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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디즈니 스튜디오(Disney Studio)가 픽사(Pixar)를 인수합병하기까지 <토이 스토리> 프랜차이즈 3편의 제작은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필름뚜껑을 열었다. 새로운 필름의 줄거리 원인을 원전인 오리지널 스토리에서 찾는 대신, 디즈니와 픽사의 제작책임자들은 <토이 스토리2>(1999)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의 캐릭터들을 다루기로 결정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구성은 유례없는 비애감이 서려있다.
이야기는 앤디가 어느덧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됨에 따라 부득불 집을 떠나야만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의 애장품인 장난감들도 따라서 불확실한 미래를 맞게 되는 상황에 봉착한다. 다락방에 보관되는 대신 그들은 뜻하지 않게 결국 햇살(Sunnyside) 보육원행 차에 실려 가게 되고 지레 상처 입은 폭군타입 곰 인형과 그의 수하들(사탄의 인형을 연상시키는 아기인형 압권)에 의해 감금되고 마는 불쌍한 처지에 놓인다. 이후부터는 올드 토이(쓰던 장난감)들에게 고문과도 같은 이곳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관건.
기본적으로 카우보이 우디(톰 행크스)와 우주용사 버즈 라이트이어(팀 알렌)의 용감무쌍함을 전제로 뭉친 토이들은 앤디의 집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우여곡절 친신만고 끝에 또 다른 행복감을 맞보게 된다는 이야기가 흥미진진 폭소만세를 외친다. 어쩌다 실수로 스페인모드가 된 버즈가 제시(조안 쿠삭)에게 구애하며 열정적인 스페인 춤을 춰대는 장면은 실로 폭소대작전. “빵”터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토이 스토리 3>의 매력이 믿기 힘들게도 대단히 감성적인 결론을 낸다는 점은 의외다.
줄거리의 태반은 그러나 구원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격전으로 구성되었다. 눈물을 짜내는 신파조의 결말에 일부 비평가들은 반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의 압도적인 호평을 즐기며 시리즈의 3편은 전 세계 흥행기록을 가뿐히 갈아치웠다. 드림웍스의 <슈렉>(Shrek)에게 내준 만화왕국의 권좌를 마침내 재탈환하는 순간이다. 친숙한 출연진들과 제작진들이 시리즈의 세 번째 에피소드와 함께 한 것처럼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음악적 목소리 랜디 뉴먼(Randy Newman)도 품위 사수에 동참했다.
랜디 뉴먼을 만화영화역사에서 유명한 위치로 쏘아올린 작품이 바로 이 영화 <토이 스토리> 연작인 걸 감안하면 당연한 귀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차후의 디즈니와 픽사 작품에 재즈와 오케스트라를 아우른 자신의 독특한 감각을 빌려주며 소동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도 때로 만화영화를 위해 음악을 쓰는 뉴먼은 틀림없이 이 무대에서 최고봉임을 여실히 입증해왔다. 시리즈물의 연속성에 기준해 뉴먼은 처음부터 음악적 개념을 정립했다. 1편부터 대를 이은 'You've got a friend in me'외에 매 스토리마다 적절한 패턴을 유지하고자 했다. 캐릭터들과 콘셉트를 위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모티프를 유지하거나 탄탄한 이야기의 흐름을 제대로 확립하는 데 집중했다. 일반적인 연주곡스타일을 탈피한 음악 속에서 독자적 정체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토이 스토리> 스코어는 영화의 장면적 역동성 면에서는 탁월했다. 하지만 영상과 별개로 취급된 음반에서 별도로 듣기엔 평균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추세는 애석하게도 <토이 스토리 3>에서 더 강해졌다. <토이 스토리>를 위한 스코어의 스타일은 워너브라더스(Warner Brothers) 만화(Cartoon)를 위해 곡을 쓴 칼 스털링(Carl Stalling)의 활동력 넘치는 음악, 빈티지 재즈, 랙타임의 터치가 결합된 산물이었다. 속편은 전편을 기반으로 공상과학으로의 회귀와 웨스턴음악의 타성에 젖은 음악을 확장했다.
<토이 스토리3>를 위해 뉴먼은 공상과학, 재즈 그리고 랙타임 성분들을 몽땅 덜어내고, 미국 남부의 블루스, 지중해의 마피아의 정형화된 이미지, 전기기타 록, 희미한 파리 식의 낭만, 그리고 요란뻑적지근한 라틴리듬과 어쿠스틱 기타 장식으로 몸 개그에 따른 익살 만화 영화적 소재와 웨스턴음악에 대한 경의를 융합해냈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3>는 특히 소동을 벌이는 장난감들의 액션 시퀀스와 함께 사운드트랙 위를 내리 달리는 오케스트라의 풍만한 허풍으로 뚜렷한 윤곽선을 그린다. 스털링(Stalling) 사운드를 모사하기 위한 뉴먼의 손재주가 다소 발휘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전 스코어들에서 뉴먼이 취한 고전만화 사운드를 즐긴 청취자들은 유사한 내용들을 여기서도 반갑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단히 통칭적인 개념이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처럼 프랜차이즈의 이전 사운드트랙에서 조명되었던 것을 재활용했다. 'So long'(작별인사로서의 안녕)에서 정감 있는 피아노와 스트링 연주는 다소 우울하고 자기 성찰적인 톤, 의외로 대단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순간을 뽑아내기 위해 이 맥락 내에서 외견상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토이 스토리 3>는 대부분 전쟁액션의 고전물이나 서부영화를 보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운드질료들, 블루스와 지중해성 스타일의 음색과 곡조가 현저하다. 햇살 보육시설을 점령하고 있는 악당 캐릭터들을 스타일적으로 표현하고 이들로부터 탈출하려는 앤디의 장난감들의 활동적 액션동작을 보강하기 위한 전통적 접근법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결국 종극에는 심히 감상적인 테마로 여지없이 끝맺는다. 시종 애매모호하고 뚜렷한 주제적 선율을 잡지 않은 점은 아쉬운 면.
<토이 스토리 2>와 달리 뉴먼은 그 자신이 직접 부른 새 노래 'We belong together'(우린 다 함께 하는 사이야)를 깜짝 선물로 제공했다. 빈티지 록 성향의 곡이다. 흥겹지만 스코어의 일반화를 되돌릴 만큼 신선한 파괴력을 주진 않는다. 스코어를 랜디 뉴먼 독자적인 결과물로 보기 어려운 난점은 계속된다. 엘머 번스타인(Elmer Bernstein)이나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또는 마크 샤이먼(Marc Shaiman)의 웨스턴 스타일이나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의 근엄한 피아노 연주 위주의 작품 중 그 어느 것이든 다른 작곡가들의 타성에 빠진 곡들이 자꾸만 귀에 걸린다는 것이다.
<토이 스토리 3>를 위한 음악은 결과적으로 장난감들의 액션에 쿵작쿵작 손발을 맞추는 동작묘사에는 실질적으로 매우 효과적이지만 기억 속에 저장될 만한 감동은 부재하다. “무한한 세계를 향해 비상”(Infinity and beyond)을 외치는 장난감들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종결에 호응하는 성과물을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뉴먼의 음악과 함께 이 프랜차이즈의 결말에 이르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일관된 결속력이나 독특함 만큼은 전작에 비해 덜하다. 뉴먼의 위상과 음악의 사근사근한 본질적 성향을 개의치 않는다면 무해한 포괄적 해학과 풍자성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수록곡-
1. We Belong Together
2. You've got a Friend in Me (para el Buzz Español): 종영인물자막(End Credits)이 올라가는 도중 버즈와 제시가 신나는 탱고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 사용된 노래.
3. Cowboy!
4. Garbage?
5. Sunnyside
6. Woody Bails
7. Come to Papa
8. Go see Lotso
9. Bad Buzz
10. You Got Lucky
11. Spanish Buzz
12. What about Daisy?
13. To The Dump
14. The Claw
15. Going Home
16. So Long
17. Zu-Zu (Ken's Theme)
18. Dream Weaver: 미녀 바비 인형과 미남 켄 인형의 환상적인 첫 만남장면
19. Le Freak: 켄이 옷장에 걸린 수많은 옷을 갈아입으며 춤추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