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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와연>
깔끔하고 우아한 데다 식재료의 개성이 돋보이는 밥상이 제때 조리 방식으로 차려진다. 주문 후에 조리하는 음식이 때맞춘 음식으로 오르므로 맛을 최대한 보존한 상태에서 섬닷하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광주에서는 식재료의 개성과 음식맛으로 이미 소문난 맛집이다.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다는데, 먹을 거 있는 집이다. 창밖에 펼쳐지는 길건너 팔당호는 덤으로 주어지는 볼것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수와연
주소 : 경기 광주시 남종면 산수로 1680(분원리 255-52)
전화 : 031-768-6446
주요음식 : 흑마늘밥, 토마토밥
2. 먹은날 : 2020.11.25.점심
먹은음식 : 흑마늘밥(25,000원)
3. 맛보기
특별한 재료 흑마늘을 주제로 삼았다. 흑마늘은 히로인이지만 각종 산채가 수적으로는 주연이다. 산채 외에도 게장, 더덕 등 건강식 위주로 식약동원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음식이 짜지 않으며, 조미료 맛이 감지되지 않는다. 자연요리를 표방하는 식당답다. 음식을 접시에 담아 내오는 품새도 그만이다.
산채전. 밀가루를 넣지 않고, 계란만으로 부쳐냈다. 진한 나물맛이 약간 씁쓰름할 정도로 나물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처음부터 보신음식이라는 느낌을 주면서 밥상 포로가 되도록 손님을 제압한다.
양상추샐러드. 소스와 흑마늘 고명이 특별하다. 붉은 소스는 당연히 토마토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다. 파인애플과 적채를 갈아 만든 거란다. 혀끝에 도는 파인애플 맛이 마술에 홀린 거 같다. 붉은 색 소스에서 노란 파인애플맛이 나니 말이다.
거기다 고명으로 얹은 흑마늘은 오늘의 주연이자 주제이다. 짜지 않고 약간 달근하면서 쫀득한 것이 별미이다. 조선시대면 왕족이나 받았을 밥상이다. 근대에 우리가 이룬 상향평등화가 밥상에서도 재현되는 기분이다. 이제는 누구나 이런 밥상 받을 수 있다.
수저를 뜨거운 물에 담가 내온다. 이런 상차림은 처음이다. 위생에서도 신뢰하라는 표현이다. 거기다 따뜻한 수저로 음식맛을 보존하면서 먹으라는 배려 아니겠나. 섬세한 마음이 어디서도 느껴진다.
숙주불고기와 오리만두가 나왔다.
다양한 채소와 오리고기를 속으로 삼았다. 육즙맛도 나쁘지 않다. 다양한 채소가 많이 들어가 고기 맛은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불고기와 숙주나물의 조합, 우리 음식은 숙주나물을 잘 쓰지 않는다. 중국음식, 베트남음식 등에서는 많이 사용한다. 중국도 남방 음식에서는 특히 숙주나물을 많이 사용한다. 베트남은 생으로도 먹는다. 동남아에서는 일반적으로 숙주나물을 많이 쓰고 콩나물은 많이 쓰지 않는다. 콩나물과 숙주나물의 사용빈도가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면 재미있을 거 같다. 콩나물을 이처럼 많이 먹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지 않은가 싶다.
우리는 콩나물을 많이 쓰고, 숙주나물 사용은 매우 소극적이다. 사실 숙주나물은 양파처럼 제 색깔 많이 드러내지 않으면서 여러 음식에 잘 어울리는 채소다. 새로운 식재료 개발도 중요하지만, 전통적인 채소도 그 쓰임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숙주불고기는 새로 개발한 요리이다. 이 식당의 특징은 익숙한 식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거다. 익숙한 식재료 덕분에 거부감없이 새 실험에 동참할 수 있다. 새 실험은 맛감각이 없으면 곤란하다. 솜씨 위의 실험이어서 신뢰가 간다.
두부카나페. 두부한입요리를 내왔다. 카나페는 프랑스에서 긴 빵을 한입 크기로 잘라 먹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빵이나 크랙커에 고명을 얹은 음식으로 보통 안주나 전채요리로 먹는다. 이처럼 한입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일반 음식을 이르기도 한다.
여기서는 밥보다 먼저 나와 전채요리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런 밥상에서는 전채요리가 아닌 본요리의 하나다. 안주나 전채요리가 아닌 카나페, 구차하게 카나페보다 이 기회에 ‘한입요리’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어느때, 무슨 재료라도 한입에 들어가면 한입요리다. 우리 음식 상차림에는 '한입요리'가 더 실상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
두부한입요리는 프랑스 바게트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식감이 그만이다. 토마토와 흑마늘을 얹었다. 토마토는 광주의 특산물이다. 지금이 제철이다. 길거리에는 온통 토마토 천지다.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로 지역 특성을 살린 점도 높이 산다. 흑마늘은 오늘 요리의 주제다. 이 요리는 흑마늘의 변주곡이기도 하다.
이제 밥차례다. 갖가지 밥반찬이 올랐다. 부추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궁채나물, 더덕구이, 익숙한 기본찬이 나왔다. 맛은 다 범상치 않다. 제맛과 제때를 품은 음식들이다. 특히 부추김치는 쉽지않은 음식을 맛깔스럽게 제맛을 뽑아냈다. 짜지도 않고, 무르지도 않았다. 전문가 솜씨다. 열무김치가 너무 싱거운 건, 솜씨 탓이 아니라, 식재료 탓이다. 열무대롱을 씹으니 맹숭맹숭 아무맛이 없다. 좋은 식재료 찾기가 어렵다는 반증이라 본다.
동태무침, 잔멸치볶음, 포고버섯, 취나물 등이 가지런히 자리잡았다. 잔멸치볶음이 압권이다. 맵싸한 맛이 평이한 멸치를 요리를 격상시키고 있다.
간장게장. 역시 식재료가 아쉽다. 너무 맹숭맹숭한 육질, 탱탱한 맛도 없고, 진기도 없다. 게 껍질은 어디든 한입에 바스라질 정도로 얇고 약하다. 이 또한 식재료 선택이 맛을 얼마나 좌우하는지 보여준다. 그래도 솜씨 덕에 먹어낼 수는 있다.
궁채나물,
곤드레, 취나물, 다래순?, 아주까리, 목이버섯, 마른가지, 호박꼬지 등 나물이 부채접시에 담겨 화려하게 나온다. 합죽선을 판소리처럼 쫙 펼쳐 보물을 보여주는 것같다. 정말 보물같은 나물들이다. 일부 나물이 뭉개진 것은 아쉬웠지만, 저마다 향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
반찬이 먼저 오르고 제일 나중 돌솥밥이 나왔다. 오늘의 주인공이다. 곤드레나물, 대추, 흑마늘이 들어있다. 흑마늘에서 우려나온 물인지 밥이 커피색이다. 짜지 않고, 마늘향과 대추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밥만으로도 보약이다. 강된장을 넣고 갖가지 나물과 함께 비비면 산채나물밥이다. 흑마늘은 풍미를 더하고 음식의 격조를 높인다. 오히려 건강은 덤인 거 같다.
섭섭한 건 된장국, 약간 개심심한 맛으로 된장 제맛을 좀 비껴났다. 강된장 맛은 좋다.
밥에 간장색이 돋으니 보기만 하면 짤 거같은 느낌이다. 짜지 않고 오히려 살짝 단맛이 난다. 마늘보다 대추맛이 더 느껴진다. 밥에 든 곤들레나물은 다른 나물과 섞여 나물 조화의 맛을 즐겨야 한다.
갖가지 상장과 기념패가 훈장처럼 벽을 가득 메웠다. 지역사회에서의 이런 활약이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 개발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한다.
4. 먹은 후
1) 마늘생각
마늘이 좋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늘의 효능으로 일반적으로 들고 있는 것만 해도 열 가지나 된다.
1. 강력한 살균 및 항균 작용
2. 체력증강, 강장효과 및 피로회복
3. 정력증강, 동맥경화 개선, 신체노화 억제, 냉증, 동상 개선 작용
4. 고혈압 개선 작용
5. 당뇨 개선 작용
6. 항암작용
7. 아토피성 피부염의 알레르기 억제 작용
8. 정장 및 소화촉진 작용
9. 해독작용
10. 신경안정 및 진정 작용
마늘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육류요리와 잘 어울린다. 특히 삼계탕을 끓일 때 넣으면 콜레스테롤 증가를 억제하는데, 이름에는 인삼과 닭에 밀려 들어가지 못했다. 실제로는 인삼보다 마늘을 더 많이 넣는다.
이런 마늘을 숙성ㆍ발효시킨 것이 흑마늘이다. 유백색의 생마늘과는 달리 검은색(진한갈색)을 띠며, 숙성을 통하여 냄새의 원인이 되는 휘발성 유황화합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먹은 후 마늘 특유의 불쾌감이 전혀 없다. 또한 생마늘보다 수용성이 높고 체내흡수율이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인공적인 감미료의 첨가없이도 새콤달콤한 맛이 나며, 조직이 점질성이기 때문에 쫄깃쫄깃 달콤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건강식이다. 생마늘보다 섭취 친연성을 높이고 영양 흡수율을 높였으니, 얼마나 좋은 발효식품인지 알 수 있다.
흑마늘은 가정에서도 쉽게 만드는데, 안 쓰는 전기밥솥을 사용해 마늘을 까지 않고 통으로 송이째 넣어 보온으로 둔 상태에서 10일~15일 사이를 그대로 두면 된다. 10일쯤 후에 꺼내어 일주일 정도 거풍시키면 먹을 수 있다. 냄새가 심하므로 베란다에 두어야 한다.
마늘을 이와같이 숙성 발효시키면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고 더 진해져 흑색이 된다. 그래서 흑마늘인데, 색깔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성분도 효능도 변한다. 항암효과를 비롯하여 각종 마늘의 효능을 더 높이고, 새로 생기는 화합물은 활성산소를 제거, 혈액을 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마늘 특유의 냄새인 휘발성 유황화합물을 줄이기 때문에 먹기에도 편하다.
흑마늘은 그대로 먹거나 진액으로 가공해서 먹을 수 있다. 흙마늘 분말과 즙은 여러 곳에서 판매하므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충북 단양에서는 흑마늘막걸리를 개발하여 시판 중이다. 최근에는 흑마늘양갱, 흑마늘 캐러멜, 학마늘인삼건강보조식품 등등의 상품을 개발하였다. 흑마늘은 의성, 단양, 남해 등지에서 많이 생산된다.
아시아의 흑마늘은 유럽에도 도착하여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등등에서 인기다. 파스타나 쌀, 고기, 생선 등의 음식 양념으로 사용하거나 빵에 발라 먹고, 제과류, 푸딩 등의 디저트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흑마늘 초콜릿, 흑마늘&딸기 잼, 흑마늘 꿀절임 등의 가공식품도 만든다.
식재료의 확대와 가공방식의 다양화에 지구가 열을 올리는 셈이다. 흑마늘도 주요 선수로 뛰어 들었다. 가공식품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바로 먹는 요리의 개발이 더 중요하다. 오늘 선택한 메뉴에도 흑마늘 요리가 서너 개가 있다. 흑마늘밥에는 요리의 중심이 되었고, 두부한입요리는 요리 주요식재료가 되었고, 샐러드, 불고기에는 고명으로 쓰였다.
마늘이라는 전통식재료가 발효과정을 거쳐 2차 식재료로 태어나고, 다시 조리음식으로 만들어져 3차 식재료가 되었다. 한식의 세계화는 다름아닌 식재료의 확장과 조리법의 확장, 나아가서 이를 즐기는 대중의 확산이다.
요즘 한복이 자기옷이라는 중국 때문에 논란인데, 문화는 소종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유층의 존재가 중요하다. 문화는 부동산이 아니다. 문화의 이동은 막을 수 없다. 근원에 대해서는 원래 논란이 많은 법이다. 중국 사람이 한복을 입는가. 한복을 입는 사람은 한국인이다. 소유자 논란은 끝난 거다.
흑마늘도 스위스에서 먹으면 스위스 음식이 되는 거다. 한국에서 먹어 한국음식, 한식이 되면 한식이 풍성해지고, 다양해지는 거다. 다양성 앞에 단조로움은 힘을 못 편다. 세계시장에 나가는 힘은 다양성과 즐기는 민중의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식당은 열 일하는 공헌자다.
2) 광주 나들이
*얼굴박물관
바로 옆 붕어찜마을에는 얼굴박물관이 있다. 연출가 김정옥 선생님이 40여년간 수집한 문화재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2004년에 문을 열었다. 가끔 연극 공연도 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화면 연극으로 대신한다. 겉치레 아닌 내용이 겹겹으로 있는 문화공간이다. 식사 전후에 들르고, 그래도 서운하다면 조금 가면 경안천생태습지공원이 있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인공내륙습지의 전형을 보여준다.
광주, 참 알짜배기 도시다. 음식도, 문화도, 자연도 다 있다. 꽉 차는 하루 일정에 머리 속도 가슴 속도 꽉 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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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천생태습지공원
첫댓글 이 식당은 한 번 가보고 싶어요. 흑마늘밥도 토마토 밥도 먹어보고싶어요. 저는 한식을 좋아하는데 한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집밥이랑 같아서 먹으러 갈 필요를 못 느끼겠다고 해요. 그런 걸 보면 메뉴개발이 중요한 것 같아요.
네, 시간 여유 있으시면 하루 날 잡아서 가볼 만한 식당입니다. 근처 구경거리도 제법 튼실하고요. 서울 용산의 <초록바구니>란 음식점이 기억 나는데, 그곳은 음식의 재료 자체를 변형하는 수법으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매우 충격적인 방법인데 맛이 좋고 비주얼도 괜찮아 고급음식점으로 자리잡은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재료의 특성은 보존하면서 발효를 통해 조리법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이쪽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개발 창조 정신이 가득한데, 발효라는 전통의 방식을 활용한 경우라서 자연스럽게 음식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먹는 사람들도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응하면서 음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입니다.
이런 식당은 아래 지방에서보다 경기 서울 지역에 더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충청 이남은 토속적 식재료의 보급이 다양하지만 경기 이북은 그런 가능성은 적으니까요. 하여튼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한식의 발전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식당이 2층이어서 창가 자리는 모두 팔당호를 내려다 보며 먹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좋은 시간 가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