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강 덕성원 사장님 인터뷰 - 김선희 汀彬.hwp
반백 년 넘게 한 자리에서 지킨 전통 짜장면
- 이덕강 중화요리 덕성원 대표
아주 오래된 금촌 풍경 속 ‘덕성원’이 흑백 사진 안에서 살아 있다. 지금은 경기도 파주시 명동길 43번지로 불리는 그곳에서 이제 아들(이진성)까지 4대가 중화요리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 반백 년을 훌쩍 넘은 연혁은, 그만큼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살아 있다는 뜻이다. 어릴 때 일이라 이덕강 사장님의 기억 속에서는 가물가물한 일들조차 찾아오는 손님들의 기억에서 살아나 다시 역사가 되는 곳이다.
금촌시장의 역사는 100년이 훨씬 넘었다. 정기 시장이 들어선 건 1942년이지만, 1906년 4월 4일 경의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생긴 금촌역의 영향으로 인근에 서게 되었다. 교하군 아동면에 속하던 조그만 촌락은 기차역이 생기면서 금촌이라 불렸다. 아주 오래 전 18세기 초부터 있었던 신화리장이 있었다지만 금촌역이 들어서고, 봉일천에 있던 가축시장이 금촌으로 옮겨 오고 파주군청 등 행정의 중심이 되면서 급성장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이 많아서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금정로, 문화로, 명동로 상인들이 마음을 모아 파주 지역경제와 소통공간으로 금촌통일시장을 발전시키고 있고 덕성원은 금촌시장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주변은 1976년도 정화사업 이후 몇몇 건물만 남고 모두 다 달라졌다. 옛 주도로가 상권이 바뀌어서 골목길이 되고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도 비 오면 질척거리던 금촌 시장이 현대화 사업으로 비가림 막이 설치되고 깨끗해져서 참 좋다. 최창식 님이 번영회장으로 있을 때 노력을 참 많이 했는데, 좋은 결과로 나타나서 장사하는 사람이나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나 모두가 좋아한다. 2015년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새롭게 발돋음하면서 먹거리, 몰거리, 즐길거리, 살거리가 있는 시장으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명동길에 자리한 덕성원은 파주시장 인증 ‘파주 으뜸이(4대 대물림 중식당 덕성원)’로 선정된 곳이다. 경기도가 인정하는 자랑할만한 음식점들을 지정하여 착한 음식점과 믿고 찾는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생긴 것이 경기도 으뜸 맛집이다. 여기에 선정된 것은 지역 향토 특색 음식을 취급하면서도 경기도를 대표할 수 있는 맛이어야 하고 위생과 서비스가 우수한 음식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금촌에 처음 생긴 중국집 여전히 그 자리에
두 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이순당 님)는 중국 산동성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부평에 처음 자리를 잡았고, 얼마 동안인지는 잘 모르지만, 파주 장단과 문산에서도 중국집을 했다고 들었다. 지금 덕성원이 있는 자리로 옮겨 와 중국집을 시작한 건 1954년이다. 당시 금촌에는 중국집이 없었다. 처음 생긴 중국집 ‘덕성원’에서 이덕강 사장님은 1955년에 태어나고 자랐다. 금촌이 발전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 본 산 증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배달 다니며 아버지를 도와드리다가, 1980년도에 결혼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부친 사업을 이어받기로 하고 아버지로부터 열심히 배웠다.
모든 음식은 정통으로, 자랑하고 싶은 메뉴
아버지한테 배우다가 호텔 중식 요리부에서 1년 동안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것도 보고 배웠지만, 덕성원에서는 모든 음식을 정통으로 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금도 손님들이 “다른 곳에선 이런 맛이 안 난다.”며 다른 곳에 갔다가 후회한 적 있다고 할 때 뿌듯하다. 연로하신 부친 대신 동생들 공부시키며, 아버님 명성에 누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단골손님이 점차 많아졌다. 거기에 안주하지않고 이런저런 메뉴 개발에도 정성을 쏟았다.
그 가운데 4~5년 전에 개발한 ‘소양동고’는 누구한테라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고, 자랑하고 싶은 메뉴다. 표고버섯에 새우 간 것을 넣고 튀겨서 볶은 음식인데,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인기가 많다. 튀는 것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 특히 기름 온도를 중요하게 신경 쓰는 음식이다. 소스로 버무러진 소양동고는 일단 반드르르 눈을 사로잡고, 표고향이 마늘 볶은 향, 굴소스 특유 향과 더해져 젓가락질을 서두르게 한다. 부드러우면서 바다향이 가득한 새우살 소양동고를 한입에 넣고 나면, 생표고를 사용하기 때문에 씹을 때 쫄깃하면서 맛있는 단짠단짠이다. 양송이, 브로콜리, 피망, 연콘, 고추, 대파 야채들도 싱싱해 제맛을 곁들인다. 맛의 비법을 물으니 당연하다는 듯 “비밀”이라고 한다. 사장님이 직접 개발한 메뉴이고 다른 중국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메뉴라 특히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추천하고 싶은 메뉴
해물누룽지탕은 다 먹을 때까지 가장 맛있는 온도로 따뜻하게 하기 위해 턱이 높은 주물판을 쓴다. 일반 그릇을 쓰면 먹다가 음식이 식어서 제맛이 안 나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맛에도 감탄하지만, 뜨거운 주물판에 완성된 해물 누룽지탕을 올리면, 소스가 튀어 오를 듯 내는 소리에 반한다.
또 깐쇼새우는 어떤 손님 앞에 내놔도 자신 있다. 의정부에서 자주 오시는 손님은 이곳에서 깐쇼새우를 먹다가 다른 곳에서 먹으면 한입 가득 찬 풍만함을 느낄 수 없어 여기까지 온다고 한다. 덕성원에서는 일반적으로 쓰는 새우보다 크기가 일단 크고 생새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만들어 먹어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백성들과 나눴다는, 입에 착 감기는 맛과 보드라운 동파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정통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예약한 손님께만 준비하는 메뉴다.
재료는 금촌통일시장에서 바로바로
덕성원에서 만드는 모든 재료는 금촌 전통시장에서 구입을 한다. “일부 소스류 등 이곳에 없는 것만 다른 곳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모든 재료가 그래서 더 신선하고 맛이 있습니다.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면 영양은 물론 신선도가 최상인 재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음식의 맛은 물론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또 지역 농민들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경을 살리는 일은 덤이다.
기억에 남는 손님들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2018년 9월에 ‘엄마품 동산’ 행사에 참여한 130명에게 음식을 대접한 일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손이 많이 필요했는데 외식업을 하는 지인 7~8명이 함께 와서 봉사를 해줘서 잘 끝낼 수 있었다. 엄마품 동산은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대한민국의 가장 슬픈 현대사에서 비롯된 혼혈인과 입양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자 만든 것이다. 그들이 모국의 향수와 고향을 느낄 수 있도록 초청한 행사 중 식사 부분을 덕성원이 담당한 것이다. 그전에도 헤이리 너싱홈 요양원분들에게 정기적으로 짜장면 봉사를 해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처음 음식 봉사를 시작한 건 오래돼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20년도 더 된 것 같다. “큰일도 아닌데 도지사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며 이덕강 사장은 겸손해한다. 1998년에 파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가 보육원과 장애인시설에 조사한 결과,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짜장면이 뽑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짜장면 먹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매월 하게 된 것이 10년 이상 지속되었다.
2007년 공설 운동장에서 장애인 200여 명에게 손짜장을 대접한 일, 경기일보 창간20주년 기념 신년희망음악회에서도 장애인 300명과 자원봉사자 등 600명에게 짜장면을 선물 했었는데, 모두 중화요리 협회에서 같은 마음으로 봉사하던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이덕강 사장님은 “항상 감사하죠. 찾아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맛있었다고 말해주시는 것도 감사합니다. 예전엔 걸인도 많고, 어려운 사람도 많은 시절이 있었는데 그땐 짜장면을 먹고 나서 돈이 없으면 시비를 걸어 돈을 안 내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다 추억이 되었지만, 힘들 때 어려울 때 항상 옆에 있어 준 아내가 제일 고맙죠.”라고 한다.
덕성원의 안주인 정명숙 님께 기억에 남는 손님에 대해 물었다.
“한두 분이 아닌데, 그중에서 김주일 병원 원장님은 3대가 함께 오시는데 언제 같이 단체 사진 한 장 찍자고 하실 만큼 덕성원 사랑이 크신 분이에요. 식구들이 모이기만 하면 여길 오셔요. 사위 중에 교수님이 계신데 학생들하고도 오시고,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장사 안 하는 날도 부탁해서 꼭 이곳에서 음식 대접을 하셨어요. 이기영 전 시설관리공단 이사장님, 조양원 전 농업기술센터 소장님, 작고하신 오세제 한의원 원장님 등은 덕성원 홍보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은 손님들을 모시고 오셨어요. 탄현에 일경농원을 하던 화가 이대원 님은 송해선생이 진행하는 프로를 너무나 좋아하셔서 혼자 오셔도 꼭 룸에 모시고 그분을 위해서 TV도 사 놓았답니다. 화가분들이 탄현에 모이거나 하면 1주일에 한 번씩 요리를 시키는데, 그땐 남편이 직접 가서 해드리고는 했지요. 서울 혜화동에 사실 때 손님이 왔다 하면 출장 가서 만들어 드리기도 했답니다. 그분들뿐만 아니라 짜장면 한 그릇이라도 덕성원 요리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죠.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전한다.
제2의 인생은 기타와 함께
이덕강 사장님이 어렸을 때 삼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음대를 다니던 삼촌 덕분에 피아노, 기타가 있었고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배우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동안 학교 다니고 사업하느라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는 아들이 대를 이어 가업을 잇는다니 약간 여유가 생겼다. 3년 전부터 기타 동아리 ‘모랑’을 결성해 상인회 분들과 수원에서 열린 경연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무료 공연을 다니기도 한다. 기타만 잡으면 스스로 즐겁고 힐링이 되기 때문에 기타가 너무나 좋다.
“앞으로 북한과 교류가 잘 되거나 통일이 된다면 평양에다 ‘덕성원2호점’을 내고 싶습니다. 평양냉면 보다 더 유명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요리는 세계인이 다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쌓인 경험으로 정말 맛있는 중국 요리를 맛보이고 싶습니다.” 라고 앞으로의 소망이라고 말한다.
손님의 90%가 단골인 가게, 어린아이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어 오고, 연애하면서 왔던 사람들이 아기를 낳아서 함께 오고,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그렇게 지금 오시는 손님들이 손맛을 이은 아들의 음식을 찾는 곳이 될 것이다. 처음 그 마음 그대로 정성 다하는 음식에서 손님들은 맛으로 그 마음을 읽을 테니, 역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터뷰 작가 김선희 汀彬
kimsunny02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