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방송의 퇴직사우들 모임인 사단법인 부산문화방송사우회가 발행하는 "빛과 소리"가 제8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을 취재하여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 부산문화방송을 퇴직하고 열린아동문학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옛 동료 배익천의 활약을 보고 우리는 마치 나의 일인 것 처럼 흐뭇해 하고 또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빛과 소리에 게재된 전문을 붙여 올립니다.
빛과 소리 편집위원 이 백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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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탐방>
또 하나의 동화
-제 8회 열린아동문학상-
2018년 6월 2일, 경남 고성에서는 200여명의 관계자가 숲속에 모인 가운데 독특한 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배익천 사우가 편집장으로 있는 ‘열린아동문학’이 주최하는 시상식이었다. 상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로운 길을 제시한 이 시상식을 ‘빛과 소리’ 편집진이 직접 현장을 찾아 여기에 소개한다.(편집자)
시상식이라는 데를 가끔씩 다녀 봤지만 이런 시상식은 없었다.
몇 번을 도와도 주기도 하고 그냥 보기도 했었는데 볼 때마다 신기한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마을에서 훌쩍 떨어진 곳 산골 숲속에 자리한 식장이 그렇고 이 자리가 무슨 포석정이라도 되는지 식장 옆으로 파놓은 도랑을 따라 흐르는 물속에 줄줄이 세워진 맥주며 소주, 막걸리 병들이 뒤풀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그렇고 식장 내 무대에 가득한 갖가지 부상들이 그렇다.
부상이야기로부터 시상식풍경을 그려보자.
이웃 방화골 농민들이 농사지은 쌀, 마늘, 양파, 파프리카 등 농산물이 자루나 망에 담겨 있고, 과일즙, 콩, 된장, 차 와 찻잔, 도자기세트, 이불 등의 협찬상품들이 상자나 보자기에 담겨 무대를 채웠다. 그 종류만 50여개 그리고 상금 3 백만 원. 호명할 때마다 상품 골라내느라 도우미들은 땀께나 흘렸다. 수상작품이 선정되고 시상행사의 일정을 통보 받는 날 이런 사유로 수상자는 승용차대신 화물차를 가져 오라는 권유를 받는다.
< 문학상 부상으로 나온 쌀, 감자, 된장 등 >
시상식의 틀도 상투적인 것들을 버린다.
시상을 전년도 수상자들이 한다는 것. 전년도 수상자가 오늘의 수상자에게 화관을 씌워주는 것으로 시상식은 시작된다. 화관은 이곳 숲에서 자란 줄기식물을 엮어서 만든 것인데 예쁘고 품위 또한 여태껏 보아온 승리의 월계관 못지않다.
상장도 여느 상장과 다르다. 동화부문, 동시부문의 각각의 상장에는 각 수상자의 얼굴이 초상화로 담긴다. 게다가 예쁘고 정성스런 글씨로 수상작품 내용까지 씌었다. 상장 자체가 또 다른 하나의 작품이 된 것이다. 이런 상장이 세상 어느 곳에 있을까? 또 상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식장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축하를 아끼지 않는다.
국내에 아동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상이 상당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발표하고 싶어 하는 곳이 “열린아동문학‘이고 받고 싶어 하는 상이 ”열린아동문학상“이란다. 이날 경향 각지에서 온 200여명의 아동문학 관련 각 분야 인사들 대부분이 하는 말이었다. 그들의 말은 분명 진심이 담긴 듯 느껴졌다.
< 올해 수상자 동화부문 박신식작가 동시부문 문성란 작가>
“열린아동문학상”은 이런 상이다.
식전 식후행사로 음악프로그램을 배치해 행사의 수준을 높여 놓았고 경품추첨을 마지막쯤에 넣어 품격과 흥행 두 마리토끼를 다 잡는 비상한(?) 기획력도 돋보인다.
이 일을 배익천이 몇 해째 해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동문학은 최남선에 의해 그 역사가 시작된다. 그가 창간한 “소년” 창간호에 실린 “해에서 소년에게”는 한국아동문학의 효시다. 이후 방정환이 본격 아동문학잡지 “어린이”를 창간했고 윤석중, 윤극영, 이원수, 마해송, 이주홍, 강소천 등 일제강점기에서도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많은 동시, 동화를 남겼다. 광복이후 수많은 아동문학지가 생겨나고 사라지고를 거듭하면서 아동 문학가들의 등단과 작품 활동을 지원한다. 배익천을 편집장으로 둔 부산MBC의 “어린이문예”도 한국아동문학의 큰 줄기에 한 부분이 되어 그 발전에 이바지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열린아동문학”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큰 흐름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아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배익천이 그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해마다 시상식이 열리는 이곳 “동시동화나무의 숲”(줄여서 “동동숲”이라고들 부른다)과 열린아동문학관은 배익천의 혼이 심겨있고 자라고 있는 곳이다. 문학관과 그 내부에 소장된 자료들 하며 나무 한그루, 바윗돌 하나까지도 그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야기처럼 꾸며가고 있다. 존재 자체가 또 하나의 동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학관 주변 숲은 자생하는 풀과 나무들이 제멋대로 자라는 그저 그런 숲이었는데 이제는 아동문학의 숲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양을 갖추어가고 있다.
숲 가꾸기는 지식과 노동, 그리고 시간이 어우러져야하는 일이다.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돌쇠같은 뚝심으로 몇 년에 걸쳐 열과 성을 아끼지 않고 쏟아 넣은 결과다.
배익천을 이야기하면서 홍종관사장 부부를 빼 놓을 수 없다. 홍종관 사장부부는 배익천의 오랜 친구이자 지금의 “열린아동문학”을 이루게 만든 든든한 후원자다. 이들 세 사람의 의기투합은 사단법인설립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낸다. 2017년 8월 동시동화나무의 숲은 사단법인 설립과 등기를 마친다. 홍종관의 사재인 동시동화나무의 숲과 아동문학관을 아동문학인들의 요람으로 만들기 위해 사단법인에 희사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열린아동문학”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경남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원고료와 행사비를 지원받는 등 한 단계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직장 동료로 친구로 배익천과 함께한 시간이 35년이나 되는데도 그에 대해 내가 아는 부분은 아주 조금뿐이었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사람 좋고, 추위 많이 타고, 글 잘 쓰고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재주를 감춰두고 있는 그가 우리의 친구고 동료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해도 될 일이다.
취재/ 이백기 사진/박준홍
첫댓글 맞습니다. 동동숲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바로 '동화'입니다.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립습니다. 동동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