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지쳤는지 비 내리니 금방 가을 산이 되어버린 산골에서 문안드립니다.
마당에 대추나무는 해거리를 하는지 듬성듬성 몇 개 열리고 잎사귀만 무성합니다.
식구들이 나무만 쳐다보며 아쉬워하는 모습이 재미있네요...
동네 할아버지 집엔 많이 열렸다며 모여 떠드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식구들이 모여서 노래도 하고, 성경도 쓰고, 사진도 서로 찍고 찍어주며 낄낄대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고 예쁜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네요...
조현병과 지적장애가 있는 매자씨는 우리 집에선 똘똘리우스로 통합니다.
우리 집에 오기 전에 겪었던 많은 이유로 아프면 병원 갈까봐 무조건 안 아프다고 강하게 말하지요. 어지럼증이 있어 보여 억지로 신경과에 가서 검사했습니다.
의외로 달팽이관 손상이였고, 과다한 약 복용의 가능성이라고 합니다.
우리 집에 올 때 하루에 먹는 약이 60알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싶네요.
지금은 하루 3알로 진정되고 있으니 이만함이 은혜입니다.
지난달에 온 민지로 인해 삼총사가 사총사가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장애를 갖고 있으니 집에서 학교에서 난리법석이지요.
15살 봄이는 온 동네를 들썩이며 말썽을 일으킨다면, 14살 민지는 조용히 조곤조곤 괜히 다리도 아파야하고 먹어도 배고파야하는 우울함이 있습니다.
집이 너무 좋아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가도 집에 못 올까봐 불안해서 같은 말을 계속 해야 하는 12살 어진이는 신뢰가 쌓여가니 모범생이 되어갑니다.
11살 하은이는 듣는 훈련이 전혀 안되어 있으니 말 안 듣는 표본 같지요.
그럼에도 봄이가 민지의 손을 잡고 놀자고 하고, 봄이를 무서워하던 하은이는 이제 봄이의 장난감을 자기 것처럼 갖고 놉니다.
지금의 불협화음이 시간이 지나면 그 속에서 질서가 생길 것이고, 서로 맞춰주며 살아가는 은혜도 있을 것이기에 오늘의 시끄러움은 과정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사총사에게 그 날이 오겠지요?
카페동산 소식입니다.
어떤 이유나 사정을 말하지 않아도 그냥 와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된 카페는 저절로 배고픈 아이들은 매일 와서 먹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음료만 마십니다.
카페가 좁아 많은 아이들이 몰려 있는 것이 부담스러운 아이들은 가져가라 하지요.
밥값인 듯 새로 딴 자격증을 내보이며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습니다.
7평의 조그만 카페가 아이들에게 밥이 되고 힘이 되고 살아갈 이유를 알려주는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 저희에게도 큰 기쁨입니다.
나눔의 동산과 카페동산에 힘이 되어 주시며 위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는 힘껏 기도하겠습니다.
2024년 9월 23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