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매일 칼럼★2015.1.6(화)
어머님,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김명화 교수 (광주여자대학교/유아교육과)
어머니,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머니,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창문을 엽니다. 새벽 찬 바람을 만나며 산책을 나섰습니다. 아솔나무 숲길은 안개와 차가운 공기가 깔려 있지만 어머님의 숨결이 느껴져서 마음이 따스해져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현관에 놓여진 신발을 보았습니다. 어머님은 자식들이 신발을 아무데나 벗어 놓아도 항상 가지런히 정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신발을 바르게 정리하면서 좋은 길, 바른 길을 가라고 기도해주었습니다. 어머님의 바람대로 자식들이 좋은 길로 건강한 길로 걷는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새벽공기는 차가웠습니다. 새해 아침에 어머님 저는 다짐합니다. 올 한해에도 건강하게 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 이러한 것들이 우리 사회에 스며든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더 건강해지고 밝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어머님 시대가 살았던 세대에서 맛볼 수 있었던 정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시대는 나눔, 배려, 협력 인성이 점수제가 되었습니다. 대대손손 내려왔던 우리네 정이 이제는 스펙 쌓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머님의 삶들은 건강하였습니다. 누가 보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었습니다. 자식을 위해 먹고 살려고 꾀부리지 않았습니다.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어머님들의 피땀이 있었기에 우리의 오늘이 있습니다. 어머님은 새벽에 정한수를 떠놓고 빌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어머니의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2015년도 교수 신문에서 전국의 교수를 대상으로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를 설문한 결과 정본청원(正本淸源)을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본청원은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 는 뜻으로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고려대 철학과 교수에 의하면 정본청원(正本淸源)을 추천한 이유에 대해 관피아의 먹이사슬, 의혹투성이의 자원외교, 비선조직의 국정농단과 같은 어지러운 상태를 바로잡아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모든 이들이 ‘바르게 살자’ 는 생각을 갖고 출발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해년마다 만난 학생들에게 어떤 남편감을 만나고 싶은가? 물었습니다. 오래전에는 학생들은 인성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경제(돈)이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황금만능주의가 되었습니다. 물질이 먼저고 정신이 두 번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어머님의 숭고한 마음이 보여 지는 시가 있어 읽어 봅니다. 고두현님의 ‘늦게 온 소포’ 라는 시입니다. 우리는 이 시에서 건강한 삶을 산 어머님의 모습을 시를 통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순박하며 정갈하게 한평생 사신 어머님의 숨결을 시로 통해 느껴볼 수 있습니다.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들도 하나씩 벗겨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을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르라/ 헤쳐 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 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어머님 당신은 울타리 없는 곳에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은 홀로 삭이시며 ‘봄볕이 풀리면 또 좋은 일이 안 있겠니.’ 하며 행여나 자식 마음 상할까 보살핌이 먼저입니다.
한평생 낮게 긍정의 마음으로 우리의 산과 들, 바다를 지켜 오신 맑고 숭고한 삶의 저력이 대한민국의 내일을 밝게 할 것입니다.
어머님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건강해졌으면 합니다. 아마 삶의 근원인 어머님의 숨결이 대한민국 곳곳에 아직은 생동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는 분명 건강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첫댓글 을미년 새해 벽두에 참 좋은 칼럼입니다.
저의 어머니에게 읽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