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물랭 루즈(Moulin Rouge) 댄서들(상.하)

Cambronne(깡브론느)장군(1770-1842)
탄핵정국을 타고 대선 후보로 뜬다는 이 재명 성남시장이 자기 형수에게 했다는 욕을 어디서 읽다가 나는 얼른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한참을 진정했다. 못 볼 것을 본 것 처럼 내 얼굴이 화끈 거리고, 가슴이 벌렁 거렸다. 세상에 이렇게 더럽게
입을 놀리는 자가 한국 대통령 후보라고? 나는 분통이 터젔다. 우리 민도가, 그리고 정치수준이 이렇게 타락했단 말이냐 !.
욕(辱)은 어느 나라, 어디에도 존재한다. 욕하는 사람들의 수준을 보면, 그 집단 또는 그 나라 문화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프랑스에 10년 이상을 근무하는 동안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교우하면서, 책에서는 배울수 없는 프랑스 말, 즉 그들 사회에서
사용하는 욕을 알고 싶었다. 보통 말 같으면 아무나 붇잡고 물으면 친절하게 가루쳐 주었겠지만 욕에 관한 말은 묻기도 힘들고
가르처 주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 나와 아주 무관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어학선생이라 생각하고 프랑스 욕 몇 가지를 가르처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한 가지 밖에 모른다고 하면서, 기분나쁘거나, 상대에게 욕하고 싶을 때 Merde ! 라고 내뱉는 다고 했다. 그러면서 덭붙이기를
Merde는 남자가 욕할 때 보통 내 뱉는 말이고, 여자가 할 때는 좀더 Eupheumism(완곡법)을 써서 Cambronne(깡브론느 !)한다고 했다. Merde(메르드)라는 말은 직역하면, 똥(糞)이란 의미로 영어의 Shit와 같이 보편화된 욕이었다. 그런데 Paris 15구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UNESCO본부와 한국 대사관이 근처에 있는 파리의 중심 주택가에 해당하는 Cambronne가의 명칭이 비록 부인들이 사용한다지만 욕으로 쓰이는 줄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바탕이 귀족문화인 영국의 일화 하나. Victorian English로 유명한 빅토리아 여왕시대, 영국 상류층 사회에서, 땀을 흘릴때 남자들은
sweat라고 말했으나, 귀족 부인들은 perspire 라고 말했다. 우리 영어사전에서는 Sweat 나 Perspire나 다 같이 땀을 흘리다는 말이니 아무단어나 쓸수있다고 생각되지만, 전통적인 영국 귀족 사회에서는 이토록 같은 뜻을 지닌 영어단어도 숙녀용 어휘, 남성용 어휘가 별도로 존재했었다.)t
Cambronne 라는 말을 숙녀들이 욕대신 사용하게된 경위는 이러했다.
1815년 6월18일, 지금의 벨지움 수도 브류셀 남쪽 20킬로미처 지점에 있는 Waterloo고원에서는 영국과 프랑스의 사활을 건 전투가 벌어젔다. 도전자 격은 프랑스의 나폴레옹(Napoleon)장군 겸 황제였고, 수비격은 영국군의 웰링톤(Wellington)장군이었다. 싸움닭을 군대의 상징으로 삼은 나폴레옹 군대는 사자를 포신의 마스코트로 삼은 엘링톤 장군의 영국. 프러시아, 네넬란드, 벨지움 연합군에게 대패하고 있었다. 그 때 웰링톤 장군은 마지막 남아 결사항전하고 있는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의 깡브론느
(Cambronne )장군에게, 전멸하느니, 항복하여 목슴을 구하라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Cambronne는 그 말을 듣고, 한마디 내뱉었다:
Merde ! 똥이나 먹어라 ! 라고..
개전한지 며칠도 안되, 자국 군대가 파죽지세로 후퇴하고 있는 전선의 소식을 접하고 파리 시민들은 좌절감에 빠저있었다. 이 때 전황을 보도하던 어느 종군기자가 자기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Cambronne 장군은 영국의 웰링톤 장군으로 부터 항복 하라는 최후 통첩을 받고 다음과 같이 답하였노라 : 위대한 우리 프랑스 군대는 죽을 뿐 항복하지 않는다(The French Army dies, but does not surrender)
신문에 보도된 Cambronne 장군의 비장한 항전 결의를 보고 프랑스 국민들은 감루의 눈물을 흘리며, 새삼 애국심에 불타올랐다.
캉브론느 장군은 일반 국민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워털루 전투에서 부상은 당했지만, 전사하지 않았고, 그 전투이후에도 20몇 년을 더 살다 1842년에 죽었다. 그가 살아있을 때 사람들이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군의 웰링톤 장군의 항복을 권고받고도 결사항전하면서 <프랑스 군대는 죽지, 항복하지 않는다)는 명구를 남겼는가 물어보아도 스스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처신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는 Victor Hugo등 대문호에 의해 전쟁 영웅시 되엇고,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고 싶어했다.
그런 사회적 심리는 캉브론느(Cambronne)장군이 영국군을 향해 내뱉었다는 욕 Merde 란 말까지에도 특별한 애정과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하여 19세기 말이래 프랑스 엔터테인멘트(Entertainment) 사회-파리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필수 여행코스로 즐기는 화려한 댄서들이 춤추는 물랭 루즈(Moulin Rouge)나 Lido등 쇼 무대에서 그 말을 애용하였다.
즉, 댄서들은 쇼 무대에 올라 Performance를 시자하기 전, 자기들 끼리 서로 행운을 빈다는 의미로 간단한 인사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 관례다. 이 때 이들은 행운을 빈다는 일반적 용어인 Good luck 대신, 서로 Merde !하고 인사를 교환한다. Merde는 분명 상대방을 저주하는 욕인데, 오페라나 쇼 무대에 오르는 댄서들 한태는 그 말은 욕이 아닌 축복을 빈다를 의미했다.
연유를 캐보니, 이러하다. 19세기 말까지 오페라나 쇼를 보러 오는 계층은 마차들 타고 오페라 하우스에 왔다. 오페라 하우스가 가득 찰려면 오페라 하우스 마당에 마차가 가득 와 있어야 했다. 오페라 하우스 마당에 마차가 가득 와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오페라 하루스 마당에 말똥이 많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무대에 오르는 댄서들이 서로 동료 댄서들에게 Merde ! 똥 많이 밟아! 하고 욕하는 것이야 말로 관객들 많이 오게 해서 기쁘게 해주자는 상호 격려언어였던 것이다.
똥이라는 일반 언어 Merde라는 말이, 워털루 전투의 영웅 캉브론느(Cambronne)장군이 영국군에게 쏘아 붙인 욕이라 하여 신성시(?)취급되면서, 프랑스 문화연예계에서 아름다운 무희들이 무대위를 오르면서 서로에게 우리 잘해 봐 ! 하는 격려의 메시지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문화예술의 묘미가 물씬 풍긴다.
헌데, 미국 연예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보인다. 영어로 Break a leg하면, 다리를 부러뜨리다를 의미하는 욕설 같은 표현이다.
그런데 이 욕설같은 표현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음악가들이나 무희들, 연주자들에게 무대아래 일반인들이 격려하는 의미로
Break a leg ! 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Merde라는 말은 무대에 춤추는 전문 댄서들이 자기들 동료끼리 쓰는 말이고, Break a leg은
good luck 대신 무대 아래 일반인들이 무대에 올라 연주할 예술인들에게 던지는 격려언어가 되었다. 특히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그렇게 유행했다.. 저주의 욕이 오히려 행운을 비는 인사로 둔갑한 셈이다. 이 모든 관습이 미신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그것은 옛날 동양(조선과 일본, 중국)에서 액땜하라고 귀한 집 아들일 수록 개똥이, 소똥이 어쩌고 부르던 사고와 일치한 면도 있어보인다.
일본인들이 선박이름에는 반드시 부치는 마루(丸)라는 말도 고대 일본어에서 똥을 지칭하였다. 바다에서 모든 악귀들이 똥이 무서워서 배를 피해가기를 바라는 샤만이즘에서 비롯됬다고 주장하는 학설이 정설로 인정된다. 일본 사람들 이름에 똥을 의미하는 丸(마루)자가 많이 들어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원초적 심리가 반영된 동서고금의 민속간에는 예사롭지 않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새해에 대한민국에 닥처올 모든 액땜을 쫓아버릴 부적이라도 있으면 부치고 싶은 심정이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은 지금 진영논리로 몸살을 앓게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곡간에서 농사지은 것을 야금야금 퍼다먹고 사는 꼴이 되었다. 이웃들은 4차산업 시대로 가야 미래를 대비한다고 야단인데, 우리 지도자들은 그것이 도통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국가 경영 철학과 안목은 없는 대신, 선동과 허풍에는 능수능난 한것 같다.
조금 있으면 대한민국을 책임있게 이끌고 가겠다는 Actors들이 대선이라는 큰 무대위에 오른다. 각자에게 행운을 빈다는 의미로
Good Luck 대신, 무대용어인 Break a leg ! 이라고 외처야 할 것 같다. 내가 외치는 Break a leg 이란 말속에는 행운을 빈다는 뜻도 있겠지만, 잘못하면 " 당신 다리를 분질러 버릴꺼니께 !" 하는 전라도 해남 촌놈 몽리도 들어있다.
Lyceum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