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생명농업 농부가 준비해야할 것들
생명농업 농부가 되려면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이 있다. 회사 하나를 창업하려고 해도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듯이 생명농업 농부가 직업이 되려는 이들에게는 나름 준비하고 갖추어야 될 것들이 필요하다. 농업은 상당히 많은 과정과 분야를 가지고 있어서 소규모 가족농이라고 하더라도 중소기업 하나를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건강한 먹거리 생산 운동에 참여하려는 마음과 의지
생명농업 농부가 되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하는 것이 건강한 먹거리 생산 운동에 참여하려는 마음과 의지이다. 생명농업으로 전업농이 되려는 이들이나 부업 혹은 취미농이 되려는 이들 모두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먹거리 생산 운동은 곧 지구촌을 살리는 운동이 된다. 그런 바른 인식과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무장할 때 제대로 된 생명농업 농부가 될 수 있다. 거대한 자본주의와 상업주의적 흐름 속에서 흔들림 없이 올곧게 나아가는 생명농업 농부로 우뚝 서는 모습이 필요하다.
생명농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생명농업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생명농업이 무엇이며 어떤 정신과 가치관을 가진 것인지, 그 실천 방법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익힐 필요가 있다. 책을 통해 학습할 수도 있고, 이미 생명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부나 집단에 들어가 배울 수도 있다. 학습과 준비가 부족하면 귀가 얇아져 더 좋다고 하는 다른 이론이나 기술을 만나면 쉽게 자신의 본래 길을 저버릴 수도 있다. 생명농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더욱 좋다.
농사지을 수 있는 땅(경작지) 준비
생명농업 농부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경작할 수 있는 땅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땅이어도 좋고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임대한 땅이어도 괜찮다. 그 면적은 작아도 되고 감당할 수 있다면 제법 큰 면적도 문제없다. 도시농부라면 스티로폼 상자 몇 개나 텃밭상자 몇 개라도 좋고 도시의 자투리땅으로 일군 텃밭도 괜찮다. 어느 쪽이든 좀 더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땅이어야 좋다.
땅을 기름지게 만들 수 있는 재료들
생명농업 농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 가운데 한 가지는 바로 좋은 땅을 만드는 일이다. 필요한 재료들을 잘 갖추고 활용하기만 하면 좋은 땅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필요한 재료들이란 두둑에 덮어줄 낙엽과 부엽토, 작물의 영양이 될 좋은 퇴비이다. 낙엽과 부엽토는 주변 산이나 공원에서 구할 수 있다. 도시의 각 구청 시설관리공단이나 대학 캠퍼스 등에서는 바람과 길에 날리는 낙엽을 모아 쓰레기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게 연락해서 활용해주기를 바라는 곳들이 제법 된다. 퇴비는 영농재료를 파는 곳에서 사서 사용해도 좋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생태화장실과 퇴비장을 이용해 직접 생산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심고 싶은 씨앗이나 모종
농부가 준비해야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좋은 씨앗이다. 그 지역에 오래 살아남은 토종 씨앗이나 토종씨앗으로 키운 모종을 구하는 것이 좋다. 토종씨앗도서관들이나 토종을 사랑하는 모임들에서 좋은 토종씨앗을 구할 수 있다. 심어야할 면적이 작은 때는 씨앗 값이 별로 부담되지 않지만 그 단위 면적이 제법 커지게 되면 씨앗이나 모종 값도 만만치 않다. 그런 씨앗 값을 줄이려면 종자를 자가 채종하는 것이 좋다. 나는 2019년에 김포에서 40여가정과 함께 생명농업 공동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20여종의 씨앗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소개하면 대파씨, 청겨자, 적겨자, 상추, 해바라기, 고추, 오이, 가지 등이다. 씨앗을 보유하고 있는 농부는 마음이 든든해진다.
스스로 채종한 씨앗의 발아율이 떨어진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종묘상에서 산 씨앗들도 발아율이 70-80%정도로 표기되어 있다. 100알에서 발아율 70%인 고추씨를 심어서 70-80포기 정도의 고추를 키울 수 있다면 스스로 채종한 고추씨는 발아율이 20-30% 일지라도 1000개의 씨앗으로 모종을 붓는다면 200-300포기의 고추를 키울 수 있으니 더 많은 고추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F1에서만 잘 발아되고 F2에서는 발아가 잘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일수도 있지만 그것은 항상 종묘회사만 이롭게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자. 좋은 농부는 끊임없이 실험해보는 실험정신을 가진 농부이다.
농사지을 때 사용할 농기구와 농자재
농부 자신이 지을 농사의 규모에 따라 준비해야할 농기구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생명농업에서는 한번 만든 두둑을 10년 이상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매년 땅을 갈 필요가 없다. 그래서 대형 농기계는 거의 필요가 없다. 가장 필요한 것은 두둑 만들 때 용이한 관리기 정도이지만 그것도 1ha 미만의 경작지라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두둑을 만들 때는 대체로 삽과 괭이와 갈구리처럼 생긴 레기로 두둑을 만들거나 보수할 수 있다. 씨앗 파종이나 모종을 심을 때는 모종삽과 모종을 넣고 쉽게 심을 수 있는 간이 파종기가 있으면 좋다. 두둑에 낙엽이나 풀을 덮어주기 위해서는 운반용 외발 손수레가 꼭 필요하다. 손수레는 두둑관리와 파종과 수확 어느 때나 필요한 필수 운반기구이다.
잡초제거용으로는 일반적으로 호미를 많이 사용하지만 생명농업에서는 골이나 밭가에 난 풀을 베어오기 위해 낫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호미로는 풀을 잡기 어렵지만 낫으로는 풀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작물을 돌볼 때 많이 쓰이는 것은 가위이다. 고추나 토마토 가지 수박 등 곁순을 잘라주어야 하는 작물들을 돌볼 때 다치지 않도록 가위로 잘라주는 것이 좋다. 작물에 물을 주어야할 때는 수도꼭지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호스와 샤워 탭이 필요하고 작은 텃밭이라면 물 받아둘 통과 물조리가 필요하다. 병충해 방제를 위해서나 영양공급을 위해 엽면살포를 하기 위해서는 분무기와 계량컵이 있어야 한다.
농사용 부자재들
키가 큰 작물들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주대와 망치와 끈과 유인집게 등이 필요하다. 모종을 키우기 위해서는 크기에 맞는 모종상자와 모종을 옮겨 심을 때 사용할 대나무 핀셋이 있어야 한다. 과일나무나 주변 나무들을 돌보려면 전지가위나 톱이 필요하다. 작물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각종 영양제와 강장제와 기피제를 담아두는 그릇들(항아리/상자/페트병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약제들도 사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만드는 방법을 별도로 소개할 것이니 자가 제조하는 것이 좋다. 농작업 할 때 안전을 위해 팔토시와 장갑과 모자가 있는 것이 좋다. 씨앗 보관과 침종을 위해 양파망 자루를 모아두면 쓰일 때가 많다. 승용차로 나르기에 벅찰 정도로 많은 생산물이나 운반해야할 것들이 생긴다면 몇몇 농가가 힘을 합해 1톤 트럭 한 대 정도 공동으로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다.
농기구와 부자재의 정리
농사에 필요한 도구나 부자재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 그 농부의 농사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농기구들을 걸어둘 수 있는 농기구대를 만들어 가지런하게 잘 정리하고 보관해 두어야 필요할 때 쉽게 찾아서 쓸 있다. 각종 부자재들과 씨앗들도 씨앗보관용 상자나 작은 용기들에 담아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농사일지와 기록장
좋은 농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농사계획과 실천 과정과 성과 및 평가 등을 꾸준히 기록하고 그 바탕 위에 새로운 계획을 세워가는 것이 필요하다. 영농일지와 각 작물별 작물 명찰과 기록일지, 수확과 보관과 판매 등을 기록할 수 있는 기록장, 연구학습노트 등을 구비해두는 것이 좋다. 이 정도면 생명농업을 실천할 농부가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것들이 준비되는 셈이다. 열심히 생명농업 농사를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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