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에 두 행사 초대의 대박 이야기.
1. 선린 대학교 초청 공연 이야기
“2015 선린 송년 음악회”
지난 해 마지막의 전전날인 12월 29일, 겨울 날씨 답잖게 화창한 아침이었다. 우리 ‘노아 콰이어’ 일행들은 포항의 공연을 위해 서울역 대합실에 모였다. 멀리 떨어져 드물게 있는 차편 때문에 너무 빠르려니 생각했는데, 거의 모두들 약속 시간보다 30여분이나 앞당겨 도착해 있었다. 9시 45분에 KTX열차는 포항을 향해 출발했다. 모두들 학창시절의 수학여행을 떠올리며 들뜬 분위기였다. 열차의 스르르 연동작 출발은 실내의 아늑한 분위기와 어울려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오늘따라 선로변의 풍경들도 더욱 차분하게 다가온다.
열차는 도심을 벗어나 광명을 지나면서 달리는 속도감이 차차 느껴온다. 시속 300km를 넘나들며 달리는 열차는 대전과 동대구를 잠시 멈추고 계속 달려 포항까지 500km가 넘는 거리를 2시간 40분만에 도착했다. 평소 집에서 서울까지 70km도 안 된 거리를 두 시간이 넘어 걸려서 오르내리는 나에게 이같은 속도감이 도대체가 실감이 나지 않았고, 잘 믿겨지지도 않았다. 역전에는 우리를 초대해준 선린 대학교에서 미리 두 대의 버스를 대기시켜 직원들이 영접했다. 잔 소나무들이 빽빽히 깔린 낮은 산자락 사이로 비릿 풋풋한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포항 앞 바다가 지척인 듯 싶다.
선린학교에 들어서니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총장, 교직원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점심 때가 되어 학교 식당에는 우리들 밥상이 차려져 있다. 한정식에 갈비국, 입맛 땡기는 진수의 반찬들로 밥맛이 꿀맛이다. 입맛도 밥맛이려니 새벽녘에 출발하면서 아침을 거른 우리들의 지금 점심은 밥맛에 입맛도 많이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다시 포항 공대의 국제관(International center)으로 이동했다. 국제관은 대학이 경영하는 특급 관광호텔이다. 우리는 각자의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곧 공연장으로 이동했다. “포항 기쁨의 교회 브니엘홀”이 오늘밤 우리의 공연장이다. 바로 곁에는 공연장과 같은 규모의 또 다른 교회 건물이 함께 있었다. 대강의 정보는 미리 전해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맞은 2500석의 좌석을 갖춘 대형 공연장은 교회 규모와 함께 우리의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주위의 환경과 분위기는 우리를 더욱 긴장시킨다. 초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 많은 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기대등을 생각하며 우리는 불안했다. 과연 작은 소도시 포항에서 이같은 대규모의 좌석을 체울 수 있을까? 기대에 흡족한 공연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먼저 도착한 쏠로들의 리허설에 이어 쏠로와 우리가 함께 시연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들만의 리허설로 이어졌다. 긴장하면 매사가 생각처럼 제대로 잘 되지 않는 것, 역시 리허설에서도 우리의 심리가 나타난다. 큰 무대의 경험과 능력이 많은 지휘자께서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긴장된 속내가 느껴진다. 그동안 우리들의 해외를 비롯한 여러 공연들, 특히 독일에서의 800년 역사와 전통의 “성 토마스 교회”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룬 우리들의 노래 실력이었다. 이번 공연도 우리는 꼭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박수길 단장”의 지휘로 노아콰이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토록 우려했던 관심의
객석 공연장이 관중들로 꽉 체워져 있었다. 우리는 첫 무대, 첫 곡으로 슈베르트의
‘거룩(Sanctus)’, 그리고 ‘두려워 말라’、이어 ‘전능왕 오셔서’.를 불렀다.
많은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크고 우렁찼다.
이어서 소프라노 강혜정의 눈, Il Bacio.
바리톤 우주호의 이별의 노래, Me Voglio fa na casa(나의 집을 짖고 싶으면).
테너 김홍태의 내 맘의 강물. 소프 배기남, 메조소프 유희업의 강 건너 봄이 오듯.
바리톤 김진섭의 산아. 테너 이현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Granada(그라나다).
소프라노 이규도의 그리운 금강산.
강혜정, 우주호의 Duet. Dunque io son(바로 나지요), Opera"세빌리아의 이발사“중에서. 유희업의 Amour, Viens aidar(사랑의 힘 내게 주어요). Opera"삼손과 대릴라”중에서.
김홍태, 김진섭의 Duet, Au fond Du temple Saint(신전의 길 따라셔).
Opera"진주 조개잡이“중에서.
배기남의 Io son I"umile ancella(나는 미천한 종), Opera "아드리아나 르쿠브레”중에서.
이현의 La donna 'e mobile(여자의 맘은 갈대와 같이), Opera"리고렛또“중에서.
이규도의 Vissi d'arte, vissi d'amore(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Opera"토스카”중에서.
다시 우리 노아콰이어의 마지막 무대로, 황철익의 “꽃파는 처녀”,
허덕규의 “한계령, 백경환의 ”거문도 뱃노래“를 마지막으로 공식 공연은 끝났다.
7시 30분에 시작된 공연이 벌써 두 시간을 넘겨 9시 반이 지났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떠날 줄 모른 관객의 계속된 박수와 열창의 앵콜....
우리는 단가 “이 믿음 더욱 굳세라!(We will keep our faith)”를 정성껏 선사했다.
그런데 다시 더욱 큰 박수와 앵콜, 앵콜이 계속된다.
우리는 다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답례했다.
합창곡은 자유 없는 노예들의 슬픔이 베인 조용하면서도 비탄조의 느낌이 짖다.
기분이 열광의 분위기를 바꿀가 싶었는데, 그런데 끝났음에도 아직도 박수는 계속되었다.
난감의 순간, 지휘자의 능숙한 기지와 솜씨로 분위기를 잡았다.
관중들에게 고맙다는 정중한 인사와 함께 합창으로 “사랑으로”를 제의했다.
이로써 오늘의 공연을 잘 마쳤다. 벌써 시간은 10시를 훨씬 넘겼다.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끝으로 아직도 기다리는 관중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우리는 숙소인 포항 공대로 향했다. 벌써 11시를 넘긴 시간이다. 우리는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긴장의 피로감도 잊은 체 국제관 레스토랑에서 모였다. 너무 늦은 시간에는 써비스가
불가능하다는 호텔의 레스토랑을 빌려 우리 일행 가족들이 미리 마련한 송년회를 위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진수 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포항초를 비롯한 남녘의 풍성한 채소류와 새꼬시 물회, 그리고 이 곳의 특산품인 삶은 문어회와 청어 과메기등의 요리들.
“멋진 지휘자의 축배 제의, (선창)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으뜸인, (모두) 사랑을 위하여!”
지난 해를 회고하며 오는 해를 기대하는 덕담들, 세상사 여러 이야기들, 각자의 흥미로운 사연들, 맛있는 식감에 감미로운 술잔을 나누며, 우리의 담소와 여흥이 흘러 넘쳤다. 시간은 흘러 이제는 미리 준비한 술이 바닥이다. 술이 없는 잔치란 달 없는 사막이라고 했다.
이제는 밤도 자정을 넘겨 깊었다. 시내는 거리가 멀고 이곳은 모두 문이 닫혀 적막하다.
아쉽지만 내일을 위해 모두 해어져 각자의 자리로 옮겼다. 이렇게 하루의 행사가 끝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