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보건소에서 오는 한통의 전화에 학교가 뒤집어졌다.
학교에 화요일마다 방과후 탁구 강사로 오는 선생님이 코로나 확진되었단다.
헐...
비상이다...
교장선생님은 오늘 출장이 있어 학교에 안 계시는데...
전체 교사가 교무부장님의(박** 선생님) 지휘하에 긴급 회의에 들어간다.
보건소의 안내에 따라 어제 탁구 수업을 들었던 남학생 전체와 교사 전체는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는다.
아이들을 태우고 임실보건소로 가면서 가슴이 얼마나 떨리던지...
난생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
멀게만 느껴지던 뉴스에서만 보던 코로나가 내 앞에까지 다가온 것이다.
1차로 면봉을 이용하여 혀에서 검체를 체취하고 2차로 기다란 기구(?)를 이용하여 코에서 검체를 체취한다.
듣는 소문에 의하면 코에 찌를때 엄청나게 아프다고 한다.
'어떤 간호사는 아프게 쑥, 또 어떤 간호사는 안 아프게 살살 찌른다더라.' 라는 말을 많이 들은터라 내심 걱정이 된다.
도착하여 모두들 서류를 작성하고 1,2,3,4번 창구에 떨리는 마음으로 줄을 선다.
정말 은행 창구처럼 생겼더라.
막혀있는 것만 빼면.
나는 3번이다.
하나님, 부처님, 공자님... 제발 안 아프게 검사 해주는 간호사님을 배정해 주소서...
줄서있는 학생, 선생님들은 다들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있다.
다 무서운가 보다.
3번으로 들어가니 나보다 어린 간호사분이 무섭게 혹은 무덤덤하게 대기중이다.
그 분은 이 일을 얼마나 많이 했겠는가?
나같은 검사자는 수도 없이 많이 겪어 봤겠지?
"안녕하세요? 저 처음이예요. 제발 안아프게요. 괜찮겠죠?"
"네 그럼요.(전혀 아닌것 같은데...) 가까이 오실래요?"
왜 더 무서워지는거지?
눈 딱 감고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며 가까이 다가간다.
1차 구강체취는 아주 쉽게 통과.
드디어 기다란 무시 무시한 기구가 눈앞에.
"어디로 집어 넣을까요? 오른쪽? 왼쪽?"
고통을 선택할 기회는 주는군.
난 오른쪽이다.
"조금 깊이 들어갑니다. 참으세요."
순간 콧구멍으로 기다란 물체가 쑥.
으아~~~
아프긴 아프다.
근데 참을만하다.
그 느낌을 표현하자면 수영 하다가 코로 물을 들이마셔 코속이 시큰한 정도?
이 정도면 다행 아닌가?
위 내시경도 수면 마취 안하고 할만 하든데.
이건 그거보단 쉽다.
그리고 짧다.
나오면서 "3번 안아파요!" 했더니
내 뒤에 4번에 서계시던 평소 멋지신 도덕쌤이 살짝 3번으로 줄을 바꾸신다. ㅋㅋㅋ
그 와중에 학생들은 "쌤 4번 간호사 누나 디게 이뻐요."
으이그...
그 말에 다시 줄서서 4번 들어가려다 말았다. ㅋㅋㅋ
오늘 검사 받은 학생들은 밀접 접촉자라 결과에 상관없이 2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보건소의 통보를 받았다.
아이들을 모두 집에 데려다 주고 학교로 돌아온 선생님들은 2차 회의에 들어간다.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이때부터 학교는 비상이다.
교무부장님은 각 반 교실과 특별실에 줌을 깔고 계정을 추가하고 카톡을 깔고 음향을 잡고 이것 저것 시험을 해 본다.
역시 교무 부장님 짱이다.
들어보니 예전에 영상 편집, 포토샵, 플래쉬 등 독학으로 대부분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 떼셨단다.
대단하신 분이다.
위기에 영웅 탄생이다.
감동이다.
잠시후엔 전체 선생님들을 모시어 특별 연수가 진행된다.
선생님들은 학생이 되어 줌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다.
같이 줌 회의를 개설하여 교사와 학생입장에서 직접 수업 시연을 한다.
음향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선생님들은 위기 상황에 더 똘똘 뭉친다.
소속감이 팍팍 느껴진다.
학생들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땀 흘리는 모습에 비록 작은 학교이지만 내가 대한민국 교사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학생 한명 한명이 누구보다도 소중하기에.
우리 아이들의 질높은 수업권 보장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지치셨는지 교무실에 오시어 자리에 털썩 앉으신다.
이때 때마침 반가운 문자가 여기저기서 도착한다.
[Web발신] 김동하님 11/17 시행한 코로나PCR 검사 결과 음성(정상)입니다. -임실군보건의료원
우리 아이들도 다 음성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