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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도올이 비판했던 번역 경시
지금도 교수임용 때 업적 인정 인색
정량 방식 치우친 교수 평가의 그늘
그렇다고 학계가 꿈쩍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가령 국공립대는 사정이 좀 낫다고 한다. 과거에 비하면 번역 실적을 더 쳐준다. 한 사립대의 일부 학과는 교수 임용 때는 반영하지 않지만 임용 후 평가 때는 번역 실적을 반영해 준다. 학교에 따라, 같은 학교 안에서도 과에 따라 사정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정작 번역 홀대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번역 홀대로 우리가 잃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 자체가 사라졌다는 대목인지도 모른다. 수십 년간 반복 노출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번역 홀대 주장에 무감각해졌다. 번역작업에 대한 학문적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일부 뜻있는 교수들이 '반드시 번역돼야 한다'고 믿는 텍스트들을 '재능 기부'식으로 번역하는 실정이다. 배세진씨처럼 말이다.
한국외대 정은귀 교수는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의 시집 열세 권 전권을 지난해 말 완역, 출간했다. 가르치고 논문 쓰며 번역하기 위해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 다섯 시간씩 번역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돈으로 따지면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번역 홀대를 어찌해야 할까. 지금처럼 학계나 시장에 맡겨둬야 할까. 서강대 이덕환 명예교수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수 임용이나 평가를 현재의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로 가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적극 동의한다.
신준봉 논설위원
신준봉중앙일보 논설위원
문학과 학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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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b**** 2024.01.12 22:47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50년간 전국 거의 모든 대학에 독문과 불문과가 있던 때에도 번역을 안하던게 한국 학계이다. 그땐 교수들 시간도 많고 여유도 있었는데 개판으로 놀고 헛소리나 하면서 허송세월했다. 지금와서 새삼스럽게 무슨 번역 타령이냐? 지금은 하려고 해도 할 사람이 없다. 대학원 대가 끊진지가 언젠데 누가 번역을 한다는 거냐? 지금 번역 중인 50-70대 번역가들 그만두면 번역할 사람도 더 없다. 게다가 사전이 갱신이 안되는게 몇년째인지 알고 있냐? 네이버 사전 온라인화한 후 독어 불어 사전은 지금 15-20년째 갱신도 안된다. 아무리 AI 번역이 있더라도 사람들의 어휘라든가 번역의 노력이 소스가 되어야 인공지능에 반영이 되는거지 답보상태에 머물렀는데 인공지능이 알아서 어휘를 만들어주겠냐? 하여간 이 문제를 근본부터 따져보자는 사람은 없고 연례행사처럼 번역을 해야 된다는 50년째 계속되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이젠 다 때늦은 것이다. 의욕만으로 다 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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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2024.01.12 16:20
앞으론 AI 때문에 더더욱 번역은 설 자릴 잃을 텐데, 이런 사설이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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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 2024.01.12 16:08
몇년 전에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인 유전자 읽다가 집어 던졌다. 그건 대학원생한테 쭉 과제로 나눠 맡긴 다음에 모아서 그걸 교수 이름으로 번역서랍시고 내는 수준이었다. 읽어도 문장이 이해가 안되었다. 나중에 새로 번역되어 나왔다 들었다. 내 책값 훔쳐가고 제대로 읽을 기회를 빼앗아간 도둑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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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2024.01.12 14:28
AI 번역이 심층 번역을 가능하게 할 날이 오겠지만, 인간 사고의 정수를 파악하고 치열하게 번역해야 원작에 근접하게 될텐데 번역 홀대에 대한 필자의 염려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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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 2024.01.12 08:10
번역의 수준이 올라가면 덩달아 관련학문 뿐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의 수준도 올라간다. 가령 Animal Kingdom 도 우린 무조건 동물의 왕국이라 번역해 타이틀을 달았다. 그러나 정확한 번역은 동물의 세계다. Kingdom 이 왕국 뜻만 있는 게 아니라 동식물과 광물의 세계를 말할 때도 쓴다. 곳곳에 틀린 번역들이 난무하다. 번역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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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oongAng
lex4**** 2024.01.12 02:42
일본에서 만들지 않은 학문적용어들 즉 수학 물리 화학 심리학 등등 또 그안의 수많은 전문적 용어들이 없다하면 번역하는 사람 나름대로 제가기 번역된 우리나라 말을 말할거다. 마치 예전 축구중계를 모두 우리나라 말로 하려했듯. 헤딩 프리킥 슛 골키퍼를 전부 우리나라말로 바꾸고. 학문에 관한 책을 번역할때 연관된 전문용어를 어찌 번역할지 기준이 있는지 모르겠다. 명사빼고 번역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