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다니면서 마을주민을 만날 때 스스로 이렇게 다짐하곤 한다. ‘아는 척 하지 말자. 나대지 말자.’ 처음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마을살이를 이어가는 주민들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 태도였지만, 2년여 나주 원도심의 도시재생에 대한 마을현장을 접하면서 ‘정말 아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난 후에는 더욱 굳은 신념이 되었다.
요즘 서문으로 올라가는 사매기 삼거리에서 놀고 있다. 100여년 된 구옥을 복원이 아닌 재생 시킨답시고 사매기 나주곰탕의 주인장인 상덕아우님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길 가집 짓다가 완성되기도 전에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오고가며 훈수를 두는 상수(上手)천지다. 인생 어디에든 상수가 가득하다. 그러다보니 우리네 인생이 곧 상수(上手)가 되었다.
인생도처유상수(有上手)라고…….
우리네 세상 어느 곳에서나 상수는 존재한다. 수천 년의 시간동안 이름 모를 수많은 상수들, 기둥 하나 대들보 하나를 교체하면서 ‘못 하나가 천근을 버틴다’는 옛 목수들의 금언이 떠오르는 과정이다. 상수들의 교묘한 수법 하나하나가 우리네 인생을 알게 모르게 이렇게 구성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를 앞서간 상수들의 삶을 굳이 찾아 헤매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상수들에 의해서 나고 자라고 길들여진다. 그래서 우리네 삶이란 인생도처 유상수를 넘어서 인생의 모든 곳에 상수의 손길이 자리하고 있는 인생도처 재상수의 삶이다.
사람 많이 다니는 삼거리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일 하는 시간보다 물어오는 말대꾸에 시간이 더 많이 할애된다. 유상수님들의 금언을 좀 더 넓게 ‘받아들이고 베풀며 따뜻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지 못한다면 이 공사는 끝이 없을 것이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자. /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 내가 뭔가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 다른 사람들을 비웃지 말자. / 누구든 나한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말자. /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얀테의 법칙을 변용하여.>
주민들의 노력에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보조를 맞추는 것.
이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