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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및 일반상식 스크랩 [이어령과 떠나는 知의 최전선](1) 프롤로그 ... 일곱 ‘고양이’가 있다
ginasa 추천 0 조회 114 14.12.18 04: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이어령과 떠나는 知의 최전선](1)

프롤로그

그의 책상 위엔 촉각 곤두세운 일곱 ‘고양이’가 있다





지난해 팔순잔치를 치른 이어령 교수(전 문화부 장관)는 여전히 바쁘다. 그는 오늘도 지(知)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야전(野戰)사령관이다. “선생님의 서재엔 어떤 신무기가 있나요?” 매번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에 감탄을 하면서 비결을 물었더니 “고양이 일곱 마리”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을 찾았다. 서재로 들어갔더니 3m가 넘는 책상 위에 컴퓨터 모니터가 무려 여섯 대나 보였다. “고양이는요?” “저게 바로 내 고양이들이지.”

컴퓨터를 사과(apple)라고 부르는 것은 보았어도 고양이라고 하는 것은 처음 본다. “컴퓨터로 하는 설계를 캐드(CAD)라고 하잖아. Computer Aided Design. 이건 내 사고(思考)를 도와주니 ‘Computer Aided Thinking’, 줄이면 캣(CAT)이지 뭐. 아무리 슈퍼 컴퓨터라고 해도 사람의 생각을 대신해 줄 수는 없어요. 사고의 주체는 인간이고 컴퓨터는 그 사고를 도와줄 뿐 대신해 줄 수는 없지. 그런데 사람들은 컴퓨터를 사고의 해결사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고양이가 여섯인데요?” “그래, 작은 고양이는 내 안방 침대 곁에 있지.” 그는 노트북을 작은 고양이라고 불렀다. 아마 잠자리에서도 노트북으로, 전자책으로, 메일도 보내고 메모도 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가 일곱 마리나 필요한 이유를 묻자 그는 대답 대신 컴퓨터 전원을 차례로 켰다. “자, 이 컴퓨터에서는 인터넷을 열어놓고 TED 동영상을 들으며 중요한 내용은 마인드젯(mindjet)의 앱으로 정리를 합니다. 다른 컴퓨터에는 에버노트(evernote)의 DB를 검색하면서 중요 자료를 긁어 마인드젯의 메모 노트에 갖다 붙이고.”

이 교수는 수잔 블랙모어 교수의 최신 미메틱스 인터넷 강연이 크라우드 컴퓨팅으로 정리되어 한 편의 논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었다. 그의 컴퓨터에는 마인드젯 말고도 ‘더브레인’, 국내 앱으로 ‘씽크와이즈’도 있었다. 고양이가 쥐를 잡듯, 그리고 그 발톱으로 화면의 자료를 긁어 재빨리 DB를 구축해 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컴퓨터를 고양이라고 부른 것이 실감이 났다.

이렇게 자료로 모은 파일은 아래아한글로 변환시켜 드롭박스로 보내 저장한다. 그러면 일곱 대 아니 수십 대의 다른 컴퓨터에서 바로 불러내 원고 쓰기가 가능해진다. 해외 여행을 하는 경우도 서재에서 컴퓨터를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새끼 고양이’들은 무릎에도 올라와 있다. 책상 맞은편 안락 의자 옆에는 아이패드, 갤럭시 노트, 킨들 같은 모바일 기기들이 나란히 꽂혀있었다.

그가 자주 찾는 사이트는 ‘와이어드’ 전자판(www.wired.com).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꼭 들어가 본다고 했다. “논문이나 책이 되기 이전에 지식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취재한 기사들이지. 이미 나온 책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같이 생각해가는 시대거든.”

디지로그나 생명자본주의와 같은 말은 인터넷을 검색해도 안 나오던데 그게 바로 이 같은 글로벌 지식의 싱크로나이즈에서 나온 것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의 배와 함께 침몰할 수는 없지. 그래서 나는 지금 뗏목을 만들고 있는 중이야. 이렇게 지식의 최전선이 형성됐는데, 정작 지식인들이 후방에만 앉아 있으면 되겠어요?”

● 정형모 기자 / hyung@joongang.co.kr / 기자의 블로그 / 기 자의 다른기사 보기


    ● 출처 : 중앙SUNDAY 2014.09.14 /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3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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