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는 것은
미국에서 인간의 행복과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고자 9천명을 대상으로 9년간 연구를 했다 한다. 그 결과 친구가 많은 사람이 행복하고 오래 산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는 행복한 사람의 기준을 오복을 갖춘 사람이라고 한다. 오복이란 사서삼경 중 서경에 있는 오복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내용은 수‧부‧강녕‧유호덕‧고종명(壽‧富‧康寧‧攸好德‧考終命)이다. 즉 장수하고, 부유하며, 신체 건강하고, 좋은 덕을 가질 것이며, 천명을 마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근래 신 오복이 나왔다. 그 내용은 건‧처‧재‧사‧붕(健‧妻‧財‧事‧朋)이다. 즉 건강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날 것이며, 부유하고, 일감이 있을 것이며, 좋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래 살라는 수명과 연관이 많은 붕(朋)을 넣은 것은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나는 가끔 뜻글자인 한문의 구성에 대하여 생각한다. 밤 율(栗)자를 풀어쓰면 서쪽 서(西)와 나무목(木)의 함성어다. 밤나무는 서목이라는 뜻이다. 내가 실제로 밤나무를 가꾸어 보니 밤나무는 서향으로 심어야 수확량이 많다.
그런 형식으로 親舊(친구)라는 한문을 내 나름대로 풀어서 해석해 보았다. 친할 친(親)자는 설 립(立)자 밑에 나무 목(木)자이니 똑바른 재목감으로 잘 자라는 가를 항상 옆에서 바라보라는 뜻이다, 물론 이때 똑바른 행동이 아니라면 옆에서 충고를 해야 한다는 뜻이 친할 친(親)자다.
舊(구)자는 풀초(艹) 아래 꼬리 짧은 새 추(隹) 그리고 그 밑에 절구 구(臼)자로 형성되어 있다. 풀피리 불며 새도 잡고 절구질도 하던 시절의 사람을 뜻하는 글자이니, 친구는 옛 친구가 더 다정한가 보다.
나 또한 여러 동창생 친구들 중 초등학교동창들이 제일 친한 것도 글자가 뜻한바 그대로다. 친구라는 말은 가깝게 오래 사귄 벗으로 항상 들어도 다정다감하고 포근함을 주는 단어다.
탈무드에는 친구의 종류와 만남에 대하여 세 가지로 구분해 놓았다.
첫째는 음식과 같은 친구로 매일 만나야 한다.
둘째는 약과 같은 친구로 이따금 만나야 한다.
셋째는 병과 같은 친구로 이는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친구를 구분해서 사귀는 것은 옳은 일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구분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 아닌가 싶다.
친구와 관련된 좋은 말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 내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친구
나의 친구는 세 종류가 있으니,
나를 사랑한 친구
나를 미워한 친구
그리고 나에게 무관심한 친구가 그것이다.
나를 사랑한 친구는 나에게 유순함을 가르쳐주고, 나를 미워한 친구는 나에게 조심성을 가르쳐주며, 그리고 나에게 무관심한 친구는 나에게 자립심을 가르쳐 준다.
윗글에서와 같이 미움과 무관심까지도 모두 좋은 쪽으로 연관 짓는 것이 친구다.
아무리 친구라 해도 번번이 잘못만 지적하고 충고만 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임 때 유머도 풍부하고 패션 감각도 뛰어나며 분위기를 잘 띄우는 날라리친구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널리 사귀면서 생긴 여러 방면의 친구를 구색친구(具色親舊}라 하지 않던가?
하여튼 친구의 비중이 커진 것만은 틀림없다. 인간 100세 시대, 고령화 사회를 살아야할 우리가 친구 없이 오랜 세월을 소일한다는 것은 외로움 그 자체일 것이다. 어느 정도의 재력만 있으면 재(財)테크보다는 우(友)테크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나에게는 눈치 보지 않고 속마음까지 다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진실한 친구가 몇 명이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