격 정찰제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은 없는건데
(음..[답은 없어요]네 음..{머뭇거린 시간은 짧았습니다. 총 3~4초정도?}예전에 A, 아니 B시장에 부모님과 자주 다녔음. 당시 가격이, 특히 농수산물 가격이 항상 들쭉날쭉하다보니, 부모님이 대형마트랑 비교했을때 비싸거든 바가지쓴거 아니냐고 종종 그러신것이 생각남. 정찰제의 경우 이러한 소비자의 불신을 없애고 신뢰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마지막으로, 9급이면 말단이고 최일선에서 실무를 볼텐데, 이 "9급 공무원의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덕목은? -따옴표 부분 강조하심-
(투명성. 9급의 경우 최일선에서 대민업무를 볼 텐데, 절차적인 투명성이 갖춰지면 민원인들도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좀 더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또한 결과적 측면에서 볼때도 결과가 공개되기에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면접 준비를 하면서 제가 어떤 공직자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혹시나 공직에 들어가게 되거든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술호응이 이상한 것은 실제로 비슷한 호응으로 답변했습니다. 군말도 좀 많았고요. 토박이임을 처음부터 밝혀서 그런지 분위기는 매우 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