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해협울 지난 우리 배는 인도네시아 선원교체와 벙커링을 위하여 싱가포르 앞바다 앵커리지로 서서히 접근을 하였다. 엄청나게 많은 선박들 사이를 뚫고서 간신히 끄트머리 OPL(Out of Port Limit 항계밖)에 투묘를 하고 벙커바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느라 인니 3항사와 둘이 VHF 당직을 서게 되었다. 대리점이나 벙커바지에서 우리를 호출할 수 있기 때문에 당직을 서야한다.
둘이 커피를 한잔 타 마시며 같이 당직섰던 그때 항차를 얘기하면서, 또 오늘 우리 아버지가 본선을 방선하신다는 사실을 말했더니 인니 3항사가 축하한다고 BAKUS를 연발 하였다. 이제 아빠의 본선 방선기로 작가의 시점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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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P INFO를 매일 보면서 준O이 타는 배가 싱가포르에 가까이 오자 하루전에 미리 비행기를 타고 싱가폴로 넘어갔다. 싱가폴은 바로 옆나라이기에 초창기때는 1-2달만에 한번은 꼭 갔었는데, 이제는 1년에 한번 갈까말까 할 정도로 소원해졌다.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이 우리 보러 온다고 여행을 오면 말레이시아 구경을 하고 난뒤 1박2일 일정으로 꼭 싱가폴을 직접 차를 몰고 가서 구경을 시키고 돌아오곤 했다.
[2005년 장모님 방문시 : 싱가폴 버드파크]
이번에는 혼자 가는 여행이라 비행기로 넘어갔다, 비행기로 30분 거리이다. 뜨자마자 10분쯤 있다가 착륙하오니 착석해 달라는 어나운싱이 나온다. 배 타는건 좋은데 비행기를 타면 언제나 무섭다. 고소공포증. ㅋ
싱가폴 공항에 도착해서 보니 파리바케뜨 매장이 새로 입점해 있었다. 친구들과는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시간을 죽여야 하므로 빵을 몇개 사서 오랫만에 한국빵을 먹으며 고국의 그리움을 달래었다.
싱가포르에는 한해대 동문이 200여명, 목해대 동문도 100여명 살고 있기 때문에 한번 넘어가면 누구를 만나야 할지 고민을 해야한다. 동기생만 해도 2명이나 있고 사업적으로 연관있는 선후배들도 만나야 하는데 뭐니뭐니해도 "동기사랑 나라사랑" 동기들을 우선적으로 만나게 되고 결국 그날은 그걸로 끝이다. 저녁먹으면서 술한잔 하다보면 옛날 학창시절 빠따맞고 훈련받던 스토리, 배탈때 겪었던 에피소드, 사회생활하며 서로 공유하는 해운계 얘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른다. 또, 술꾼들 특유의 이집 저집 옮기다 보면 결국 아는 선후배를 만나고 되고 합석해서 또 몇잔의 술을 더 마시고 인사불성인데..선주인 함동기가 자기 집 가서 자자고 하도 채촉하여 결국 그집가서 계수씨 눈치보며 꼬불쳐 논 조니워커 한잔을 더하고 남의 집 신세를 지게 된다. 이럴땐 숙박비가 절약되지를 않고 동기 아들놈 불러서 용돈이라고 싱달러 200불씩 두 녀석에게 나눠주면 호텔비보다 훨씬 더 지출이 많게 되지만 기분은 좋다.
담날 아침 일찍 해장밥 맛있게 얻어먹고 방선을 위하여 동기네 집을 나선다. 차로 통선장까지 데려다 주어 편하게 왔다, 배에 빈손으로 갈수는 없으므로 전날 미리 보급업체(오션링)에 아들놈이 부탁한 유심칩/충천카드 2개와 선원들 나눠먹게 과일케익 4개를 올리도록 요청을 해 놓았다.
싱가포르 통선장이다. 통선장에 있는 사람은 배를 타는 선원이거나 배에서 작업하는 기술자, 나처럼 배에 올라가서 일보려는 사람들이다. 외항까지 한번 나갔다 오는 통선비가 싱달러 250이란다...25만원쯤 되는 비용이다..
실습 나간지 5개월이 된 아들 만나러 드디어 통선장을 출발했다, 많이 성장해서 미래의 선장이 될 재목으로 자랐는지 궁금하고 넘 보고싶다.
새롭게 싱가폴의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샌즈 빌딩을 멀리서 볼수 있었다. 빌딩 꼭대기에는 대형선박 모양의 연결된 테라스가 유명하다. 이 건물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쌍용건설이 만들었다.
조금 더 나오니 요트들이 물위에 떠있다. 빨리 돈모아 저거 하나 빨리 장만해야 하는데..
외항 묘박지쪽으로 나가니 배들이 많이 보인다. 아직 배들이 작은 거 보니 한참 더 나가야 할것 같다.
통선이 엔진파워가 좀 있나보다. 시원스럽게 물살을 가르며 먼바다로 나아간다. 싱가폴 시내가 멀리 보인다.
지나다보니 "한진로마"호가 떠있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로 인하여 채권자들에게 배가 억류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아픈 손가락이다. 국내 1위 선사의 경영을 커피샵을 하고 싶어 하던 아줌마에게 맡긴게 천추의 한이 된걸로 보인다. 하늘나라의 조수호 회장이 땅을 칠 일이다.
40여분을 달려 드디어 아들넘이 실습하고 있는 창명해운의 "C. DISCOVERY"호에 다달랐다. 벌써 벙커바지가 붙어 기름을 넣는 걸 보니 오래 머무를수는 없을 것 같다.
DWT 16만톤의 길이가 300미터가 넘는 배를 보니 나도 아찔하다. 더구나 화물을 가득 실었으니 모습 자체가 육중하다. 나는 고작 3-4만톤짜리 배밖에 못타 봤는데 아들 넘이 나보다 낫네..
통선 선장에게 부탁해서 배를 한바퀴 죽 둘러보고 사진을 찍었다. 특히 이상 부위가 있는지 보고 관련된 내용을 회사측에 보내주면 다들 좋아한다, 어느 회사든 감독들은 다 선후배이니까...그러면, 담번엔 업무 발주가 막 들어온다, ???
드디어 사다리를 타고 배에 올라갔다. 올라가도 크네..
반가운 아들넘 보자마자 "너보고 싶어 울고있는 엄마에게 보내야 한다"고 다짜고짜 사진부터 찍었다. 무척 쑥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살도 통통해지고 제법 해기사 폼이 막 날려고 한다. 뜨거운 포옹부터 했다.
먼저 선장, 기관장께 인사드리고 아들넘 방으로 갔다. 아버지 왔다고 선배사관들이 대신 일을 해준다고 한다.
아이쿠...방이 엉망진창이네..62기 녹색 츄리닝이다...아빠도 녹색기수다..
유심칩 생기니까 여기저기 전화하기 바쁘다..아마 아직 실습 안나간 해팡이 동기들에게 전화하는갑다.
항해사가 될거니까 브릿지부터 구경을 해야지. 배는 큰데 브리지는 별로 크지 않네..말로만 듣던 2항사가 깍듯이 인사를 한다. 항상 아들에게 잘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단단해 해 두었다...
저기 가운데 헬리콥터 착륙지점이 보이네..울 아들이 도선사 되어서 헬기타고 배 조종하러 저기 착륙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열심히 배워서 그렇게 되길 바래야지..
선원휴게소 가서 쉬고 있는 선장님(목해43기), 1항사(목해41기), 기관장님(한해28기)들과 30분여 담소를 나눴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배를 타는것 같아 선내분위기는 좋아 보였다. 아..회사가 어려워 보급이 잘 안되어 불편한건 많은 것 같았다..
기관장님은 개인적으로 12년이나 선배가 되시니 참 할 얘기도 많았다. 당시 대한해운 조윤형 상무가 동기시라 그분하고 한참 하던 차터링 계약 얘기를 많이 나눴다..
배를 더 둘러보고 조금 더 있으니 통선이 다시 돌아갈 시간이라 아들과 다시 작별을 하고...몸 건강히 마지막까지 잘하라고 당부한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올라가면 중국에서 실습을 마치고 하선한단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괜찮았지만 또다시 저 바다에 아들넘을 두고 혼자 내려오려니 나의 마음속으로 뜨거운 무엇이 흐르고 있었다...
+ 그로부터 15일후 중국 텐진에서 아들이 실습을 마치고 하선한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멀리서 손을 흔들어 주는 누가 보인다..아마 같이 당직을 섰던 인니 조타수일것으로 생각된다.
실습나간 모든 해대생들 안전하고 유익한 실습 마치고 무사 귀환하기를 기도하며...
이번 방선기를 마치고
또한..길게 써 내려갔던 62기생의 실습의 추억도 여기서 마칩니다.
그동안 졸필 많이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해학연 회원들께 감사드리고 모두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롤리 배상
첫댓글 롤리님 덕분에 얼마전 싱가폴에서
승선한 초임 3기사님 모습을 그려봅니다
해학연에 슨배님들이 계셔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친절한 실습기 써주신 롤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졸필이라고 누가 그람니까? ㅎㅎ
수고 많이하셨고 감사합니다
아들한테는 아버지가 계시니 얼마나 든든할까요~~
너무 멋집니다
실습의 추억 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멋지십니다
선배님의실습기를 읽고 해대생의 모습을 회상해 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실습기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싱가폴에서 보이던 배들중.. 언제간 울집 해대생도 있겠구나 싶네요 아버지와 같은길을 가는 아들.. 멋지세요
실습의 추억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술술 끝난지도 모르게요~^^
생생한 실습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관장님 한해대 28기면 아득하네요. 제가 승선시 모시던 기수임.그연세에 현역이라니. 선박사관은 정년지났어도 촉탁으로 근무할수 있답니다. 일부 국적선과
송출선에 한하여. 1항사 가 선장보다 선배이면 사회에서 이것저것하다 다시 승선 하였나 봅니다
이부분 나중에 게시판에 자세히 올리겠습니다. 벌크 전용선 16만톤 어마어마 합니다
그배 1항사는 학교 실습선 교관을 오래하다 교수자리가 나질않아 실무로 나온것이라 하였습니다.
부자간 상봉에 가슴찡합니다..
요트.. 사시면 한번 태워주십숑~~
요트 몰고 인천가서 초대하겠심다
와우~~
손꼽아 기다릴랍니다~~
실습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습기 넘 잼나게 봤습니다..^^
저도 첫배 선장님이 한해대 29기 신참 선장님 이였는 데
육상에서 첫 직장 팀장님이 또 한해대 29기 였슴다........
나는 목해대 29기.... 신기데쓰...................
아! 나도 하루종일 컴터만 하고 월급받는 회사 다니고파 . 소개좀 해줘.
피끓는 동기야<<<
아.. 이 회사 창명해운 대표가 이경재 회장 한해대29기 임다. 신기방기데쓰
나도 29기. 더신기방기오기ing
고마해라 마이 무웃다 아이가............
롤리님 오늘 회보 발송 예정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8.06 11:1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8.06 11:17
"마음속으로 뜨거운 무엇이 흐르고 있었다"~
롤리님 감사합니다~^^
울아들도 저길을 거쳐서 저렇게 생활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글자 한자한자 또 읽고 또 읽게 되네요..
아버지와 아드님 두분 모두 너무 멋지십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아.. 글이 너무 많이 올라와서 마지막것을 놓쳤네요.
오늘 사무실 PC로 찾아 봤습니다.
마지막까지 감동입니다.
아드님 형수님 닮아 잘생기셨어요.